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숙(구성면 작내리) 융단 같은 봄볕에 풍경이 화사하다. 삐죽삐죽 내민 잡초 끝에 앙증스런 꽃, 얼핏 보면 엉성해 보이지만 작은 미소로 세상을 열어 바라보던 시린 눈망울이 뽑으려던 손을 멈추게 한다.
보기엔 그저 잡초일 뿐이지만 필연의 곡절이 있어 이 세상에 태어났을 것이다. 엄동설한에 봉오리를 맺었다 잎보다 먼저 핀 꽃들이 순서대로 혹은 순서 없이 지고 지금은 복숭아꽃이 바람난 여인처럼 분홍치마 걷어 올려 속살을 드러내고 엷은 웃음 입가에 머금은 채 향기를 흘리고 있다. 서투르지 않게 핀 사과꽃이 풍경의 일부가 되어 꽃 천지가 되어버린 4월, 배나무도 안 되겠다는 듯 한 몫 거들고 있다. 두리번거리며 몸을 섞던 꽃들은 맘껏 벌어져 사태지고 방관만 하던 잎사귀 사이로 열매가 보인다. 흐르는 세월 절로 다른 풍경을 만들고 빼곡히 들어찬 인생의 지침서가 되어주기도 하고 생김새가 조금씩 다른 계절이 가져다준 설렘, 향기를 오래 붙잡아 두고 싶다. 봄, 참으로 예쁜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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