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 ⓒ 김천신문 |
“형님.” “왜?” “좀, 대충 살아요.” “응? 대충 살라고?” “형님은 할 것 다 하셨잖아요. 이제 대충 살아요.” “그래? 다 했다고 하는데 뭘 다 했단 말이냐?” “형님, 그걸 꼭 말로 해야 됩니까?” “나는 잘 모르겠는데…….” 2018년 대구광역시남부교육지원청에서 초등교육지원과장으로 근무할 때 대구범어초등학교 김신표 선생님과 나눈 이야기이다. 김천시 농소면 출신으로 김천고등학교와 대구교육대학교 후배인데 지금은 대구비산초등학교 교감으로 재직 중이다.
김신표 후배가 말한 내용을 곰곰 생각해 본다. 1997년에 대구광역시교육청 제12회 초등교사 수업발표대회에서 국어과 1등급에 입상하여 국어과 연구교사가 되었다. 국립인 대구교육대학교대구부설초등학교에서 교사로 6년을 근무했다. 2008년 1월에 교육전문직원 시험에 합격해서 교육연구사와 장학사로 근무했다. 대구태현초등학교와 대구교육대학교대구부설초등학교 교감도 역임했다. 그리고 수업에 대한 책인 『수업? 너를 기다리는 동안』과 『수업, 너를 만나 행복해』도 출간하고 각종 강의에 강사로 활동했다. 그리고 특별한 문제가 발생하지 않으면 교장으로 발령을 받을 수 있는 초등교육지원과장의 직위에 있었다. 김신표 후배가 말을 한 시점 이전의 외형적인 이력이다. 지금 생각해보면 남들에게는 화려한 이력으로 비칠 수도 있으나, 그 외형의 경력만큼 충실한 내면과 행복한 인생이었는지는 의문이다.
당시에는 같은 교직에 있는 후배와는 제법 자주, 동기와 선배와는 아주 가끔씩 상담을 하는 일이 있었다. 전화 상담을 하거나 막걸리를 마시면서 상담을 하기도 했다. 근무지를 옮겨야 하는 상담, 수업 상담, 승진이나 전문직 시험에 대한 상담, 결혼과 이혼에 대한 상담, 이런 것들이 복합적으로 얽힌 상담도 있었다. 그중에서도 수업과 관계되는 상담을 할 때면 가장 신이 났었다. 선생님의 이야기를 듣고, 영호의 수업발표대회 경험, 수업심사 경험, 책 쓴 이야기 등을 나눌 때면 시간 가는 줄 모르는 즐거움이 있었다. 다음은 자리에 대한 상담을 할 때면 늘 하던 말이다.
“지금 있는 자리가 꽃자리이다. 지금 있는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라. 학생 탓하지 마라. 주변 환경도 탓하지 마라. 힘들고 어려운 학생일수록 더 다가가고 소통하고 배려하고 지원해라. 그렇다고 금방 교육적인 효과나 칭찬을 바라지 마라. 교대 동기 중에 제일 먼저 교감 되고 장학사 되는 게 중요한 게 아니다. 그런 자리에 오래 있는 게 중요한 게 아니다. 교감, 장학사 조금 늦게 하고 오래 하지 않더라도 잘 하는 게 중요하다. 먼저 하고 오래 하려고 하기 전에 왜 그것을 하려고 하는지를 먼저 생각하자. 나는 왜 교감을, 장학사를 하려고 하는가? 이 물음에 자신 있게 답할 수 있어야 좋은 교감과 장학사가 될 수 있다. 자신에게 교감이나 장학사를 할 수 있는 역량이 있는지 자문자답을 하자. 그 자문자답에서 내가 부족하다고 생각되면 노력하고 또 노력해라. 절차탁마해라. 그리고 꼭 승진해야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어쩌면 평교사로 좋은 수업을 하면서 정년퇴직하는 선생님들이야말로 가장 존경받아야 할 분들이다. 초등학교 승진문화는 심각하게 왜곡되어 있는 게 사실이다. 직위와 존경은 정비례하지 않는다. 자리는 결국 그 사람의 인격이고 철학이다. 자리에 맞는 인격과 철학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그 자리가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그리고…….”
