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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천신문 |
입추가 지났다.
아침저녁 바람이 달라졌다. 한낮의 더위도 한풀 꺾인 듯하다. 그래서 사람들은 조금 안심한다.
그러나 안전은 바로 그 순간부터 다시 살펴야 한다. 가장 위험한 순간은 위험이 사라진 순간이 아니라, 위험이 사라졌다고 믿는 순간일 수 있기 때문이다.
■ 기후가 달라졌다면 안전의 기준도 달라져야 한다
입추가 지났다고 폭염이 끝난 것은 아니다. 기후변화로 여름은 길어지고 늦더위와 이상고온은 반복되고 있다. 이제 ‘8월이면 더위가 꺾인다’는 과거의 경험만으로 올해의 안전을 판단해서는 안 된다. 기후가 변했는데 안전관리의 기준이 그대로라면, 우리가 관리하는 것은 위험이 아니라 관행일 뿐이다.
전국 곳곳에서는 마라톤, 산악마라톤, 울트라마라톤, 사이클 대회, 걷기대회와 각종 지역축제가 열린다. 문제는 행사가 아니다. 달라진 기후환경에 맞춰 행사의 안전조건도 달라지고 있느냐는 것이다.
마라톤은 장시간 달리며 체온이 오른다. 사이클은 장거리 이동과 지속적인 야외 노출이 따른다. 산악마라톤은 경사와 고도, 구조 접근의 어려움이 더해지고, 울트라마라톤은 장시간 운동이라는 위험요인이 추가된다. 종목은 달라도 공통점은 하나다. 사람이 오랜 시간 기상환경에 노출된다는 것. 그렇다면 행사 전부터 판단이 달라져야 한다.
■ 위험할 때 행사를 바꿀 수 있어야 한다
기온과 습도, 체감온도, 폭염특보 등 기상상황을 살피고 행사 시간과 코스, 참가자 규모, 급수와 휴식시설, 의료·구조체계를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한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이 있다. 위험할 때 행사를 바꿀 수 있어야 한다. 기상상황이 예상보다 악화된다면 시간을 조정하고 코스를 축소할 수 있어야 한다. 필요하다면 연기하거나 취소할 수도 있어야 한다. 행사를 중단하는 것이 실패가 아니다. 사람을 지키기 위해 행사를 멈출 수 있는 것이야말로 안전행정의 실력이다.
위험을 알면서도 행사를 그대로 진행한다면, 그것은 어느 한 주체의 문제가 아니다. 모두의 실패다. 참가자 역시 자신의 건강상태를 살피고 무리하지 않을 책임이 있다. 그러나 위험을 예측하고 행사를 설계하는 주체의 책임까지 개인에게 떠넘겨서는 안 된다.
안전은 사고가 난 뒤 책임을 나누는 일이 아니다. 사고가 나기 전에 위험을 줄이는 일이다.
그리고 안전은 정해진 기준을 지키는 데 머물러서도 안 된다. 달라진 위험을 읽고, 필요하면 판단을 바꾸는 일이다.
■ 행사의 성공은 ‘무사 귀환’이어야 한다
이제 행사 성공의 기준도 달라져야 한다. 참가자가 몇 명이었는가. 얼마나 성황리에 개최됐는가. 몇 명이 완주했는가. 이것만으로 충분하지 않다.
모든 참가자가 무사히 집으로 돌아갔는가. 그것이 가장 중요한 성공 기준이어야 한다.
입추를 지나 더위가 조금 누그러진 듯하다. 하지만 기후는 우리가 정한 절기에 맞춰 움직이지 않는다.
“이 정도쯤이야.” “예년에도 했는데.” “별일 없겠지.” 바로 이런 생각이 위험하다.
늦더위가 무서운 것이 아니다. 변화한 위험을 인정하지 않는 안전불감증이 더 무섭다. 기후가 변했다면 행정은 위험을 읽는 방식부터 바꿔야 한다.
행사도 마찬가지다. 과거의 경험이 아니라 지금의 위험을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 그리고 필요하다면 과감하게 바꿀 수 있어야 한다. 국민이 원하는 것은 사고가 난 뒤의 사과가 아니다. 사고가 나기 전에 위험을 알아보고 움직이는 행정이다. 결국 안전은 거창한 구호가 아니다. 위험을 보고도 외면하지 않는 것, 필요할 때 멈출 수 있는 것, 사고가 나기 전에 판단하는 것.
그것이 행정의 책임이고, 결국 실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