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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공원-상견례


김희섭 기자 / 입력 : 2024년 11월 14일
ⓒ 김천신문
김영호 / 화양연화 대표 / 전 대구교육대학교대구부설초등학교 교장

“출가는 다 시켰는가?”
“아직…….”
“둘 다”
“그래”
“나이는?”
“마흔 전이야.”
"언제 보내려고."
"마흔 전에는 가겠지."
"……."
더 이상 이 대화는 이어지지 않는다. 오랜만에 만나는 지인들과의 단골 소재이다. 아내와는 20대 중반의 이른 나이에 결혼을 해서 더 답답하다. 아내와 내가 지금의 아들과 딸의 나이일 때는 아들과 딸은 모두 초등학생이었다. 나도 매우 답답하지만, 내색은 하지 않는다. 다 때가 있고 마음에 딱 맞는 배필을 맞을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가 있기 때문이다. 아내는 더 답답해한다. 주변의 우리 또래는 대부분 자식 결혼을 시켰다. 환갑 이전인 지인들도 손주 자랑을 늘어놓을 때가 많다. 그런 날이면 소망과 푸념과 걱정이 담긴 말이 오간다. 아내가 먼저 말문을 연다.
“당신은 걱정하지 않아요?”
“뭘, 걱정하는데.”
“아이들 결혼 말이에요.”
“또, 그 이야기야.”
“또라니요. 우리집에 이보다 더 중요한 게 어디 있어요”
“때가 되면 하겠지.”
“때가 언제냐 말이에요.”
“여보, 기다려 봅시다. 우리가 이런다고 아이들이 내일 결혼을 할 것도 아니고.”

상견례를 했다. 둘째인 딸아이의 결혼식 예비 단계이다. 아직이지만 정식 호칭을 사용한다. 사돈과 사위가 승용차로 4시간 가까이 달려서 도착했다. 토요일이라서 차가 많이 밀렸다고 했다. 우리집 3명, 사돈집 3명 모두 6명이다. 사부인과 아내는 성격이 비슷한 것 같다. 대화를 주도하고 딸과 사위가 중간에 거들고 바깥사돈과 나는 가끔 입을 보태는 정도였다. 딸은 시댁에 사위는 처가에 몇 번 왕래를 해서 흔히 말하는 상견례의 어색함은 덜했다. 결혼식의 구체적인 내용은 딸과 사위에게 일임을 해놓았기 때문에 특별히 쟁점이 될 것은 없었다. 말 그대로 ‘공식적으로 서로 만나 보는 예’의 상견례였다.

예정보다 한 시간 정도 늦게 제법 격식이 있는 점심을 먹었다. 아내는 상견례 날짜가 확정되고 걱정을 많이 했다. 경험이 있는 지인들에게 묻고 나름대로 궁리도 했다. 상견례를 한다는 소문이 퍼지자 경험한 지인들이 식사하면서 수저 떨어뜨리는 것, 사레 드는 것 등을 조심해야 한다는 충고도 많았다. 식사를 하면서 아내가 우리집을 소개하는 중에 시댁이 오남매이고 친정이 칠남매라는 말에 갑자기 사부인의 기침이 터졌다. 약간 당황스러웠지만 이내 기침이 잦아들고 사부인도 시댁과 친정 이야기를 하는 것으로 마무리가 되었다.
 
사돈댁이 올라가는 길이 멀어서 차를 마시는 것이 어떻겠느냐고 조심스럽게 의사를 타진하니 흔쾌히 좋다고 했다. 식당을 나와서 개울을 따라서 난 벚나무길을 걸었다. 딸과 사위는 손을 꼭 잡고 다닌다. 중간에 같이 사진도 찍고 이야기도 나눈다. 사부인과 아내는 오래된 친구같이 시종일관 웃음꽃이 만발했다. 한참을 걷다가 커피숍에서 차를 마셨다. 올해 화양연화 농장에서 직접 키운 샤인 포도를 말린 것도 함께 먹었다. 건포도가 매우 달다고 이구동성이다. 함께 점심을 먹고 산책을 해서 그런지 처음보다 훨씬 여유롭고 편한 자리가 되었다.
 
3시가 가까워지니 바깥에서 마이크를 테스트하는 소리와 음악 소리가 들렸다. 먼 길을 돌아가는 사돈댁을 위해서 일어섰다. 잔디밭에 무대가 설치되어 있고 관객이 앉을 수 있는 의자도 100여 개 이상이 놓여 있었다. 여러 가지 부스도 준비가 되어 있었다. 제목을 확인하니 ‘청년창업대학축제’이다. 3시부터 5시까지는 시민노래자랑 순서이다. 이메일 등으로 미리 신청을 받았다고 한다. 현장에서도 신청받는다고 했다.
처음 노래를 하는 분은 가방에서 꺼낸 가발을 쓰고 노래를 불렀다. 일반인 노래 솜씨가 아니다. 그러고 보니 노래자랑 상금이 50만 원이다. 용기를 내어서 노래 신청을 했다. 이미 많은 분이 신청했다. 사회자에게 양해를 구하니 두 번째 노래가 끝나면 할 수 있도록 배려하겠단다. 젊은이들이라 그런지 두 번째 출연자까지는 거의 들어보지 못한 노래다. 모두가 가수 같은 음색과 몸놀림이다.

최근에 제일 많이 흥얼거리는 배금성 가수의 ‘사랑이 비를 맞아요’를 붙렀다. 노래를 부르기 전에 오늘 딸아이 결혼을 앞두고 사돈댁과 상견례를 했다고 했다. 박수가 커졌다. 관객석에는 나와 비슷한 연배의 남성 둘이 흐뭇한 표정을 지으면서 따라 불렀다. 마치고 무대를 내려오니 사회자가 다시 무대로 부른다. “바로 가셔야 하나요. 심사는 5시에 하는데 그대까지는 기다리시기 어려우니 정성을 담은 선물을 드리겠습니다.”라고 한다. 아담하고 예쁜 꽃바구니 하나를 받았다. 무대에서 내려오자 바로 사부인께 드리니 매우 좋아하셨다. 사부인과 아내가 꽃바구니를 들고 사진을 찍었다. 입이 귀에 걸린 참 행복한 웃음이 넘치고 그 모습을 보는 바깥사돈과 나는 손뼉을 쳤다.
아들도 결혼을 생각하면서 진지하게 사귀는 여자 친구가 있다고 한다.
이제 자신있게 대답할 것 같다.
“자식들 출가는 다 시켰는가?”
“그래! 잘 준비하고 있다네. 결혼식 올리면 연락할 테니 꼭 오시게.”
처음 상견례를 한 2024년 11월 2일 토요일은 화양연화, 오늘도 참 좋은 날이다.


김희섭 기자 / 입력 : 2024년 11월 1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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