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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공원 - 기·추·역 20 오·멀·함

김영호(전 대구교육대학교 대구부설초등학교 교장)
김천신문 기자 / kimcheon@hanmail.net입력 : 2026년 10월 15일
ⓒ 김천신문
“대구교육대학교 20회 동기님들. 화양연화 농장 방문을 환영합니다. 사랑합니다. 2026년 10월 5일 월요일은 화양연화 오늘도 참 좋은 날입니다. 오늘의 일정은 시종일관 ‘즐기기’입니다. 좀 불편하더라도 ‘내 농장이다’라고 생각하시고 하루를 즐기시기 바랍니다. 박주산채이지만 함께 즐기면 진수성찬이 부럽지 않을 것입니다. 또한, 간이 파크골프, 새총 쏘기, 환담 나누기, 휴식 등을 즐기는 시간이 되시길 소망합니다. 적당한 시간에 이동해서 영호가 통학 열차를 타고 내린 대신역의 대신역 카페에서 하루 일정을 마무리하겠습니다.”

동기 11명이 화양연화 농장을 방문했다. 환영 글의 첫 부분이다. 9월 말부터 농막 안을 정리하고 복숭아밭의 제초 작업도 마쳤다. 행사용 의자 10개와 불판 하나도 새로 샀다. 음료수병 두 개에 들국화와 억새를 푸짐하게 꽂았다. 아내도 안팎을 정리하느라 분주했다. 동기들이 방문하기 하루 전에 환영하는 글과 화양연화 농장의 이력을 정리했다. 하나하나 설명하는 것보다는 미리 안내하고 기록을 남긴다는 역사성의 의미도 더했다. 단체 카톡에 공유하고 출력을 해서 개인별로 봉투에 넣었다. 모두가 약속 시각인 오전 10시 30분이 되기 전에 도착했다. 준비한 봉투를 나누어 주고 간단한 설명을 했다. 진상배 동기가 “영호야, 오늘 간장 주인은 나다. 어젯밤부터 공부 많이 했다.”라면서 환영 글 마지막의 퀴즈에 자신감을 보였다. 남자 동기들은 영호와 함께 포도밭에 가서 포도를 땄다. 여자 동기들은 아내와 함께 포도밭과 농로에서 들국화를 들고 사진을 찍느라 분주했다. 이어지는 환영 글이다.

“이 터(4필지 1,040평)는 영호가 대신초등학교 4학년 때 너무나 착하고 부지런하셨던 부모님이 마을 사람에게 산 땅입니다. 처음에는 벼농사를 짓다가 사과 농사, 자두 농사로 바뀌었습니다. 부모님이 연로하시고는 동생이 자두 농사를 지었습니다. 2020년 대구교육대학교대구부설초등학교 교장으로 자리를 옮기고 농장을 다듬기 시작했습니다. 2021년 6월 말부터 100여 일 동안 20~30년 된 자두나무 100여 그루를 베었습니다. 

굴착기로 뿌리를 캐고 퇴비를 넣고 석회를 뿌렸습니다. 그 겨울부터 포도밭 비 가림 시설을 했습니다. 2022년 3월 9일 수요일 대통령 선거일에 샤인 머스캣 묘목 110그루를 심었습니다. 3월 13일 일요일에는 복숭아 묘목을 심었습니다. 화양연화 농장의 상징인 자귀나무는 2021년 10월에 선산에서 벌초하다가 산소 가장자리에 자생한 영호 새끼손가락 굵기에 한 자 남짓한 것을 옮겨 심어서 키운 것입니다. 화양연화 농장의 복숭아(신비, 대극천)와 포도는 맛있다는 소문이 자자합니다. 공판장에는 한 상자도 출하하지 않습니다. 화양연화 농장은 ‘정직한 농사, 건강한 맛, 착한 가격’을 지향합니다.”

점심은 추석 때 준비해 둔 고창의 풍천장어부터 시작했다. 불판 두 곳에 13명의 대구교육대학교 20회 동기들이 둘러앉았다. 뒤이어 동기들이 준비해온 삼겹살이 익어가는 소리와 동기들의 정겨운 웃음꽃이 화양연화 농장에 소리 없이 스며들었다. 미리 점심을 마친 동기들은 아내의 팬플룻 연주와 고고 장구 장단에 어깨가 들썩이기도 했다. 다시 이어지는 환영 글이다.

