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왠지 포근한 느낌을 주는 편수진(32세)씨를 만난 건 그녀가 수화를 배운 터전인 황금동교회에서 였다. 중학교시절 교회 농아부 전도사로부터 수화를 접하게 된 편수진씨는 대학시절 같은 과의 한 친구를 알게 되면서 본격적으로 수화를 시작했다고 한다. 편수진씨의 인생에 중요한 선택을 하게 한 장본인은 농아인 이었다. 그 친구가 늘 혼자인 모습을 보며 친구가 되고 싶단 이유 하나만으로 어렵다는 수화를 시작했다. 하지만 수화는 배우는 것만이 어려운 것이 아니었다. 수화로 봉사를 시작하게 되면서 편수진씨에게는 3번의 시련이 찾아 왔다. 첫 번째는 수화를 시작한 초창기 기본수화를 정식으로 배웠지만 실제 사용하는 농식수아(농아식, 줄여서 사용하는 수화)를 알아볼 수가 없어 힘들었다. 두 번째 주변사람들의 시선이었다. 농아친구들과 수화로 대화를 하는 모습을 신기한 듯 쳐다보는 시선들이 너무 힘들었지만 시간이 자연스럽게 해결해 주었다. 셋째는 사람들의 인식이었다. 농아친구(장애인 친구)들을 불쌍한 사람 취급을 하는 것이 편수진씨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 “하지만 그때 마다 저를 이겨내게 한건 제 자신도 봉사의지도 아니었어요. 항상 저를 지켜주고 의지가 되어준 건 그분들(농아인)이라는 걸 이제는 확실히 알아요.” 자신이 봉사하는 것이 아니라 그분들에게 사랑을 받고 있는 것이라고 말하는 그녀의 표정은 너무나 밝았다. “단순히 그분들은 제게 도움을 받고 있는 분들이 아니에요. 저에게는 또 다른 어머니이고 아버지며, 형제자매에요. 가족이란 생각은 항상 느껴왔지만 결혼 3년만에 임신을 했을때에 그분들의 기쁨에 찬 표정에서 정말 내가 이분들의 딸이고 며느리고 자매구나 하고 다시 한번 실감하기도 했어요.” 지금은 상주대학 아동복지과 3학년에 제학중인 편수진씨는 꿈을 이루기위해 다시 대학을 다니고 있다. 편수진씨의 꿈은 장애가 있는 부모를 가진 정상아동 및 비정상아동의 사이에 생기는 생각차이와 문화차이를 조절하고 이해시켜 온전한 가정을 이루게 하는 것이다. 장애를 가진 삶은 조금은 불편한 삶일 뿐이라는 그래서 약간의 배려만으로도 서로를 상처내지 않을 수 있다고 사람들에게 외치고 싶다는 편수진씨는 장애에 대한 부모나 사회, 정상인들의 차별로 장애인(농아인)들이 다시는 상처받고 억압받는 일이 없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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