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천 예찬
한영덕(김천중앙교회 담임목사)
‘정이 들면 고향’이라고 사람들은 말한다. 비록 태어난 곳, 자란 곳, 어린 시절의 추억이 고스란히 밴 고향이라도 떠나 있으면 점점 멀어져 간다. ‘자주 만나는 이웃이 멀리 있는 형제보다 낫다’는 말처럼 고향도 그런가 보다.
내 고향은 경상남도 김해 진영이다. 거기서 태어나 거기서 자랐고 공부하였고 결혼까지 하였다. 결혼과 시작된 사역지를 따라서 부산과 김해, 울산을 거쳐 2004년 10월 이곳 김천으로 올라와 살게 되었다. 그러니까 줄곧 경남권에서만 살다가 경북지방으로 올라와 살게 된 것은 처음이다. 목회자라는 특수한 신분 때문에 주어진 사역을 따라 옮기다 보니 정말 꿈에도 생각지 못한 곳으로도 올 수가 있다.
내가 김천과 처음 인연을 가졌던 것은 직지사로 여행을 하였을 때이다. 정확히 그때가 언제인지 기억하지 못할 만큼 오래된 일로 여겨진다. 이곳에 와서 여러 번 직지문화공원을 찾으면서 그곳으로 가보았지만 역시 그때의 분위기를 되살리지 못해 안타깝기만 하다. 거저 물 좋은 것만이 기억에 남을 뿐이다. 그런 후에 10여 년 전에 서울에서 내려오는 길에 누구를 만나기 위해서 시내를 찾았던 것이 과거 김천에 대한 내 발걸음의 전부였다.
그런데 지금 이곳에서 3년 째 살고 있다. 어떻게 해서 내가 이곳으로 오게 되었는지는 나도 모른다. 나의 생각이나 계획 속에 김천에서 산다는 것은 진실로 꿈에도 없었으니까. 그런데 너무나도 쉽게 이사를 하게 되었다. 그야말로 일사천리란 말 그대로 모든 일들이 거침없이 이루어지는 것을 경험하였다. 성경에는 “사람이 마음으로 자기의 길을 계획할지라도 그 걸음을 인도하는 자는 여호와시다”는 말씀이 있다. 꼭 그 말씀처럼 되어진 일이라고 믿을 뿐이다.
그러하기에 나로서는 이곳이 새로운 약속의 땅처럼 편하고 아름답게 여겨진다. 본래 농촌 사람이었던 까닭에 주변에 농촌을 배경으로 소박하게 자리 잡은 시내의 분위기가 처음부터 내게는 적합하였다. 물론 함께 20년을 같이 동역의 길을 걸어온 아내도 마음에 들어 하는 것을 늘 느낀다. 다만 아이들만은 ‘김천은 시골’이라며 처음 얼마 동안 도시에 미련을 못 버린 듯 속내를 내비치더니 이제는 잘 적응해 가는 것을 본다.
김천에 와서 가장 좋았던 것은 역시 환경이었다. 그리 복잡하지도 않아서 좋았다. 어디든지 주차하는 데 별 고생을 안 해 본 것도 그렇다. 물이 좋고 공기도 너무 좋다. 주변 천지가 다 산들이고 넓디넓은 내가 흐르고 있는 것도 김천을 좋게 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그 뿐 아니라 시내 곳곳마다 잘 조성이 되어 있는 도로와 주변 조경들, 헤아릴 수 없이 많은 공원들, 진짜 같은 폭포수, 어디든지 물이 솟아오르는 분수대 등 김천을 좋게 만드는 것들이 즐비하다. 학교마다 운동할 수 있는 시설들이 구비되어 있고 강변을 따라 걷는 산책길은 가히 자랑할 만하다. 거기다가 김천종합스포츠타운 같은 거대한 체육시설들은 진짜 김천인들 만이 누릴 수 있는 혜택이라 생각한다. 그 덕분에 김천에 와서 테니스나 배드민턴 같은 운동을 즐기게 되었으니 아마도 이 일은 평생 잊지 못할 것 같다.
호주에서 김천대학에 유학을 오신 한 분을 알고 있다. 나이 60을 넘어서면서 남은 인생을 더 보람 있게 살고 싶다면서 뜻을 가지고 이곳까지 공부하러 오셨으니 얼마나 귀하신 분인가? 그분 역시 김천에 와서 보고 너무 마음에 들었다고 한다. 호주에 못지않게 좋은 환경이라고 귀띔하였다.
며칠 전에는 부산에서 신학교시절에 가르쳤던 학생 둘이 이제는 40에 접어든 나이가 되어서 찾아왔다. 함께 저녁 식사를 하려고 차를 몰고 시내를 지나면서 그들이 하는 말이 그랬다. “와, 김천이 이렇게 깨끗하고 좋은 줄 몰랐습니다. 부산보다 더 좋은 것 같습니다”고 하지 않는가! 그뿐이 아니다. 간혹 동기생들을 만날 때에도 한결같이 김천 이야기를 한다. 물론 친구가 살고 있는 곳이기에 그들이 관심을 보이는 것이겠지만, 지나가면서 본 것만으로도 김천의 이미지가 좋았다고 늘어놓는다. 다행이다. 혹시 그렇지 않더라고 해도 어찌 할 것인가? 이왕이면 지나가면서 본 사람들이라도 김천이 좋다고 하니 좋은 것 아닌가!
만일 필자의 입으로 “내가 이곳으로 와서 김천이 달라졌다”고 하면 누가 욕할지도 모르겠다. 우스갯소리다. 그러나 우연인지 필연인지 역사는 그렇게 달라지고 있다. 사상 유례가 없이 인구 15만도 채 안 되는 도시에서 전국 체전이 열렸다. 물론 잘 해 내었다. 그리고 그렇게도 유치전이 치열하였던 혁신도시가 김천으로 확정이 되는 쾌거도 이루었다. 좌우간 김천에 살기 시작한 때부터 계속하여 좋은 소식만 듣는 것 같다. 전직 시장님이나 현직 시장님은 말할 것도 없고 모든 공직자들과 시민들이 최선을 다해 뛰면서 서로 단합한 결과가 이런 역사를 창조하지 않았나 싶다.
김천의 미래는 역시 긍정적이다. 희망적이다. 무한한 가능성을 기대하고 싶다. 변화와 혁신의 새로운 도시로 거듭나는 모습을 지켜보고 싶다. 각자 자기가 할 수 있는 일을 김천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한다면 반드시 성공적인 역사를 이룰 것이다. 점점 더 정들어 가는 김천을 위해 나도 새벽마다 기도할 것을 새롭게 다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