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 근대화과정을 거치면서 까맣게 잊혀졌던 옛 경부선철도 남면 부상리 구간의 금오산터널(일명 부상터널)이 원형 그대로 100년만에 발견돼 학계의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그동안 금오산터널의 존재에 대해서는 인근주민들에 의해 일부 구전으로 전해져오기는 했으나 본격적으로 그 실체가 세상에 알려진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부곡동에 주소를 두고 있는 김철수(41세)씨가 김천시지역혁신협의회에서 주관한 제2차 지역혁신아이디어 공모에서 활용방안을 제안해 대상수상자로 선정된 것이 계기가 됐다.
제안서에 따르면 1905년 일제에 의해 건설된 경부선 철도의 원래 구간이 현재의 김천-대신-아포-구미-약목 코스가 아니라 김천-부상-약목이 코스로 당시 금오산 자락 부상고개를 길이 150미터, 폭6미터, 높이 7미터의 터널로 뚫고 금오산수도(金烏山隧道)라 이름하고 역사(驛舍)까지 부상리에 설치했었다는 것이다.
1916년까지 11년간 이용되던 이 터널은 부상고개의 표고가 여타구간보다 높아 철도이용에 어려움이 계속 제기돼 비교적 평지에 가까운 대신, 아포, 구미 구간으로 우회되고 부상구간은 폐쇄된 후 역사 속으로 그 실체가 사라지게 됐던 것.
김철수씨는 “100년의 세월 속에서도 비교적 완벽에 가까운 형태를 유지하고 있는 부상터널을 활용해 KTX역사나 금오산과 연계한 관광자원 즉 철도박물관 또는 향토박물관, 포도와인 숙성시설 등으로 활용하자는 것인데 실제로 청도군이나 영천시는 감과 포도와인 저장고로 이와 비슷한 터널을 활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천시지역혁신협의회 김용대 의장은 “용도 없이 폐기돼있는 역사구조물을 지역 관광상품으로 활용해 부가가치를 창출하자는 창의성이 높게 평가받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자치단체와 철도청에서 지역혁신사업의 일환으로 관심을 가져줄 것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현장을 확인하는 자리에서 만난 한 마을주민은 “터널로 마을의 오폐수가 흘러들고 쓰레기를 무단 방기하는 경우가 많아 악취가나고 마을미관을 해치고 있어 민원도 많이 발생했었다”며 “이곳을 활용한다면 모든 주민들이 환영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부상고개 주유소 아래의 터널 북쪽구간은 앞에 제방이 조성돼 터널의 절반이상이 물에 잠겨있었으며 부상마을 중앙의 남쪽터널 구간도 마을의 각종오수가 흘러들고 쓰레기로 뒤덮여 있었는데 관광자원으로서의 활용여부를 떠나 더 이상의 훼손을 막기 위해서라도 실태조사와 함께 보존책이 시급히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지역의 향토사 관계자는 “김천은 신라시대로부터 인근 20개 역(驛)을 관할하는 도찰방(道察訪)이 상주하는 전국적인 교통의 요지였으며 근대에 들어서는 경부선철도와 경부고속도로에 이어 고속철도역까지 유치하게 된 이상 김천의 역사와 교통의 역사는 불가분의 관계”라며 “이번 부상터널 발견을 역사적인 교통도시 김천으로 각인시킬 수 있는 또 하나의 소재로 만들고 앞으로 체계적인 연구와 조사를 통해 교통관련 사료관으로 활용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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