김신표 후배와 이야기를 나누었던 대구광역시남부교육지원청 초등교육지원과장에서 대구교동초등학교 교장으로 전직을 하고, 교사와 교감으로 근무했던 대구교육대학교대구부설초등학교에서 교장으로 정년퇴직을 했다. 관리직인 교육전문직원이나 교감과 교장으로 근무할 때는 늘 수업 또 수업을 입에 달고 살았다. 대구광역시서부교육지원청 장학사로 근무할 때 만든 장학자료의 제목이 ‘수업! 너를 만나면’, ‘교사는 수업으로 말한다’, ‘수업력! 교사의 자존심입니다’, ‘수업력! 교사의 생명입니다’, ‘평가력! 교사 전문성의 마침표입니다’ 등이었다. 마지막 학교인 대구교육대학교대구부설초등학교의 비전은 ‘대한민국에서 가장 좋은 수업을 하는 학교’였다. 그렇게 현장에 있을 때는 수업(여기서 수업은 교육과정-수업-평가-기록의 일체화의 의미임)에 대한 열정이 행복이라고 생각했었다. 어떤 이들은 김영호는 수업에 미친 사람이라는 칭찬 아닌 칭찬을 하기도 했다.
이제 반거충이 농사꾼이 된 지 2년이 지났다. 수업에서 행복을 찾던 시절을 되돌아보면서 기억과 추억과 역사를 반추하기도 하지만, 이전에는 잘 알지 못했던 농사나 일상에서 소소한 행복을 찾으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 와중에 지난해 12월 초순 건강검진에서 이전에 볼 수 없었던 심각한 결과를 손에 쥐었다. 충격을 받아서 금주와 식사 조절, 야식 금지 등으로 한 달이 채 지나지 않아서 이전의 수치로 되돌릴 수 있었다. 또한 미루고 미루었던 수술로 여섯 바늘을 꿰매기도 했다. 수술을 하기 이전에 큰 누님이 다리 골절로 병원에 4주 동안 입원했다. 김가네의 오남매 중 첫째와 넷째가 동시에 김천의료원에 나흘이나 입원했다. 영호의 부모님이 자주 다녔던 김천의료원은 예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시설이나 의료 수준이 눈부신 발전을 했다. 김천의료원 모든 분들께 심심한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영호와 누님이 병원에 입원한 사이에 자형이 돌아가셨다. 누님은 남편의 마지막 가는 길을 직접 배웅하지 못하고 눈물의 음성녹음으로 대신했다.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1월 사이에 그동안 전혀 생각지도 않았던 일이 연이어 일어났다. 1건의 대형 사고가 발생하기 전에 29건의 경미한 사고가 일어나고, 300건의 징후가 선행한다는 하인리히의 법칙(Heinrich's Law)이 떠올랐다. 그동안 나나 내 주변의 일에 너무 무심했던 게 아닌가 하는 자괴감이 밀려왔다. ‘사는 게 무엇인가?’, ‘인생이란 무엇인가?’, ‘행복한 인생이란 무엇인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하게 되었다. 그러면서 퇴직 이전에 쓴 다섯 권의 책을 뒤적였다. 다섯 권의 결론은 수업에서 행복을 찾자는 것으로 귀결이 되었다. 그러면 수업을 인생, 지금의 삶으로 치환을 하면 될 것 같았다. 즉 행복한 인생, 지금의 삶에서 행복을 찾으면 되는 것이다.
행복은 무엇인가?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에는, ‘행복(行福)은 삼복의 하나로 대승의 행법을 지키며, 도심을 일으키어 인과의 도리를 믿으며, 대승 경전을 읽어서 이해하고, 다시 남에게도 권함으로써 얻는 복.’, ‘행복(幸福)은 복된 좋은 운, 생활에서 충분한 만족과 기쁨을 느끼어 흐뭇함 또는 그러한 상태.’로 정의하고 있다. 여기서 말하는 행복은 후자에 해당된다. 또한 각종 검색 기능을 활용해 보면, ‘행복은 단순한 긍정적 감정을 넘어, 생활 속에서 충분한 만족과 즐거움, 기쁨을 자주 느끼는 주관적인 상태. 강도 높은 한 번의 쾌락보다는 일상의 작은 기쁨을 자주 경험하는 것이 중요하며, 사회적 관계와 긍정적인 경험을 통해 얻어지는 생존과 적응의 도구.’라고 정의한다.
영호는 이전의 졸저 다섯 권을 참조하고 살아온 경험을 토대로 행복한 인생을 다음과 같이 엮고자 한다. ‘행복한 인생 ① 행복은’, ‘행복한 인생 ② 역사용’, ‘행복한 인생 ③ 인생철학’, ‘행복한 인생 ④ 건강’, ‘행복한 인생 ⑤ 인생문’이다. 김천신문 독자들은 행복한 인생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