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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천신문 |
민족 고유의 명절 추석이 다가오면 한동안 잊고 지내던 고향의 정겨운 흙냄새와 부모님의 넓은 품이 그리워지기 마련이다. 타지에서 바쁘게 살아가던 자식들이 귀성길에 오르고, 마당에 모여 따뜻한 정을 나누는 고향은 누구에게나 마음의 안식처이자 뿌리다. 그러나 명절의 활기가 걷히고 나면, 우리 고향 농촌이 마주한 현실은 그리 한가롭지 않다. 들녘을 지키는 이들은 하나둘 늙어가고, 빈 집과 방치된 농지가 늘어나는 지방 소도시의 그늘은 갈수록 짙어지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농림축산식품부가 실시하는 농지전수조사는 헌법상 ‘경자유전(耕者有田)’ 원칙을 확립하고 농지 투기를 차단해 농업 생산성을 제고하겠다는 취지의 행정 조치다. 그러나 조사 이후 이어지는 행정처분은 처분 명령과 이행강제금 부과 등 일률적인 징벌성 규제에 집중되어 있어, 고령화와 인구 감소로 고사 직전에 몰린 지방 농촌의 구조적 문제를 해소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거세다.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시대적 변화와 현장과의 갭이다. 1948년 헌법 제정 당시 확립된 “농사짓는 사람만 땅을 가져야 한다”는 엄격한 틀이 70여 년이 지난 지금의 농촌 현실에도 유효한가에 대한 의문이 커지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3년 기준 국내 농가 인구 비율은 전체의 4.3%까지 떨어졌고, 65세 이상 고령 농가 비율은 52.6%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농업 인구가 급감하고 영농 종사자가 빠르게 고령화되는 현실에서, 경자유전의 획일적 잣대는 농지 거래를 옥죄어 자산 가치를 급락시키고, 귀농·귀촌이나 외부 민간 자본의 유입을 가로막는 결정적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수도권의 부동산 투기 세력을 잡기 위해 강화된 농지법 규제가 인구소멸 위험 지역인 김천시와 같은 지방 중소도시에까지 일률 적용되는 것은 심각한 정책적 불균형을 낳는다. 김천시는 전체 면적의 다수를 차지하는 농가 지역에서 자두·포도 등 대한민국 대표 특산물의 생산 기반을 유지하고 있지만, 60대 이상 농가 인구가 과반을 넘어서며 휴경지 및 경작 포기 농지가 매년 늘어나는 추세다. 수도권 외곽의 농지 투기 차단용 핀셋 규제가 김천에서는 도리어 외지인의 주말·체험영농 유입, 귀촌 은퇴자의 농가 주택 및 소규모 영농 취득, 영농조합법인의 6차 산업 투자를 가로막아 ‘지역 경제 고사’를 부추기는 부작용을 낳고 있는 셈이다.
지방의 농지 정책은 단순한 ‘투기 차단’을 넘어 ‘지역 소멸 방지’라는 생존의 관점으로 대전환되어야 한다.
수도권과 지방의 차별화된 농지 규제 적용 수도권 및 대도시 근교와 인구소멸 위기 지역인 지방 소도시의 농지 규제를 이원화해야 한다. 김천과 같은 지방 농지에는 소유 기준을 대폭 완화하여 체험농장, 융복합 산업 공간, 체류형 쉼터 등 다각적 활용을 허용해야 한다.
기획부동산의 ‘지분 쪼개기’ 투기는 철저히 정밀 타격 다만 농지 규제 완화가 무분별한 난개발이나 투기로 변질되지 않도록 경계해야 한다. 기왕에 전수조사를 진행하는 만큼, 개발 호재를 미끼로 농지를 수십 명에게 지분으로 쪼개 파는 기획부동산의 불법 투기행위는 반드시 가려내어 강력한 법적 처벌과 원상회복 명령을 내려야 한다.
고령 농가를 위한 ‘합법적 농지 이양·처분’ 기회 제공 반면, 기획부동산의 투기성 농지와 달리 고령이나 건강상 이유로 실제 경작이 불가능함에도 매매나 임대가 막혀 고통받던 지역 어르신들에게는 이번 조사를 계기로 합법적으로 농지를 매각·처분할 수 있는 원스톱 창구를 열어주어야 한다.
처분 위주에서 ‘지자체·농지은행 연계 활용’으로 전환 방치된 휴경지를 무조건 처분·경매로 내몰아 이행강제금을 부과할 것이 아니라, 김천시나 한국농어촌공사 농지은행이 유연하게 공공 매입 및 임대·위탁을 맡아 청년창업농이나 귀농인에게 장기 제공하는 상생형 순환 모델을 구축해야 한다.
현실과 떨어진 획일적 잣대로 지방 농촌의 손발을 묶는 정책은 농지 보전도, 지역 활성화도 모두 놓치는 결과를 초래한다. 불법 기획부동산 투기는 일벌백계하되, 고령 농가의 시름을 덜고 정든 고향 마을이 지속 가능할 수 있도록 지방의 생존 여건을 반영하는 획기적인 농지법 개정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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