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을 퍼는 아줌마 이외자(주부·용두동) 봄바람에 속앓이가 심했는지 학교 뜰에 목단이 축 늘어져있다. 대책 없이 벌어진 꽃잎 사이로 간간히 향기를 내뿜지만 꽃도 슬플 때가 있다면 아마 지금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꽃샘바람이 옷섶을 파고들어 마음이 더 시리던 작년 3월 나는 밥을 퍼는 아줌마가 되었다. 처음엔 큰 솥 만큼이나 걱정도 되고 힘도 들었다. 동료들의 일하는 모습을 볼 때마다 도대체 저 사람들은 인간인가 아님 기계인가를 하루에도 몇 번씩 의심을 했고 집에 가면 과연 이 일을 내가 계속 할 수 있을까를 고민했다. 그러는 사이에도 시간은 자꾸 흘러 계절이 바뀌고 해가 바뀌었다.
사람의 손바닥에 있는 손금이 다르듯 세상의 모든 얼룩말들은 저마다 다른 줄무늬를 가지고 있다고 한다. 이렇듯 보이지 않는 우리의 생각도 달라서 가끔은 서로의 의견이 엇갈릴 때도 있었지만 다행히 좋은 사람들 속에서 이제는 평행선을 그어 가고 있는 것 같다.
그러는 사이에 조금씩 일도 배워져서 여유도 생기고 하늘빛이 달라지는 것도 볼 수 있고 은행잎이 손톱만한 연둣빛을 샛노랗게 물들여 가는 것도 볼 수 있게 되었다. 이것 또한 좋은 사람들의 덕분임을 나는 안다.
요즘 아이들은 밥을 싫어하는 것 같다 내가 칼을 든 것도 아니고 주걱을 쥐고 있으면 아이들은 하나 같이 말한다. 조금만 달라고 아~주 조금만 달라고. 가난의 그림자는 아직도 우리의 등 뒤에 있는데 아이의 눈높이로는 어른들의 무거운 어깨에 가려 가난의 그림자가 보이지 않는가보다.
사람을 온전히 사랑하는 어느 목회자의 ‘밥 퍼’ 의 주걱과 감히 내 주걱의 사랑 무게를 비교할 수는 없지만 주걱 가득 정성과 사랑을 담아 오늘도 나는 밥을 펀다. 내 시간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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