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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지금의 풍요가 미래의 족쇄가 되지 않으려면

조상명 교수
김천신문 기자 / kimcheon@hanmail.net입력 : 2026년 06월 29일
반도체發 세수 호황은 보너스일 뿐…인기 영합성 지출 멈춰야
청년에게 줄 것은 빚 아닌 가능성…재정 여력 비축할 때
ⓒ 김천신문

최근 반도체 산업의 회복세로 국가 세수가 예상보다 크게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나라 살림에 여유가 생긴다는 소식은 반가운 일이다. 그러나 마냥 반길 수만은 없다. 지금의 세수 호황은 경제의 기초 체력이 근본적으로 개선된 결과라기보다, 특정 산업의 사이클이 가져온 일시적 성과에 가깝기 때문이다.
가계로 비유하면 연말 보너스와 같다. 월급이 오른 것도 아닌데, 한 번 들어온 보너스를 매달 들어올 고정 수입처럼 여기고 씀씀이를 늘린다면 가정 경제는 금세 흔들리기 마련이다. 국가 재정 또한 이와 다르지 않다.

■ 성과급에 취해 고정 지출을 늘리는 위험
문제는 초과 세수가 발생할 때마다 되풀이되는 정치권의 관성이다. 새로운 지원금, 각종 현금성 정책, 단기 인기 사업들이 앞다퉈 거론된다. 당장은 환호를 받을 수 있을지 몰라도, 이러한 사업들은 한 번 시작되면 예산 구조를 경직시키고 좀처럼 줄이기 어렵다.
경제학에서 말하는 ‘공유지의 비극’은 국가 재정에서도 경계해야 할 현상이다. 모두의 자산인 국가 재정을 각자의 정치적 성과를 위해 경쟁적으로 소비하기 시작하면, 결국 공동체 전체의 미래 대응 능력은 약화된다. 재정이 더 이상 안전판이 아니라 부담의 원천으로 전락하는 것이다.
반도체 산업단지 입지 논란이나 부동산 세제 개편 논의도 같은 맥락에서 살펴봐야 한다. 국가 전략 자산의 배치를 산업 생태계 논리가 아닌 정치적 셈법으로 흔들거나, 시장 안정을 명분으로 충분한 검토 없이 땜질식 처방을 반복하는 것은 불확실성만 키울 뿐이다. 경제와 시장은 단기적인 정치 처방보다 예측 가능한 일관성을 원한다.
재정 운용 역시 마찬가지다. 일시적인 세수 증가를 장기 지출의 근거로 삼는 순간, 국가는 스스로 미래의 운신 폭을 좁히게 된다. 불확실성이 상수가 된 시대에 일시적 수입으로 지속적인 지출을 늘리는 것은 미래 세대가 갚아야 할 빚을 미리 당겨 쓰는 일과 다르지 않다.

■ 위기 관리의 본질은 ‘여력’을 남기는 것
지금 청년 세대는 이전 세대와 전혀 다른 경제 환경을 마주하고 있다. 높은 주거비와 치열한 취업 경쟁, 낮아진 성장률 속에서 이들은 성장의 혜택보다 부담을 먼저 떠안고 있다.
이들을 진정으로 보호하는 길은 정부가 돈을 풀어 잠시 온기를 주는 것이 아니다. 고령화, 연금·의료·돌봄 부담 등 거대한 사회적 파고가 닥쳤을 때 국가가 시스템을 유지할 수 있는 재정적 여력을 미리 확보해 두는 것이다. 위기 관리의 본질은 위기가 닥치기 전 안전판을 마련하는 데 있다.
지금처럼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을 때 부채를 줄이고 재정 체력을 비축하는 것이야말로 미래 세대를 위한 가장 확실한 보호책이다.

■ 지금 정부가 던져야 할 질문
물론 모든 초과 세수를 빚 갚는 데만 쓰자는 뜻은 아니다. 핵심 인프라와 미래 산업 분야에는 과감히 투자해야 한다. 다만 그 기준은 명확해야 한다. 산업적 자율성을 훼손하는 인위적 개입이나, 일시적 성과급에 취해 미래의 재정 체력을 훼손하는 선택은 경계해야 한다.
지금 정부가 던져야 할 질문은 단순히 “이 돈을 어디에 더 쓸 것인가”가 아니다. “미래를 위해 어디에 투자하고, 어디에서 절제할 것인가”라는 책임 있는 질문이어야 한다.
기성세대가 오늘의 인기를 위해 미래 세대에게 빚이라는 청구서를 넘기는 방식의 국정 운영은 이제 멈춰야 한다. 초과 세수는 반가운 소식이지만, 그것이 곧 잔치를 벌여도 된다는 뜻은 아니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더 화려한 소비가 아니라, 예기치 못한 위기를 견딜 수 있는 체력을 기르는 책임 있는 절제다.
미래 세대에게 남겨야 할 것은 빚의 목록이 아니라,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가능성이다.

김천신문 기자 / kimcheon@hanmail.net입력 : 2026년 06월 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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