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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생 시인 문태준(사진)이 제5회 미당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한 평론가는 “일대 파란”이라고 했고 한 원로 시인은 “새로운 시대의 도래”라고 했다. 미당문학상을 35세의 문태준 시인이 수상하게 됐다는 소식에 문단은 술렁댔다. ‘드디어’라는 부사보다 ‘벌써’라는 부사가 자주 들렸다. 시인의 경륜을 중히 여기는 문단 정서를 고려했을 때 예기치 못한 반응은 아니다. 그러나 지난 한 해 그는 크게 도드라졌다. 지난해 7월부터 올 6월까지 문태준 시인이 각종 문예지에 발표한 작품은 41편. 웬만한 시집 1권 분량이다.
밤새 잘그랑거리다/눈이 그쳤다//나는 외따롭고/생각은 머츰하다//넝쿨에/작은 새/가슴이 붉은 새/와서 운다/와서 울고 간다//이름도 못 불러본 사이/울고/갈 것은 무엇인가//울음은/빛처럼/문풍지로 들어온/겨울빛처럼/여리고 여려//누가/내 귀에서/그 소릴 꺼내 펴나//저렇게/울고/떠난 사람이 있었다//가슴속으로/붉게/번지고 스며/이제는/누구도 끄집어 낼 수 없는
미당문학상 수상작으로 선정된 ‘누가 울고 간다’ 전문이다. 정현종, 홍기삼, 김주연, 김현자, 김기택 등 심사위원들은 “젊은 시인 문태준의 출현은 시가 시인에 의해 얼마든지 새로워질 수 있는 말의 향연임을 깨닫게 해주어 즐거웠다”고 밝히고 “그러나 수상작은 결국 일종의 상대 평가에 의해 결정될 수밖에 없는 것이지만 독자적인 절대의 세계로 자신의 개성을 확고하게 구축해온 적잖은 시인들이 양보되기 힘들었기 때문에 심사에 어려움이 많았다”는 점도 밝혔다. 심사위원들은 ‘심사평’을 통해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문태준에 대해서는 오직 성찬과 격려만이 필요한 단계이다. 이 젊은 시인의 앞날이 어떤 변모를 보일는지 아무도 알 수 없으나 ‘누가 울고 간다’, ‘가재미’ 연작 등이 보여주는 말의 탱탱한, 유장한, 서늘한, 그러면서도 유머러스한 행진은 그 맞은 편에 놓여있는 답답한 일상에 홀연히 생기를 불어넣어준다. 특히 동사를 크게 활용하는 흐르는 상상력이 자기 갱신의 힘을 발휘한다. 문태준이라는 서정 시인의 탄생은 우리 시를 위무의 성소로 이끄는 언어의 축복이다.” 문태준 시인은 ‘수상소감’을 통해 “이렇게 큰 상을 주시는 뜻이 구참인 선배 시인들을 잘 좇아 게으름 부리지 말고 돌이킴 없는 길을 가라는 말씀인줄 안다”는 심정을 피력하고 “어지러운 넝쿨같은 사람에게 이토록 큰 말씀 주시니 여간 부담스러운 게 아니지만 화살이 날아가듯 주저 없이 가보겠다”고 다짐했다. “수상 소식을 듣고 하루 이틀 가만히 숨소리만 이어지도록 가만히 있었으며 무논에 써레 지나가고 흙탕물이 제 몸을 가라앉히듯 가만히 내려앉는 것을 바라보았고 그러다가 천천히 일어나 멀리까지 발소리를 들으며 걸어나갔다 돌아왔다”고도 했다. 문태준 시인은 봉산면 태화리에서 출생해 김천고를 거쳐 고려대 국문과를 졸업하고 1994년 ‘문예중앙’을 통해 등단했다. 시집으로는 ‘수런거리는 뒤란’과 ‘맨발’이 있으며 동서문학상, 노작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직업은 불교방송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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