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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공원 - 행복한 인생 ④ 건강

김영호(전 대구교육대학교 대구부설초등학교 교장)
김천신문 기자 / kimcheon@hanmail.net입력 : 2026년 03월 19일
ⓒ 김천신문
“‘짜증 내지 말고 운동해요. 대화도 해야 치매도 걸리지 않아요. 벌소리라도 좀 지끼 바. 걷지 못하더라도 나하고 살 수 있지만, 치매 걸리면 요양원 가야 해요. 지난번에는 서울 산다고 하데. 손깍지 끼고 머리 위로 올려 봐요. 하나 둘 세아리면서. 아구 잘하네. 그래도 다리가 좀 야물어졌어. 주먹 쥐었다 폈다 해.’ 맞은편 노부부의 대화다. 내가 들어도 아내는 살짝 울먹인다. 남편의 다리를 톡톡 두드리면서 다시 말을 잇는다. ‘다리가 이래 물렁해 가지고 어째 걷겠어.’ 나이 들면 부부밖에 없다고 한 말이 실감 난다. 남편을 향한 아내의 말에 새벽부터 가슴 짠하다. 운동 열심히 해야겠다. 아내 말도 잘 듣고.” 2026년 1월 14일 김천의료원에 입원 중일 때 페이스북에 올린 글이다.

미루고 미루던 수술을 하기 위해 2026년 1월 12일에 김천의료원에 입원했다. 2017년에 대구남부교육지원청 초등교육지원과장으로 있을 때 인근 정형외과에서 치료를 했었다. 그 뒤에는 아무 생각 없이 지냈는데, 지난해 아내가 등을 만지더니 병원을 가보라고 했다. 아내의 성화에 다음날 김천의료원에서 검사를 하니 수술을 해야 한다고 해서 겨울에 하기로 했었다. 입원 다음날 바로 수술을 했다. 부분 마취를 하고 수술을 하는 데는 30분이 채 걸리지 않았다. 수술을 마친 뒤에 왼쪽 팔은 서너 시간 동안 아무 감각이 없었다. “마취가 풀릴 때까지 팔이 부러져도 아픈 것을 모릅니다.”라던 수술을 집도한 정형외과 과장님의 말이 실감 났다.

수술을 마치고 김천의료원 310호에 입원한 네 분과 인사를 나누었다. 한 분은 영호가 김천고등학교 다닐 때 국어 선생님이셨다. 여든이 넘었는데 큰 딸이 지극정성으로 간호를 했다. 바로 옆에 계신 분은 아포읍장도 역임하신 분이라 우리 고향에서 공무원을 하신 분들도 훤히 꿰고 있었다. 한 분은 교통사고를 당해서 입원한 40대 후반의 남자였다. 마지막 분은 김천시 조마면이 고향인 여든이 넘은 분이다. 환자인 남편은 말씀이 거의 없고, 아내는 남편에게 끊임없이 말을 걸면서 운동을 시키려고 애를 태우던 장면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입원한 지 4일째 퇴원을 하는 날에 부녀회장인 아내가 마을 행사 때문에 아들이 대신 간병을 했는데,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환자는 김천고등학교 이근도 동기의 큰형님이었다.

영호는 지금까지 세 가지 확신 또는 확증 편향에 빠져 있었던 것 같다. 첫째는 나는 건강하다. 둘째는 나는 머리가 좋다. 셋째는 나는 착하고 정직하다. ‘나는 착하고 정직하다.’는 것은 아직까지 유효한 것 같다. 영호가 생각해도 악한 마음은 없다. 일상생활에서 욕은 사용하지 않고 좋은 말 바른 말을 사용하려고 노력한다. 거짓말도 하지 않으며 거짓말을 하는 사람도 싫어한다. 최근에는 글을 쓸 때 좀 더 나은 표현을 위해서 한국어능력시험 교재를 사서 공부하고 있다. ‘나는 머리가 좋다’는 말도 허상이다. 아포중학교 2학년 통지표를 보면 공부를 하지 않은 시험은 반에서 7등이나 8등이고, 공부를 한 시험인 중간고사는 2학년 전체 360여 명 중에서 2등이다. 이것을 근거로 ‘나는 머리가 좋다’라는 착각을 했는데, 그 뒤에 여러 시험에서 허상임이 여실히 증명되었다.

‘나는 건강하다.’는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젊었을 때 교직의 후배들이 영호에게 강철 체력이라고 부러워하기도 했었다. 180센티미터의 키에 70킬로그램이 되지 않는 체중은 약간 가냘프 보이기도 했지만, 굉장히 건강한 몸으로 헌칠하다거나 옷걸이가 좋다는 말도 종종 들었다. 모든 구기 운동은 평균보다 훨씬 잘했고, 술자리에서도 쉬 흐트러지거나 물러남이 없었다. 어려서부터 초동목아의 시절을 겪어서 학교에 근무할 때도 주말에는 고향의 부모님을 도와서 농사일 자체를 즐겼다. 무쏘로 20년 동안 구미에서 대구로 출퇴근하면서 659,012킬로미터를 운행했는데 차는 약간의 고장이 나기도 했지만 영호의 몸과 마음은 늘 생생했었다.

