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 복주머니 -정해년 첫날
해는 신이 아니다 신이 복을 담아두고 쓰는 복주머니이다 그렇기 때문에 복을 줄 수 없다 새해 새아침 사람들이 바닷가에 나가거나 산에 올라가 단잠 자고 일어난 기분 좋은 해를 만나 마음을 털어놓고 기분이 한껏 좋아져 돌아오는 것은 해가 복을 줄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 아니다 어떤 곳을 가도 또 어떤 일을 해도 등 돌리지 않는 해의 힘을 믿기 때문이다 젖줄로 흐르는 감천에 나가거나 산소 발전기가 돌아가는 황악산에 올라가 산이 밀어 올리는 해를 보라 앞길을 가로막는 어둠이며 온몸을 얼얼하게 하는 추위까지 때가 되면 어김없이 밀어내고 또 때가 되면 자두꽃을 피우고 포도열매를 익히고 겨울에도 식지 않는 부지런함으로 혁신도시가 들어설 김천의 하늘에 빛나는 복주머니를 여는 것 보라 권숙월/시인·김천신문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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