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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문화·음악 종합

수도암서 신라 명필 김생 글씨 추정 비석 발견…“유일한 친필”

김민성 기자 입력 2019.06.12 22:50 수정 2019.06.12 22:50

글씨에 몰두해 입신(立神)의 경지에 올랐다고 전하는 신라 명필 김생(711∼?)이 쓴 것으로 추정되는 명문이 청암사 수도암 비석에서 발견됐다.
김생 글씨는 그가 죽은 뒤인 954년에 승려 단목이 집자(集字)해 만든 보물 제1877호 '봉화 태자사 낭공대사탑비'에 있으나 진적(眞蹟·실제 필적)은 현존하지 않는다.
불교고고학을 전공한 박홍국 위덕대박물관장은 "김천 청암사 부속 암자인 수도암 약광전 앞 '도선국사비'에서 글자 22자를 판독했다"며 "글씨는 김생의 필적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박 관장은 지난달 18일 오후 2시 동국대 정보문화관에서 열린 신라사학회 학술발표회에서 수도암비 금석문 연구 결과를 공개, 김생의 유일한 친필로 추정되는 글씨에 학계의 이목이 쏠렸다.
김생은 삼국사기에 "어려서부터 글씨를 잘 썼는데 나이 팔십이 넘도록 붓을 놓지 않았다"는 기록이 있고 고려시대 문인 이규보는 '동국이상국집'에서 그의 글씨를 '신품제일'(神品第一)이라고 평가했다. 김생 글씨는 대부분 불교나 사찰과 관련됐다고 전하는데 수도암비도 불교 유물이다.
ⓒ 김천신문
재질이 화강암인 수도암비는 높이 177㎝, 너비 60∼61㎝, 두께 42∼44㎝ 크기이며 일제강점기에 새긴 것으로 짐작되는 '창주도선국사'라는 커다란 글자 때문에 잘 보이지 않지만 본래는 세로 길이 4∼5.5㎝인 글자를 200자 정도 새겼다고 박 관장은 설명했다.
비문은 8행으로, 행마다 26자가 있다. 박 관장이 확인한 글자는 7행 '입차비야'(立此碑也)를 비롯해 1행 '부진'(夫眞), 2행 '불은'(佛恩)과 '성덕'(聖德), 3행 '산밀'(山密) 등이다.
박 관장은 "비석의 표면 풍화가 심하고 색상이 밝아 명문을 판독하기 어렵고 '창주도선국사'라는 글씨 때문에 옛 글자 50여 자가 사라졌다"고 말했다.
울주 성류굴 입구 명문, 경주 선도산 마애불 조상기 추정 명문, 김천 갈항사 비석 조각 등을 발견하고 조사한 박 관장은 2016년 11월 중순 김선덕 서진문화유산보존연구소장으로부터 수도암 비석에 작은 글씨가 있다는 제보를 받았다.
그해 11월 27일 맨눈으로 산(山) 자 하나를 찾은 그는 12월 18일 재조사를 했으나 지(之)와 불(佛)자를 판독하는 데 그쳤다.
박 관장은 "겨울이고 지대가 높아 탁본 작업을 하지 못했다"며 "탁본을 해도 읽을 수 있는 글자가 10자 내외에 불과하다고 판단해 한동안 조사를 포기했다"고 말했다.
그러다 지난달 4일 처음으로 수도암비 탁본을 진행해 11자를 판독했다. 이후 박 관장은 정현숙 원광대 서예문화연구소 연구위원, 이영호 경북대 교수, 문화재 사진작가 오세윤 씨와 조사를 이어가 더 많은 글자를 찾았으며 탁본 전문가와 조사를 벌이는 등 비석에 숨은 글자를 알아내는데 전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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