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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세지감(隔世之感)


편집국 기자 / 입력 : 2006년 02월 16일
 


이 우 상(수필가)


 졸업시즌이 다가왔다. 초등학교를 졸업한 학생의아버지가 아들의 졸업장과 앨범을 구경하다가 아이들이 쓴글모음 공책을 발견하게 되었다.


 그 공책에는 졸업을 앞두고 주고받은 글들을 복사하여 모은 것이었는데 이것저것 뒤적이던 중, 흥미로운 것 하나를 발견하게 되었다.
“20년 후의 담임선생님은 어떤 모습일까”하는 것을 묻는 앙케트를 발견한 것이다. 상상을 초월한 기상천외의 기발한 표현에 뒤통수를 한 대 얻어맞은 기분이었다고 하는데........
 ‘천국, 아니 지옥으로 갔거나 늙은 할아범으로 살아 있을것’‘꽥, 저승사자’‘무덤 속에서 ㄲ ㄲ ㄲ ㄲ’‘늙어빠진 할아버지’‘중풍+노망’‘거지가 되어 우리 반 아이 집에서 살 것이다’ ‘죽었지 뭐, 관심 없다’‘관 속에 계실 것이다’‘뼈와 틀니만 남겠지’ 등등......


 연세가 많은 선생님이 담임을 하셨겠지만 이렇게 거칠고 삭막한 표현으로 여과(濾過)없이 나올 수 있을까 싶었다. 간혹 ‘우리 교장 선생님 같은 인자하신 분’‘손자를 데리고 다니는 점잖은 분’ ‘초박력, 멋진 할아버지’ 같은 표현도 발견되기도 했지만 대부분 심성이 뒤틀려 있는 표현이었다. 물론 일부의 반 장난으로 표현된 것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아들의 앙케트 글모음은 현실을 그대로 반영한 풍속도로 생각되어 그 아버지는 착잡한 마음을 버릴 수가 없었다고 한다. 세월이 흐르면 모든 것이 변하기 마련이다.


 졸업식만 봐도 그렇다. 삼사십년 전, 60년대의 졸업식장은 온통 눈물바다를 이루었었다. 재학생의 송사와 졸업생의 답사는 졸업식의 엄숙한 분위기를 한껏 돋우기도 했는데 세월이 흐른 지금은 송사, 답사가 식순에서 사라졌고 중ㆍ고등학교에서는는 졸업식 노래대신에 축가를 부르는 곳이 많아졌다.


 오랜 기간 동안 형설의 공을 쌓고 영광의 졸업을 축하하는 마당에 어쩌면 박수로 격려하는 것이 눈물을 흘리는 것보다 이치에 더 맞을 런지도 모른다.
현실에 맞게 변하는 것이 더 발전적이고 진취적인 것도 많다. 무턱대고 옛 것에 안주하려는 생각은 어리석은 일이다. 굳이 온고지신(溫故知新)을 고집할 필요도 없다.


 그러나 지금 아이들의 심성이나 사고방식은 변해도 너무 많이 변했다.
교실에서 아이가 선생님의 말을 듣는데 두 손으로 턱을 받치고 선생님의 얼굴을 빤히 올려다보고 있다. 선생님은 아이에게 손을 내리고 바로 앉아서 들으라고 한다. 아이는
아까 앉은 채로 “왜요?”라고 대꾸한다. 아이는 똑바로 앉아서 듣는 것이나 턱을 받치고 앉아서 듣는 것이 뭐가 다르냐고 선생님에게 되묻는다.


 선생님은 그 말에 적절한 대답을 궁리하다가 그만 피식 웃어버리고 말았다. 아이에게는 손으로 턱을 받치고 듣는 것이 더 자연스럽고 머리에 잘 들어온다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선생님의 웃음은 쓸쓸하고 맥 빠져 있다. 선생님이 아이들에게 청소 지도를 하면서 직접 휴지를 줍고 있으니까 아이들이,"선생님 여기도 있네요. 저기도 있네요." 하면서 휴지 있는 곳을 지적해 주더라는 이야기는 우리들을 슬프게 하고 있다.
운동회 날 담임선생님이 자기반 아이에게 “엄마 오셨나?” 하니까 “또, 뭐 얻어 잡수실려고 요?”라고 되묻더라는 말을 들은 적도 있다.


 세월이 아무리 변해도 변해서는 안 되는 것이 있다.
부모님이나 선생님에 대한 존경심이 그것인데 이것마저 많이 변하고 있으니 엄청난 격세지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편집국 기자 / 입력 : 2006년 02월 1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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