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책 이야기
조병우(목사·김천제일교회 담임목사)
책을 가지고 세상을 해석해보는 것도 큰 즐거움입니다. 책도 하나의 작은 세상의 틀을 그대로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책 중에 가장 부피가 크고 가장 많이 사용되는 책이 백과사전일 것입니다. 마치 가게로 말하면 백화점과 같습니다. 백화점에 가면 우리가 생활에 필요한 일반적인 물건들을 한 곳에서 다 구입할 수 있듯이 백과사전은 우리가 필요한 일반적인 정보를 쉽고 빠르게 구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백과사전은 분량이 많은 대신에 전문적인 지식보다는 일반적인 지식을 취급합니다. 그러므로 좀 더 깊은 학문을 하려는 사람은 전문서적을 찾을 수밖에 없습니다. 물건을 사는 가게도 그렇습니다. 전문성이 필요한 물건을 사기 위해서는 그 물건만을 취급하는 전문 가게에 가야합니다. 그래서 전문가들은 일반인들이 알지 못하는 전문적인 가게가 어디에 있는지 잘 알고 있습니다. 세상은 두 가지를 다 필요로 합니다. 한 곳에서 모든 것을 얻을 수 있는 백과사전과 같은 편리한 생활방식과 다른 하나는 다른 곳에서 얻을 수 없는 것들을 얻을 수 있는 특별한 삶의 방식이 있습니다. 사람은 서로 상반된 보편성과 특수성을 함께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보편성은 일상적인 삶에서 매우 편리한 조건을 제시하지만 특수성은 어떤 조건에서 우리에게 유익한 환경을 제공합니다. 병원도 종합병원이 있고 전문병원이 있습니다. 종합병원은 그야말로 모든 질병을 다 진료하고 치료하는 병원이지만 전문병원은 특정 질병에 관해서 집중적으로 진료하고 치료하는 병원을 말합니다.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종합병원을 선호하지만 질병의 특성이 밝혀지고 나면 그 병을 특별히 잘 치료하는 전문병원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됩니다. 예를 들면, 중풍으로 고생하는 사람들은 주로 한방병원을 찾게 되는 것은 한방병원이 중풍병에 대해 상당한 신뢰를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사람도 백과사전과 같은 사람이 있고 전문서적과 같은 사람이 있을 수 있습니다. 전자는 대개 발이 넓은 사람을 말하고 있고 후자는 속이 깊은 사람을 의미한다고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사람이 살면서 발이 넓은 사람이 필요합니다. 그러나 때로 속이 깊은 사람을 만나고 싶다는 생각을 할 때도 있습니다. 사람은 보편성과 특수성을 아울러 가져야 합니다. 누구에게나 열려 있으면서도 자기 자신의 가치관이 분명하게 세워진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보편성은 특수성이 있어야 넉넉함이 되고 특수성은 보편성이 있어야 개성이 되고 고귀함이 되는 것입니다. 사람들에게 볼 수 있는 편협성은 특수성을 이해하지 못하는 보편성에 있고 보편성을 이해하지 못하는 특수성에 기인하는 것입니다. 자기에게 없는 것이 다른 사람에게 있다는 것은 내게 손해가 된다는 생각을 버리고 오히려 내게 도움이 된다는 것을 깨닫는 사람이 복이 있는 사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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