하지만 세월 앞에 장사가 없다는 게 빈말이 아니라는 게 실감 나는 현실이다. 지난해 12월에 건강검진에서 특정 수치가 엄청나게 높게 나왔다. “밥 양을 줄이고 운동하셔야 합니다.”라는 의사 선생님 말씀에 영호가 “술도 줄여야겠지요.”라는 질문을 하니 그저 웃기만 했다. 25일 동안 탄수화물의 양을 줄이고 전체 식사량도 확 줄였다. 그리고 매일같이 화양연화 농장에 출근해서 작업을 하기 전에 고향산천을 오르내리는 것을 한두 시간씩 했다. 매일 일만 보 이상을 걸으니 다리에 근력이 오르고 몸도 이전보다 훨씬 가벼워진 느낌이 들었다. 다시 검사를 하니 특정 수치는 정상으로 돌아왔고 다른 수치도 이전보다 좋아졌다.

물 들어왔을 때 노 저어야 하는데, 규칙적인 생활을 게을리했더니 금방 표시가 났다. 1월에 김천의료원에 입원을 한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고 해도 그 뒤에 약간의 방심이 다시 큰 화를 자초했다. 연이은 몇 번의 술자리와 과식에다 운동 부족까지 겹치니 몸은 금방 신호를 보냈다. 결정타는 구정을 앞둔 토요일에 아내와 동생, 결혼을 앞둔 아들 부부와 함께한 저녁이었다. 올해 마흔인 아들이 날까지 잡아서 좋아진 기분에 즐거운 저녁은 과식과 과음으로 이어졌다. 잠을 자다가 자정이 지나고 극심한 통증에 잠을 깼다. 처음에는 과음으로 속이 쓰리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오른쪽 엄지발가락이 발갛게 부어올랐고 바늘 수백 개가 콕콕 찌르는 것 같은 통증이 계속되었다. 소리를 지르고 울고 싶을 정도로 아팠지만, 절룩이는 걸음으로 물을 마시고 잠시 눈을 붙였다가 다시 통증에 잠을 깨는 게 외에는 달리 방법이 없었다. 결국 일요일 아침에 구미에 있는 대학병원의 응급실을 찾았다.

응급실에 다녀오고 통증이 약해져서 일요일 오후에는 아내와 아들 내외와 장을 보았다. 설 전날에는 다리를 절룩이면서 어물을 찌고 돼지고기를 삶고 탕국을 끓였다. 다닐 때는 운동화를 신을 수가 없어서 슬리퍼를 질질 끌었다. 설 다음날에는 꼼짝 않고 집에만 있었다. 설 연휴 이후에 20일은 대구교대 학위수여식이고 24일은 입학식이라 좌불안석이었다. 총동창회장으로 시상도 하고 축사도 해야 하는데, 다리를 절룩이면서 단상을 오르내릴 생각을 하니 아프다는 핑계를 대고 불참을 할까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런데 19일에 병원에 다녀오고 20일 아침이 되니 거짓말같이 부기도 빠지고 통증도 완전히 사라졌다. 그리고 며칠 동안 증상이 반복되다가 이제 안정이 되었지만, 언제 다시 문제가 생길지 몰라서 노심초사하고 있다.

이제 더 이상 예전같이 건강하지 않다는 것을 인정하고 더 이상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예방하고 치료를 해야 한다. 몸이 아프니 마음도 약해진다. 마음이 약해지면 몸도 따라간다. 몸과 마음은 “용기와 두려움은 한 이불을 덮고 잔다.”라는 말과 같이 항상 붙어 다닌다. 60대의 몸이 20대의 몸과 같을 수는 없다. ‘백세 시대라는 화두에서 골골 백세가 아닌 팔팔 백세로 살기 위한 방법’을 AI에게 물으니 근육 운동, 혈관 건강, 뇌 자극 등이라고 답한다. 누구나 나이가 들어가면서 어떤 일에 부딪히면 젊은 시절의 회상하면서 “마음은 뻔하다.”라는 말을 하곤 한다. 그러나 지나온 어제라는 길은 다시는 되돌아갈 수 없는 길이다. 건강을 잃으면 모든 것을 잃는다고 한다. 다시 돌아갈 수 없는 길에 연연해하지 말고 행복한 인생의 시작이자 마침표인 건강, 지금 여기 있는 나는 얼마나 건강한가를 톺아볼 때다.

김천신문 기자 / kimcheon@hanmail.net입력 : 2026년 03월 1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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