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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와 함께 살아가는 문태준 시인, 독자와 소통하다


김천신문 기자 / kimcheon@hanmail.net입력 : 2026년 08월 13일
“이제 김천엘 가는 일도 쉽지가 않다. 일 년에 몇 차례 가는 게 고작이다. 그러나 시 짓는 일이 막막하거나, 사는 일이 버거울 때 나는 김천엘 간다. 그곳에는 나의 생가도 없고, 말을 나눌 내 또래의 젊은 농부도 없다. 그러나 그곳에는 어떤 에너지와 풋기운 같은 것이 있다.”

제주 문인육필문학관에서 초청 낭독회를 하고 있는 문태준 시인(왼쪽)과 사회자 정훈교 시인(2026.7.31)

문태준 시인이 등단 초기 어느 신문에서 한 말이다. 김천 봉산면 태화리에서 태어나고 자라 서울에서 대학 졸업반 때 『문예중앙』을 통해 등단(1994)한 많은 그의 시편에는 고향 마을의 풍경과 마을주민 생활상, 가족 이야기가 깔려 있다. 고향의 자연과 주민 인심, 생활상은 그의 문학적 자산이 된 셈이다. 그는 김천이 낳은, 현재 한국 서정시의 대표적인 시인으로 인지도 가 높은 시인이다. 2004년~2005년 문인들이 뽑은 가장 좋은 시인으로 선정되기도 하였으며 국내의 여러 문학상을 수상하고 있는 시인이다.

지난달 말일 폭염 날씨에 제주시 육필문학관에서 문태준 시인 초청 낭독회가 있었다. 낭독 북토크는 육필문학관 박재형 관장, 도슨트 투어 양봉석 대표, 50여 명의 독자가 모인 가운데 차분하게 진행되었다. 문 시인은 독자들이 선정한 자신의 시 「맨발」 「가재미」 「항아리 「무지개」「잎사귀에 여름비가 올 때」 등 5편을 낭송해 가면서 창작 과정과 배경, 자신의 문학과 삶에 대한 소회를 독자와 나누었다.

문태준의 시는 크게 나누어 고향의 정경과 주민 생활상, 가족사적 내력, 시에 저며 넣는 불교적 사유로 볼 수 있는데 「가재미」는 그의 대표작이 되어가고 있다. 이날 문 시인은 첫 번째로 「가재미」를 낭송했다. 2004년 시인과 평론가가 뽑은 문예지에 실린 가장 좋은 시, 문학 교육 과정에서 중요히 다루어지고 있는 작품이다. 2005년 미당문학상을 수상한 작품이기도 하다. 시 「가재미」의 전반부는 이렇다.

“김천의료원 6인실 302호에 산소마스크를 쓰고 암 투병 중인 그녀가 누워 있다/바닥에 바짝 엎드린 가재미처럼 그녀가 누워 있다/나는 그녀의 옆에 나란히 한 마리 가재미로 눕는다/가재미가 가재미에게 눈길을 건네자 그녀가 울컥 눈물을 쏟아낸다/한쪽 눈이 다른 한쪽 눈으로 옮아 붙은 야윈 그녀가 운다/그녀는 죽음만을 보고 있고 나는 그녀가 살아온 파랑 같은 날들을 보고 있다/좌우를 흔들며 살던 그녀의 물속 삶을 나는 떠올린다/그녀의 오솔길이며 그 길에 돋아나던 대낮의 뻐꾸기 소리며/가늘은 국수를 삶던 저녁이며 흙담조차 없었던 그녀 누대의 가계를 떠올린다/" (하략)

문인 초청 낭독 북토크 현장에서의 문태준 시인과 민빛솔 시인(왼쪽)

이 시에서 김천의료원 병실에 말기암 환자로 누워 있는 그녀는 시인의 큰어머니가 모델이다. 시적 화자는 그녀의 모습을 가재미에 비유하고, 그녀가 살아온 가난하고 고독한 삶을 회상하며, 죽음에 가까워진 그녀 곁에 나란히 누워 고통을 함께해 본다. 은유와 직유는 물론 시각적 심상과 청각적 심상, 촉각적 심상까지 동원되어 독자의 눈가에 물기를 맺게 한다. 사랑에 관한 시이면서 죽음에 대한 시이기도 하다. 사랑은 상대를 구해내는 것이라기보다 상대가 어둠에 처했을 때 곁에 가 나란히 누워주는 마음이라고 화자가 조용히 일러주는 듯하다.

「맨발」은 2003년 시인들이 가장 좋은 시로 선정한 시, 역시 고교 문학 교과서 및 수능 특강에서 취급되고 있는 작품이다. 화자는 어물전에서 우연히 본 조개를 차분히 관찰하며 연상을 통해, 가족의 생계를 위해 노력하는 가장의 모습을 제시하고 있다. 개조개의 속살을 의인법을 통해, ‘맨발’로 치환한 것이다. 시적 화자는 껍질을 열고 바깥으로 나온 개조개의 속살의 움직임을 보며 죽은 부처의 맨발, 다시 가족의 생계를 위해 거리로 나선 가장의 맨발로 연결해 내었다. 가족의 생계를 위한 가장의 노력을 승려의 탁발과 같은 경지에 둔 것이다. 역시 다양한 감각적 이미지를 중첩하여 조개가 겪는 고통의 순간이 입체적으로 그려진 시다. 아버지의 지난한 삶이 부처의 맨발 수행과 같은 고귀한 행위라는 것, 우리가 삶에서 고달픔을 겪지만 너무 아파하지 말라는 위안을 주는 시다.

북토크는 후반에 독자와의 질의 응답으로 이어져 밤 9시경에 종료 되었다. 문 시인은 지금껏 550여 편의 시를 써서 9권의 시집을 냈다고 한다. 고려대 국문학과를 졸업하면서 불교방송에 입사, 그 동안 동국대 국문학과에서 박사 과정을 밟았다. 현재 제주불교방송 총국장으로 있으면서 처가 곳인 제주 애월읍 장전리에 거주, 이 마을에서 부인이 북카페를 운영하고 있다. 김천에는 자주 오느냐 물으니 자주 온다고 하며 그는 배낭을 메고 밖이 어두운 문학관을 나섰다.

김천신문 기자 / kimcheon@hanmail.net입력 : 2026년 08월 1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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