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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공원 - 선물과 화광동진

김영호(전 대구교육대학교 대구부설초등학교 교장)
김천신문 기자 / kimcheon@hanmail.net입력 : 2026년 08월 13일
ⓒ 김천신문
“우주에서 우리에겐 두 가지 선물이 주어진다. ( )하는 능력과 ( )하는 능력, 그 두 가지 선물은 우리를 따뜻하게 해주는 불인 동시에 우리를 태우는 불이기도 하다.” 미국의 시인인 메리 올리버(Mary Oliver)의 산문집 『휘파람 부는 사람』의 서문 11쪽에 나오는 글이다. 영호가 강의할 때 사용하는 파워포인트의 첫 화면은 제목과 강연 일시 등이 나온다. 배경 화면은 2018년 11월 17일 토요일 오후 1시 50분에 김천시 아포읍 대신리 703번지 부모님 산소 앞에서 찍은 사진이다. 뭉게구름이 높은 가을 하늘과 민들레 홀씨와 지게가 있다. 둘째 슬라이드는 영호의 전직과 현직 이력이 사진과 함께 실려있다. 세 번째 장면이 메리 올리버의 두 가지 선물이다.

“우주에서 우리 인간에게 주는 두 가지 선물은 무엇일까요?”라고는 잠시 뜸을 들인다. 질문했으면 질문에 대한 답을 생각할 시간을 주는 것은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필요하다. 사전에 강의 자료를 미리 살펴보지 않으면 두 가지 선물에 대한 답이 쉽게 나오지 않는다. “각각 두 글자입니다. 두 가지 중 하나는 지금 정답이 나가고 있습니다. 그러면 지금부터 휴대전화로 검색을 해보겠습니다. 정답을 찾으신 분은 손을 들어주세요.” 첫 번째 정답을 발표한 이에게 선물을 준다. 그리고 오늘 강의의 전체적인 맥락이 두 가지 선물이라고 하고, 질문할 것이 있으면 강의 중에라도 손을 들고 질문을 할 수 있음을 공지한다. 그리고 질문을 받는다. 마지막 슬라이드가 나가기 직전에도 ‘현문우답’이라는 슬라이드를 띄우고 질문을 받는다.

영호의 강의나 강연은 영호의 이야기이다. 더 자세히 말하면 영호의 수업 이야기이다. 영호가 다닌 학교에서 받은 수업에서 특히 남는 것과 선생님의 이야기가 있다. 학교와 교육청의 수업 이야기가 있다. 노래와 동영상과 많은 사진도 있다. 모든 강의의 첫 슬라이드에 삽입된 노래는 황규영의 ‘나는 문제없어’이고, 마지막 슬라이드의 노래는 강산에의 ‘넌 할 수 있어’이다. 동영상의 두 개 정도인데 영호의 수업 장면이다. 사진 자료 중에서 가장 애용하는 것은 대신초등학교 6학년 때 찍은 까까머리 영호이다. 좋아하는 시인 류시화의 ‘소금’, 조동화의 ‘나 하나 꽃 피어’, 도종환의 ‘흔들리며 피는 꽃’도 빠지지 않는다.

2026년 8월 1일 토요일에 전주교육대학교 교사교육센터에서 열린‘제4회 한국초등문학교육학회 정기학술대회’에서 기조 강연을 했다. 학술대회의 주제는 ‘초등문학교육의 실천과 연구의 만남: 수업 현상에 대한 학문적 탐구’이다. 영호의 강의 주제는 ‘좋은 국어수업과 선생님의 수업역량’이다. 한국교원대학교 김상한 교수님께 강의 요청이 받았다. 현장 감각도 떨어지고 역량이 부족하다고 고사를 했지만 끝내 교수님의 요청을 거절하지 못했다.

기조 강연을 마치고 몇 가지 질문이 이어졌다. 첫 질문은 “좋은 국어수업을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이다. “선생님의 수업력은 그저 얻어지거나 향상되지 않습니다. 내 수업 많이 하고, 다른 수업 많이 보고, 수업을 많이 생각하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교직 경력이 20년이라고 그저 수업을 잘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자신에게 질문이 필요합니다. 나는 지금 어느 정도의 수업을 하고 있는가? 그러면 스스로 겸손해지겠지요. 내 수업에 겸손해지면 더 잘하겠다는 열정은 따라온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겸손과 열정으로 일신우일신 하면 시나브로 내 수업력은 향상될 것입니다. 국어수업도 다르지 않습니다.” 현문우답이다.

두 번째 질문은 “장학사 시범수업 장면 슬라이드에서 ‘모든 아이들이 파안대소를 했다. 어떤 질문을 했을까요? ( )’라고 괄호가 있었는데 그 괄호 안에는 어떤 내용인지 궁금합니다.” 영호가 대구광역시서부교육지원청 장학사로 근무하던 2010년 5월 18일 화요일에 대구북비산초등학교 장학지도에서 시범수업을 한 장면이다. “예, 좋은 질문입니다, ‘속옷 없는 행복’이라는 제목의 이야기인데, 중병에 걸린 왕의 마지막 처방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의 속옷을 가져다 입히면 낫는다는 것이었습니다. 신하들이 사방으로 흩어져 처방에 맞는 사람을 찾는 중인데, 그 나라에서 제일 잘생긴 남자한테 갔습니다. ‘당신은 우리나라에서 제일 잘생긴 남자라고 소문이 자자한데, 지금 당신은 행복하십니까?’라는 질문입니다.” 실제 그 장면에서 남자아이는 매우 쑥스러워하고 다른 아이들은 입이 귀에 걸렸다. 남자아이는 뒷모습만 찍혔다.

