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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화 안젤라 시집 『개박골 포도꽃들이 앙등할 낀데』 출간


최병연 기자 / 입력 : 2025년 12월 11일
경북 김천 출신 시인 김연화 안젤라의 첫 시집 『개박골 포도꽃들이 앙등할 낀데』가 출간되었다. 작가의 유년 시절과 그 시절을 감싼 마을 사람들, 사투리, 냄새, 노동, 음식의 기억을 생생한 입말로 불러낸다. “포도꽃들이 앙등할 낀데”라는 말 한마디에 김천의 햇살과 바람, 마을의 웃음과 울음이 함께 깃들어 있다. 시인은 자신이 태어나고 자란 땅의 언어로 세상을 다시 말하고자 한다. 표준어가 놓치고 지나간, 살아 있는 말의 결을 복원하며 “새그러분” 입말로 잊힌 일상의 풍경을 되살린다.

ⓒ 김천신문
시인은 표준어로 다 담기지 않는 ‘입말의 시학’을 통해 잃어버린 시간을 되살린다. “여나 나아 줘서 고마배여”, “디지든가 말든가 냅뚜부리”, “니아까”, “이뿌다” 같은 표현들은 그 자체로 리듬이 되고, 울음과 웃음을 함께 머금은 사람의 목소리가 된다. 그의 시에서 사투리는 단순한 언어가 아니라 존엄의 방식이다. 시 속의 입말은 그 모든 기억을 되살리는 매개가 된다.

시집의 포문을 여는 첫 시 「보리까끄래기 도리깨질한 날」에서는 “우리 어머니 보리타작하다가 날 낳으셨다네”라며 여성의 노동과 생명, 모성의 헌신을 이야기한다. 김연화 안젤라의 시는 그렇게 한 인간의 출생에서 시작해 마을과 가족, 자연과 죽음, 그리고 지금 이곳의 삶으로 이어진다. 시인은 노동과 성장, 부끄러움과 그리움을 엮어 한 인간의 생애사이자 한 지역의 생활사로 엮어냈다. “저 물살 속 상처를 뭍으로 밀어내듯”(「시인의 말」) 시를 쓴다는 그의 말처럼, 시집은 상처와 기억을 동시에 건져 올린 기록이자 노래다.

ⓒ 김천신문
시인은 삶의 기억을 이야기하듯 시로 엮어냈다. 「버버리가 통시에 빠진 날」 연작에서는 마을의 웃음거리를 따뜻하게 끌어안고, 「그 여자 산山이 오매」 연작에서는 딸을 낳았다는 이유로 산으로 쫓겨날 수밖에 없었던 당대의 시대상과 여성의 비극적 생애를 곡진하게 되살린다. 「부지깽이 씨래기 끼리는 날」 연작에서는 가난과 죽음이 교차하던 시대의 가족사를, 「수운자 이야기」 「문디 가시나들아」 시리즈에서는 다시는 돌아갈 수 없어 더 애틋한 어린 시절의 에피소드를 그려 낸다. 웃음 속에 눈물이, 비극 속에 생의 힘이 함께한다.
 
문학평론가 김효숙은 해설을 통해 “김연화 안젤라의 시 언어에서는 ‘새그러분 사과’ 맛이 난다”며 익명의 죽음마저 돌보는 공동체의 윤리, 여성의 입말로 되살린 인간성의 복권을 이 시집의 핵심으로 짚었다. 추천사를 쓴 이승하 시인은 “김천이란 작은 도시의 사연과 자연, 풍경과 풍속, 거기 사는 사람들의 삶과 꿈, 인심과 산물, 사투리와 표정이 포도, 자두처럼 싱싱하게 살아 있다”며 “이 시집은 김천이라는 도시의 역사에 새겨질 것”이라 평했다.

『개박골 포도꽃들이 앙등할 낀데』는 한 여성의 생애를 넘어 한 도시의 역사, 한 세대의 언어를 담은 시집이다. 그것은 ‘잃어버린 말’을 되찾는 일이며, ‘가난하지만 따뜻했던 시간’을 증언하는 일이다. 시인은 말한다. “마지막과 일상은 늘 함께였음을.”(「시인의 말」)

김연화 안젤라의 시를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우리 모두의 어린 날이 포도꽃처럼 앙등할 끼다.

최병연 기자 / 입력 : 2025년 12월 1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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