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 바뀐 옷 박 건삼
잔치 집서 만나 고향 친구와 술을 마시다 그가 먼저 옷을 챙겨 소리 없이 떠난 바람에 뒤 늦게 나오며 남은 옷을 챙겨 집에 온 나는 옷이 뒤바뀐 사실을 알고 새벽열차를 타고 시골로 갔다. 아침에 역에서 만나 서로 상의로 교환하고 주머니를 확인하니 지갑이 없었다. 웬일 일까? 친구는 졸다가 동대구역까지 갔다 새벽에 거꾸로 차를 타고 왔는데 누군가 주머니를 뒤져 몽땅 털려버린 것이다. 난 자동차 키와 지갑까지 모든 걸 고스란히 건넸는데 내게 돌아온 건 텅 빈 상의 한 벌과 그의 호탕한 웃음이었다. 그래도 우리는 아이처럼 지난 밤 무용담(?)에 소주에 맥주를 섞어 마시고 따사한 인정이 녹아있는 해장국을 훌훌 마시며 열차표 한 장과 신권 몇 장을 찔러준 친구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하는 둥 마는 둥 한 시간 남짓 껄껄거리다 다시 열차를 타고 서울로 왔다. 고향 산천아래 친구를 남겨 둔 채.
(저는 김천 태생으로 68년 서울로와 살고 있습니다. 한국외국어대학교 동 대학원 정외과를 졸업하고 KBS공채1기 PD를 거쳐 SBS 국장, 세종문화회관 이사역임. 현재 국제PEN클럽 회원, 한국시인협회회원임. 시집으로 '지천명에도 사랑이 흔들린다' 흔들리는 것이 바람 탓만은 아니다' 와' 가끔은 향기나는 사람이 그립습니다 '왜 PD인가' 등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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