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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천 근현대사 순례 - 태동하다, 김천 근현대문학 ②

민경탁(시인·한국현대시인협회 이사)
김천신문 기자 / kimcheon@hanmail.net입력 : 2026년 01월 08일
김천에서 최초로 현대시집 낸 이정기

이정기 시인

이정기(李廷基 호 草谷 또는 一史 또는 夫里 대항면 향천리 태생 1927~2001)는 김천농림중 4학년 때에 이미 김천시문학구락부의 동인지『오동梧桐)』창간호(1947. 8. 10.)에 현대시 ‘연수戀愁’를, 이듬해 같은 동인지 제2호에 ‘가을 바람에’를 발표했다.

그는 김천농림중 5학년 때인 1948년 12월에 첫 시집『발자국』(대한민국청년단김천부, 삼중당 인쇄)를 200부 한정판으로 발간해 냈다. 이 시집은 필경된 초고본이 대한민국청년단김천부의 전신인 대한족청금천군단 명의로 그해 8월에 벌써 나돌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같은 마을의 선배 김태은이 서문을 쓰고 나재수 화가가 장정을 한, 김천인 최초의 개인 현대시집이다. 뒤이어 김천중 학생 조문재가 전국 중학생들의 대표시를 모아 시집『백양白羊』을 냈다. 김태은은 1939년에 김천에서 먼저 현대시(「등대의 소녀」, 『웅계雄鷄』)를 발표했지만 개인 시집을 내지는 못했고 시인이 되지 못했다.

김천인 최초의 현대시집 「발자욱」(1948)
이정기의 제1시집『발자국』에는 현대시 ‘보리는 익어 가다’, ‘고향의 오반’, ‘가주假住 이거보離去譜’, ‘산향山鄕’ 등 21편이 수록돼 있는데, 저자는 ‘보리는 익어 가다’를 丁亥年(1947) 6월에 썼다고 밝힌다(이정기 제2시집『불바다』에서). 이정기의 현대시로서는 최초의 작품이다.

“… 삭아 째진 백의를 걸치고/배 불리는 자유로/비조飛鳥되어 날으며/우리는 논둑에서 비가悲歌의 곡조를 지었다//청명한 어느 날/뇌성이 하늘 가아득 울리자/머-ㄴ 나라에서 곱다란 종소리가 흘러왔을 때/우리는 기뻐 춤을 췄으나/서글픈 향기는 자근거려/대지는 웃을 줄 몰라 입을 다물고/쓸쓸한 비옥比屋 감춘 토질土質 위에/탁한 역사의 찌꺼기는 먼지처럼 가라앉고 가라앉고 덮었다 덮인다// (중략) 보리는 이미 익어간다/서글픈 바람이 가득 찬 들 위에/보리는 날 수를 다투어/누렇게 익어간다/우리는 어떻게 보리를 거둘까/우리는 어디서부터 손을 대을까//”(이정기, ‘보리는 익어가다’ 부분). 이 무렵 그는『조선문학』주간으로 있는 정호승(鄭昊昇 본명 鄭英澤, 충주 태생 1916~ ? 월북) 시인, 소설가 정비석과 교류하고 있었다.

서울대 영문학과를 졸업한 이정기는 김천고교와 경북고교, 덕성여고를 거쳐 국민대학 영문학과에 재직하며 상주시인으로 활동했다. 제2시집『불바다』(1969)를 내면서 본격적으로 시작(詩作) 활동을 전개, 12권의 시집을 냈는데, 대부분이 고고인류학, 역사학에 기반한 문명비판적 장시이다. 한국펜클럽 전무이사, 한국현대시인협회장을 역임하면서 영미시 소개, 그 이론과 비평 또한 한국의 시를 번역해 국외에 많이 소개했다.

김천에서 최초로 중앙 문단에 데뷔한 임성길

시인 겸 합창지휘자 임성길

대구지역에서 최초로 합창음악을 시작한 사람은 테너 박태원, 이후 그의 동생 박태준, 현제명, 김문배 등이 그 전통을 이어오며 활약했다. 8·15 해방을 전후해 고태국, 김진균, 6·25 이후엔 김경우, 신상조, 안종배, 임성길 등이 대구의 합창문화를 일궈왔다. 이 가운데 임성길(林聖吉 김천 남산동 태생. 1926. 6. 10.~2006. 11. 21.)이 원래 김천의 시인이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드물다.

임성길은 김천국민학교를 거쳐 김천고보(제9회)에 재학할 때에 매주 월요일마다 김천으로 올라와 음악 출강을 하는 박태준으로부터 음악을 배웠다. 김천시문학구락부의『오동』을 창간할 때(1947. 8.) 편집과 재정을 담당하면서 현대시 “회한” “밤”을 발표했다. 그다음 해에『예술조선』지(제4호 1948. 9.)에 자유시 “무덤” “자화상”이 가작 당선(심사 서정주 조지훈, 심사평 한흑구)되면서 김천인으로서 최초로 중앙문단에 데뷔했다. 등단 대표작 “무덤”을 소개해 본다.

임성길이 시로 등단한 「예술조선」(1948년 9월호)
“여기는 이름짓기 너무나 무서운 그윽한 정적이 산다/야생화가 머리 드는 이른 봄, 새벽마다 음산히 들려오는 不吉鳥의 울음소리/지나가던 女巡禮의 눈물 흘린 옷자락에 평화가 묻혔구나 피 없는 얼골처럼/ 보라, 얼굴을 지키는 반항의 心事! 다만 말없이 누은 것이 아름다웁다/가까스로 한 사람이 들어간 문, 카인도 아벨도 이 길을 걸었나니/다음 날 다시 우는 不吉鳥의 노래가 또 하나 새로운 윤리를 펴리”(임성길, ‘무덤’ 전문).

그후 임성길은 서울대의 정영재, 김학근 교수에게서 성악을 수련하며 고려합창단, 대한합창단 활동을 했다. 6·25 동란이 발발하자 대구로 피란을 가서 중앙방송국 4중창단 활동, 부산과 대구에서 국방부정훈합창단 창설과 그 활동에 기여했다. 1952년부터 김천 시온중학교 음악과에 재직하며 국방부정훈군악대와 군목합창단에서 활동하다가 1954년 7월부터 대구 계성고교 음악과에 재직하면서 줄곧 대구 합창음악계의 선구적 역할을 했다. 대구음악협회장을 맡기도 했다.

대구음악사에서는 전국 어느 도시보다 대구가 합창문화를 왕성히 꽃피우는 데 선구적 역할을 한 지휘자로 임성길을 소개한다. 대구아동문학가협회 발간『동요작곡집』(1957)에 임성길 작곡의 동요 “돌날”(여영택 작사), “가 보았으면”(김진태 작사), “봄맞이”(윤혜승 작사) “병아리”(서영남 작사) 등이 수록돼 전한다.

<계속>

김천신문 기자 / kimcheon@hanmail.net입력 : 2026년 01월 0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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