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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 한 그릇 - 어려웠던 시간

김도봉(수필가 )
김천신문 기자 / kimcheon@hanmail.net입력 : 2020년 10월 23일
어려웠던 시간

ⓒ 김천신문
20여년의 직장생활을 끝내고 드디어 자유의 몸이 되었다. IMF의 높은 파도가 나에게도 비켜가지 않았다. 월급쟁이 생활을 하다보면 누구던지 1년에 한 두번씩은 때려치고 싶은 생각이 들 때가 있다. 그러나 미리 계획을 잡고 사전에 준비하여 그만두는 것보다 대부분 밀리고 밀려서 어쩔수 없는 때에 이르러 사표를 낸다. 온실을 박차고 나와 광야에 서서 눈보라를 헤쳐 나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용기가 필요한데 그것이 그렇게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앞으로 남은 30여년의 제 2인생을 어떻게 꾸려 나가야 할가? 그동안에도 선택의 기로에 선 경우가 여러번 있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어느때 보다도 훨씬 더 중요한 선택을 해야했다.

내가 그동안 겪어보지 않은 분야는 시행착오도 많을 것이고 리스크도 클것이기 때문에 선택의 폭이 그렇게 넓지는 않았다. 프랑스에서 초코렛,쿠키등 제과 기술을 도입하여 프렌차이즈 사업을 구상해 보았다. 그러나 제과사업을 하면서 대학강단에도 나가는 형의 친구가 적극 말렸다. 패션브랜드 사업은 자금이 너무 많이 소요되어 아무래도 무리였다. 스포츠,패션 분야의 백화점 중간관리자는 자금이 적게 들지만 전망이 불투명 했고 나의 체질에도 맞지 않았다.
그러던 중, 예전에 거래를 했던 에이전트 사장과 우연히 점심을 먹는 자리에서 “ 송충이는 솔잎을 먹어야 하지 않습니까? ” 라는 말과 함께 자기가 1년에 백오십만불 정도는 밀어 줄수 있다고 하였다. 그래도 가장 오랫동안 경험 한것이 봉제수출 이었고 앞으로 기회가 되면 내수쪽도 할수 있을 것 같았다. 일단 방향을 정한뒤 사무실도 구하고 직원도 뽑고 회사설립을 착착 준비하고 있는중 나쁜 소식이 전해졌다. 자신있게 밀어 주기로한 에이전트 사장이 구라파 출장을 다녀온 후 시장상황이 워낙 어려워져 전년에 비해 오다수주가 대폭 줄어 졌다고 했다.
그래서 어쩔수 없이 받은 오다가 약 사십만불 정도였다. 그 정도로는 도저히 회사를 운영 할 수가 없었다. 그동안 회사에서 유럽쪽 부서에 근무하다 보니 미주쪽 오다는 하고 싶어도 못 했는데 이번 기회에 도전해 보기로 했다. 그래서 미주쪽 오다를 주로 담당한 차장을 스카우트해서 오다 수주에 나섰다. 다행히 일이 잘 풀려 미얀마 생산으로 백오십만불의 오다를 받았다.

처음에는 이백만불 정도는 해야 한다고 하는것을 사정사정 해서 오다 수주를 줄였다. 신규 거래선이라 처음에 너무 무리 하지 않기 위해서 였다. 그런데 인권문제가 걸림돌이 되어 미얀마 생산이 미국쪽 최종 바이어의 반대로 불가능 하게 되었다. 어쩔수 없이 인도네시아 생산으로 변경 할 수밖에 없었다. 인도네시아는 미얀마 생산 과는 달리 미국 수출이 쿼타로 묶여있어 가격이 많이 올라가야 했다. 생산문제로 2달정도 시간을 끌다가 최종 합의가 되어 막상 오다 디테일을 받고 보니 문제가 한 두가지가 아니었다. 우선 자재는 상당부분을 미국,중국,홍콩,한국등 바이어가 지정하는 곳에서 구매 해야 했고 처음부터 끝까지 샘플을 만들어 바이어 확인을 받아야 생산을 진행 할 수가 있었다.
그러다 보니 가장 바쁜 성수기에 시작한 생산이 중간에 바이어 확인 과정에서 문제가 빈발하여 생산이 계속 뒤로 밀리기 일쑤였다. 나중에 안 사실 이지만 바이어는 유태인 출신 이었고 까다롭기로 악명이 높은 거래선 이었다. 설상가상으로 쿼타차지가 옷 한 장당 2불 정도 하던것이 최종에는 12불까지 하늘 높은줄 모르고 치솟았다. 생산 독려차 인도네시아에 보낸 미주담당 강부장은 건강상 핑계로 중간에 사표를 던지고 사라져 버렸다.