“특별한 일이 없으면 농장으로 출근합니다. 여름이면 오전 일을 마치고 지하수로 찬물 샤워를 합니다. 낮잠도 필요합니다. 오후 일을 마치면 오전과 마찬가지로 찬물 샤워를 합니다. 매일 농장에 출근하고 학교폭력이 열리면 대구에 가고, 대구신문과 김천신문에 실을 글을 씁니다. 매주 목요일은 오전이나 오후에 김천신문을 5개 기관에 나누는 배달부이기도 합니다. 주말에는 김가네의 농사 일정이 빠지지 않습니다. 김천에서 기간제를 구하고 구하다가 구하지 못하면 영호에게 연락합니다. 가끔 김천 문인협회 활동도 합니다. 그리고 어쩌다 대구교육대학교총동창회 제28대 회장이 되었습니다. 물심양면으로 도움을 주시는 우리 20회 동기님들께 감사를 드립니다.”

대구교육대학교 20회 동기들은 1981년 3월 5일에 600명이 입학했다. 남자 120명, 여자 480명이었는데 2년제 교대의 마지막 세대이다. 지금은 모두 정년퇴직을 하고 즐겁고 행복한 제2의 인생을 만끽하고 있다. 영호가 어쩌다 대구교육대학교총동창회장이 되었는데 동기들이 20명이나 부회장을 맡아주고 있다. 지금까지 한 동기에서 이렇게 많은 부회장은 맡은 적이 없었고 앞으로도 없을 것이란 생각이다. 고맙고 또 고마운 일이다. 환영 글의 마지막 문단이다.

“농장 이름을 정할 때는 생각이 많았었습니다. 결국, 화양연화(花樣年華)로 지었습니다. 화양연화는 2000년 개봉한 홍콩 영화입니다. 제목인 화양연화는 인생에서 꽃과 같이 가장 아름답고 행복한 시간을 의미합니다. 영호는 이 화양연화를 ‘오늘도 참 좋은 날’이라고 명명했습니다. 그래서 화양연화 농장은 화양연화, 오늘도 참 좋은 날입니다. 마지막으로 영호가 2020년부터 오늘까지 화양연화 농장에 투자한 금액은 어느 정도일까요? 1,040평 안에 들어간 모든 것을 합산한 금액입니다. 금액을 가장 가깝게 쓴 친구에게는 김가네 맛꼬방의 핵심인 60년 전통을 자랑하는 집간장 한 병을 드립니다. 지금까지의 금액은 ☐☐,☐☐☐,☐☐☐원. 대구교육대학교 20회 동기님들의 화양연화 농장 방문을 환영합니다. 화양연화, 오늘도 참 좋은 날입니다.”

포도와 쪽파 등을 나누고 1등 상으로 간장이 걸린 투자 금액 정답자를 발표했다. 5천만 원대에서 9천만 원대까지 다양했다. 예습했다고 큰소리를 친 진상배 동기가 1등으로 간장, 2등은 백희욱 동기가 커피, 3등은 박종환 동기가 잘 익은 맷돌호박을 받았다. 대신역 카페로 이동해서 차를 마시면서 상하행선 기차가 한 번씩 지나갈 때까지 삼삼오오 둘러앉아 도란도란 이야기꽃을 피웠다. 특히 정기 휴무일이었음에도, 우리 동기들을 위해 기꺼이 오후에 문을 열어 따뜻한 공간을 내어주신 대신역 카페의 대표이자 시인이신 장정희 님께 고개 숙여 깊은 감사를 드린다. 덕분에 더욱 풍성하고 아늑한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이번 가을의 아쉬움을 뒤로하고, 복사꽃이 흐드러지게 만발하고 청보리가 푸르게 넘실대는 내년 4월, 화양연화 농장에서 다시 반갑게 만나기로 기약했다.

우리 동기들은 한 달에 한 번씩 배구를 한다. 시작한 지 10년이 훨씬 지났다. 최근에는 한 달에 한 번씩 각 지역을 돌아가면서 파크골프 모임도 한다. 지난해 울산 일원의 소풍을 마치고 매년 10월 4주 금요일을 소풍 가는 날로 정했다. 올해 소풍은 10월 23일 금요일에 봉화로 간다. 우리 동기들의 일상이 저마다의 ‘기억’이 되고, 가슴 벅찬 ‘추억’이 되며, 우리만의 소소한 ‘역사’가 되기를 소망한다. 우리 동기들이 지금처럼‘오래오래’, ‘멀리멀리’, 그리고 ‘함께’ 걸어가길 기원한다. 우리 대구교육대학교 20회 동기들, 사랑한데이.

김천신문 기자 / kimcheon@hanmail.net입력 : 2026년 10월 1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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