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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칼럼 - ‘동양의 피카소’ 하반영 화가

민경탁(본지 전 논설위원·시인)
김천신문 기자 / kimcheon@hanmail.net입력 : 2025년 11월 27일
ⓒ 김천신문
‘영원한 평화 그 너머’라는 이사크 일리치 레비탄의 그림이 있다. 19세기 러시아의 대표적인 풍경화가, 러시아의 자연을 소재로 한 서정적인 풍경화를 많이 그린 작가다. 강줄기의 두 하류가 바다에 닿으며 수평선 위에는 구름이 웅혼하게 펼쳐진 자연 풍광이 화면 가득 찬 그림이다. 내가 마음이 좁아지려 하고 답답해질 때 종종 끄내어 보면 가슴이 확 트인다. 스마트폰에 소장하고 다니며 가까운 이에게 전하기도 한다. 부드러운 붓 터치로 웅장한 대자연의 정취를 펼쳐내기에 마음이 고요와 평안을 얻는다.

하반영 화백
화가 하반영의 작품과 생애에 대한 의미가 부상하고 있다. 그는 1918년 김천 남면 초곡에서 하구풍(河俱豊)으로 태어나, 어머니가 군산의 김 씨에게 개가함으로써 군산, 전주 지역에서 성장하며 김구풍(金俱豊)으로 살았다. 김구풍은 아랫것들이나 하는 그림을 배우지 못하게 하는 집안의 반대를 무릅쓰고, 다시 이름을 하반영(河畔影:냇가 논 반 마지기에 어룽거리는 그림자)으로 고쳐 한 평생 미술에 전념하며 살았다. 이름이 하구풍에서 김구풍으로 이것이 다시 하반영으로 바뀌며 산 화가다.

그의 미술에 대한 집념은 강렬했다. 군산 신풍공립보통학교 재학 때, 스승 김영창의 권유로 조선총독부 주최 조선미술전람회(선전)에 익명으로 출품해서 최고상을 받으며 화단에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일본 동광미술학원을 수료, 광복 후에는 유럽과 미국에서 화가 활동을 하기도 했다. 한 때는 영화 “아리랑”에 허장강 배우와 함께 인민군으로 출연하기도 했는데, 이후 이강천 감독이 주연 캐스팅하려 했으나 그림을 그리고 싶어 거절했다고.

하반영, '가을 들녘'

하반영 화가는 2015년에 전주에서 작고하여 2017년 고향 김천으로 80점 유작이 되어 돌아왔다. 이듬해 김천문화예술회관에서 기증전을 연 바 있다. 전주에 반영미술상, 동호회가 운영되고 있으며 하반영미술관이 있는 것으로 전한다. 그의 그림은 유족이 소장하고 있는 것 외에도 군산시에 100여 점 기증, 전북도립미술관, 대구미술관, 김천시립미술관 등에 산재해 있는 것으로 알린다. 리움미술관, 청와대, 삼성그룹, 대우그룹, 미국 뉴욕미술관, 프랑스 국립박물관 등에서 소장하거나 사들이고 있다고 한다.

하 화백은 장르가 다양했다. 서양화뿐 아니라 한국화, 수채화, 수묵화, 도예, 서예 등으로 장르를 탈피, 해체함으로써 동·서양 융합을 시도, 그의 서양화 중에는 화가의 즉흥적 행위와 격정적 표현을 중시하는 앙포르멜이 연상되는 작품이 여러 점 보인다. 그래서 그는 ‘동양의 피카소’ 또는 ‘한국의 피카소’로 불리고 있다. 생전에 “화가는 그림을 통해 사회에 이바지하는 것이 당연하다”며 독거노인, 걸식아동, 독립유공자 자녀, 불치병환자 등을 위해 자신의 수십억대 작품을 기증하기도 했다.

하반영, 감 1

수상경력이 매우 화려하다. 환갑의 나이에 프랑스 파리 제8대학 미술학부를 수료, 유럽뿐 아니라 캐나다에서 화가 활동을 하며 프랑스 국전인 르 살롱전 금상, 콩파레종 금상, 대한민국 광복50주년 미술부문 대상, 미국 미술평론가협회 공모전 우수상, 일본 니카텐(이과전)에서 최우수상을 받으며 국제적으로 주목을 받았다. 90세에 중국 북경에서 베이징올림픽 개최 기간에 초대전을 갖기도 했다.

하반영 화가의 그림은 시대의 아픔과 자연의 아름다움을 표현하고자 한 것이란 평을 받는다. 서양 것을 인정하되 항상 한국의 전통문화에 뿌리를 두고, 미술을 자신의 혼과 철학을 담아내는 작업으로 여긴 것이란 평이다. 그의 그림 소재로 한국의 자연은 물론 백자 항아리, 감, 복숭아, 문자도, 어머니 등이 자주 활용된 것에서부터 그러하다. 뒤늦게 유작으로 귀향한 것이 아쉽지만 고향 김천에서 그의 업적과 작품을 소중히 다룰 필요가 있겠다.

하반영, 산수

하반영 10주기를 맞아 지난 7월∼10월 김천시립미술관에서 회고전을 연 것은 각별한 의의가 있다. 미술품이, 시민 행복의 근원이 됨은 물론 공공미술관의 사회적 기능이 확인되는 계기가 되었을 것이다. 화가가 무엇을 그렸는지, 그림의 구성과 표현은 어떠했는지, 무엇을 담아내고자 했는지 시민들은 음미하면서 정체성 있고 품위 있는 가을을 보냈을 것이다. 우리가 문화예술품을 통해 즐겁게 지내는 시간, 힐링하는 시간이 많아지는 만큼 삶이 행복해지는 것 아니겠는가.

김천신문 기자 / kimcheon@hanmail.net입력 : 2025년 11월 2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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