술을 먹지 않고는 잠을 잘수가 없었고 파김치가 되어 쓰러져 자다보면 악몽에 시달렸다. 아침에 일어나 출근 하려고 하면 온몸은 두둘겨 맞은것 처럼 천근만근 이었고 오줌색깔도 노랗게 변했다. 최소한 8월말에는 생산이 완료 되어야 했지만 11월이 되어 끝이 났고 9월이후 생산분은 비싼 쿼타 차지를 지불하고도 배 대신 거의 비행기로 선적 해야했다. 특히 파카등 옷의 경우 비행기로 선적하면 부피 때문에 에어차지가 엄청 올라가 많은 손실을 감수 해야했다.
지옥같은 시간이 지나 최종 선적을 하고 난후 결산을 해보니 클레임 약4만불, 에어차지 약5만불, 쿼타차지 약5만불 등이 추가로 지불되어 토탈 10%정도 남아야할 오다가 15%이상 적자가 났다. 그래도 최악의 상황에서 마지막 오다 까지 무사히 선적 할수 있었던 것은 주위 사람들의 도움 덕분 이었다.

인도네시아 생산을 초기에 개척 하면서 쌓아 놓은 신용 때문에 여러 공장에서 많은 배려를 해주었고 또한 자재업자들의 도움도 컸다. 여러 친지들에게 자금을 빌렸지만 특히 사촌동생은 2억원이상 자금을 융통 해주어 어려움을 헤쳐 나가는데 큰 힘이 되었다. 아무리 어려워도 은행에는 한번도 실수를 하지 않았고 자재업체에게도 신용을 잃지않아 추후 사업을 이어가는데 버팀목이 되었다.
퇴직금과 20여년 직장생활을 하며 모아놓은 자금으로 노후를 위해서 장만해둔 아파트가 있었다. 이를 처분하여 대부분의 빚을 정리 하고 나니 가슴을 짓 눌렀던 바위가 치워져 한결 마음이 가벼워 진것 같았다. 신고식 한번 톡톡하게 치렀다. 내 인생에서 가장 어려웠던 시기를 꼽으라고 하면 아마 이 때가 아닌가 싶다. 그래도 아직 50살이 되기 전에 사업을 시작 했기 때문에 체력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어려움을 극복 할수 있었다. 혹독하게 추운 겨울이 가면 따뜻한 봄날이 오고 견디기 힘든 시련을 이겨내면 밝은 내일이 있다는 진리를 깊이 깨달을수 있었던 좋은 경험 이었다. 춥고 캄캄한 터널에서 헤메일때 희망의 끈을 놓지지 않게 했던것은 항상 곁에 두고 가까이 했던 애송시 덕분이 아닌가 생각된다.

지혜로운 이의 삶

유리하다고 교만하지 말고
불리하다고 비굴하지 말라.
무엇을 들었다고 쉽게 행동하지 말고
그것이 사실인지 깊이 생각하여
이치에 맞을 때 행동하라.
벙어리처럼 침묵하고
임금처럼 말하며
눈처럼 냉정하고 불처럼 뜨거워라.

태산같은 자부심을 갖고
누운 풀처럼 자기를 낮추어라.
역경을 참아 이겨내고
형편이 나아질 때를 조심하라.
재물을 오물처럼 볼 줄도 알고
터지는 분노를 잘 다스릴 줄 알라.
때로는 마음껏 풍류를 즐기고
사슴처럼 두려워할 줄 알며
김천신문 기자 / kimcheon@hanmail.net입력 : 2020년 10월 2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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