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순간의 단상유언경(부곡동 신한양아파트)
사람은 누구나 벗어나려 해도 절대로 그러지 못하는 것이 몇 가지씩 있다. 그것이 기쁨일 수도 있고 행복일 수도 있지만 때론 무거운 짐일 수도 있고 아려오는 아픔일수도 있을 것이다. 기쁨의 무게보다 슬픔의 무게가 훨씬 크게 느껴지는 것은 그 누구와도 비교될 수 없는 것이기에 가장 두려우면서도 가장 절절한 것 아닐까. 기쁨은 어느 정도의 기대감으로 함께 공유할 수 있다고 하지만 비록 작은 생채기에 아프다 아프다 해도 당사자가 아닌 사람은 얼마만큼의 아픔인지 절대로 알지 못하므로 그것은 온전히 나만의 것이 될 수밖에 없다. 감정의 폭은 언제나 나를 중심으로 변화되는 까닭이다. 그래서 우리는 습관처럼 슬픔을 지니고 사는지도 모르겠다. 올해로 서른아홉이 된다. 어른들 말씀에 아홉수, 아홉수라 하시기에 뭐 그런가보다 했더니 올해 들면서부터 확실하게 달라지는 뭔가가 있는 것 같다. 중년이 되어 간다는 것, 인생을 거의 절반정도밖에 살지 않았지만 그 절반만큼의 거리에 와 있다는 것은 되돌아가기에도 너무 멀고 가야할 길 또한 멀기 때문에 어정쩡한 상태로 흔들리기 쉽고 자괴감에 빠지기 쉽다. 아이들도 손에서 벗어나 있고 보니 이젠 나를 위한 시간, 나를 돌아보게 되는 시간이 점점 더 많아지게 되고 내 안에서 기쁨을 찾고 행복을 찾아야한다는 것이다. 사람들과의 만남도 더 많은 인연으로 얽히겠지만 사람을 대할 때마다 저마다의 관계를생각해야 하고 조심스러워야 한다. 이해와 겸손은 좋은 관계를 유지하기 위한 필수조건이다. 누군가를 이해한다는 것은 이해하는 만큼의 마음을 열어 보이는 거라고 생각한다. 머리로는 이해한다고 하지만 정작 마음으로 안아주고 다독여주지 않으면 그건 오히려완전한 무관심보다 훨씬 더한 아픔을 주게 될지도 모르는 일이다. 누군가에게 이해 받을 수 있고 그 누구를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이 곧 행복의 시작이다.여러 사람들 틈에 있어도 가끔 외롭다 느껴지는 것은 나의 존재가 초라하다는 생각으로자신감이 없다는 그런 말이 되겠지만 그것도 어쩌면 필요한 감정적 표현이다. 내일의 나를 위한. 겨울의 한가운데 있으면서도 요 며칠은 거의 봄날 같았다. 가끔은 이렇듯 짧은 변화를 맞게 되면 마음이 한결 여유로워진다. 매서운 추위에 잔뜩 긴장해 있다가 한 번씩 봄날 같은 햇살에 마음이 환하게 밝아오면모처럼의 여유를 한껏 부려본다. 기분 좋게 우려낸 녹차 한 모금에다 손바닥 만큼이지만 부드러운 햇살이 스며들고 가끔서늘하게 느껴지는 바람까지... 내게 있어 벗어나려 해도 절대 벗어날 수 없는 것 하나가 자연의 온화함에 몸을 기대는 것이다. 그래서 오늘은 버거운 짐이 아닌 행복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