그리고 학회장인 전주교육대학교 최경희 교수님이 질문하셨다. “교장 선생님 강연에는 많은 노래와 시가 나오는데, 문학교육의 좋은 본보기인 것 같습니다. 혹시 교장 선생님 노래도 잘하시나요?”라는 질문에 조금도 망설임 없이 “예, 노래 잘합니다.”라고 대답했다. “그러면 바로 노래 한 곡 해주실 수 있으신지요?” 전혀 생각하지 못한 질문이라 난감하고 당황했다. 사실 100여 분 정도의 강의 시간이 주어질 때는 슬라이드 하나에 피아노 반주와 가사를 넣어서 여차하면 노래를 부르곤 했었다. 잠시 망설이다가 ‘시월의 어느 멋진 날에’를 부르기 시작했다. “눈을 뜨기 힘든 가을보다 높은 저 하늘이 기분 좋아 휴일 아침이면 나를 깨운 전화 오늘은 어디서 무얼 할까.”라고는 마쳤다.

이번 여름의 기조 강연과 1박 2일의 피서를 마치면서 어떤 선물을 받았는지 생각했다. 사랑과 질문으로 시작한 영호의 기조 강연 덕분에 생각을 다듬고 전주와 고창을 가고 귀인을 만나는 선물도 받았다.

먼저, 영호가 생각하던 국어수업과 선생님의 수업역량을 다시 정립하는 기회였다. 정년퇴직하고 3년이 다 되었는데, 현장에 있을 때는 미처 생각하지 못하던 것을 깨닫게 되었다. 숲에서는 나무만 보고 숲을 잘 보지 못했는데, 숲을 나오니 나무보다는 숲을 보는 눈이 생기는 것과 같은 이치였다. 최근 기간제 교사로 현장을 주마간산한 것도 도움이 되었다. 농사를 짓는 틈틈이 강연 자료를 준비하는 시간이 즐거웠다.

또한, 건강한 국어교육 특히 문학교육의 열기를 체험했다. 학회 회원들은 교수님들, 박사 학위를 받은 현장의 선생님들, 박사 과정에 매진하는 선생님들이다. 애초 50분의 시간을 훨씬 초과한 강연에도 진지한 눈빛, 적절한 반응 등이 영호에게는 큰 힘이 되었다. 대구교대 후배로 교수가 된 전주교대 국어교육과의 이창근 교수님, 한국교원대학교 초등교육과의 김상한 교수님을 만난 기쁨이 있다. 영호가 교대부초에 교사로 있을 때 영호 반의 하근희 교생 선생님이 대구교대 국어과 교수님이 되었다. 반갑고 고마운 일이다.

그리고 이영환 교장 선생님을 만난 것이다. 지금은 전북교육청 정책국장을 맡고 있다. 영호가 대구교육대학교대구부설초등학교 교장으로 근무할 때 이영환 교장 선생님은 전주교육대학교전주부설초등학교 교장으로 계셨다. 당시에는 이심전심이었다. 퇴직하고 몇 번 뵙는다는 게 이제야 만났다. 바쁜 일정에도 손수 운전하시면서 전주부설초 앞의 도서관과 늘숲 카페와 금산사를 구경시켜 주시고 맛있는 저녁까지 사 주셨다.

마지막 선물은 아내와 아들과 며느리이다. 이번 출장에는 아내도 동행했다. 이틀 동안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아내가 참 좋아했다. 전주의 한옥마을 부근에서 하룻밤을 묵고 아침에 잠깐 한옥마을을 둘러보았다. 그리고 출장과 휴가차 광주를 거쳐 고창에 머물던 아들과 며느리를 만났다. 점심을 먹고 차를 마시고 헤어졌다. 아내와 1박 2일의 여름 피서도 덤이 되었다.

다시 일상으로 돌아와서 나는 세상의 다른 이들에게 어떤 선물을 줄 수 있을까를 고민하다가 화광동진(和光同塵)에 이르렀다. 화광동진은 노자의 도덕경에 나오는데, ‘자신의 빛을 부드럽게 하여 속세의 티끌과 함께한다.’이다. 부연하면 ‘자신의 눈부신 재능이나 덕을 뽐내지 않고 세상의 평범한 이들과 함께 어울림’을 뜻한다. 그렇다고 영호가 눈부신 재능이나 덕을 가졌다는 것은 아니다. 지금부터 영호는 메리 올리버가 말한 사랑하는 능력과 질문하는 능력을 좀 더 많은 이들에게 조건 없이 무료로 나누는 게 선물이고 화광동진이 아닐까?

김천신문 기자 / kimcheon@hanmail.net입력 : 2026년 08월 1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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