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30일은 장애인교육에 연관된 모든 주체들에게 인상 깊고 가슴 벅찬 하루였다. 대한민국 국회가「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이하 ‘장애인교육법’)을 다수 국회의원의 찬성으로 통과시킨 것이다. 본 법은 지난 3년여의 시간 동안 전국의 장애인 부모, 특수교사, 장애인당사자, 예비특수교사 등 모든 장애인 교육 주체들이 줄기차게 요구해 온 교육권과 바른 교육의 가치들, 현장 중심의 목소리를 대부분 담고 있다. 따라서 현재 열악하기 그지없는 장애인 교육의 현장에 엄청난 변화와 혁신을 가져올 것이라 기대하는 바가 컸다.
지난 3년간 장애학생 부모, 장애인 단체, 특수교육학회, 예비특수교사, 현직특수교사, 교수 등 각계의 활기찬 참여와 입법 활동 및 투쟁을 통해 「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의 제정을 이끌어내었다. 참으로 뿌듯하고 당사자 주의에 입각한 아래로부터의 민주주의의 승리가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이러한 기쁨은 얼마가지 못했다. 입법부의 다양한 정파, 다양한 입장을 가진 의원들을 설득하여 이룬 법의 성과물이 행정부, 교육인적자원부의 손에 맡겨지면서 변질과 왜곡, 부조리한 상황들이 연차적으로 발생하기 시작한 것이다.
교육인적자원부는 법률 통과 이후부터 꾸준히 법률 제정의 과정에서는 장애인 교육 주체들이 국회의원들을 앞세워 장애인 교육 주체들의 의도에 의해 법률이 제정되었지만, 법률 시행에 필요한 시행규령/시행규칙 제정만큼은 정부가 직접 주도권을 쥐고 추진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보여주고 있었다. 교육인적자원부는 장애인교육법의 시행령/시행규칙에 대한 민관공동기획단 구성 제안을 거부하였고, 이를 6월 13일, 공문을 통해 장애인교육권연대 등에 전달했다. 하지만 이는 면담을 통해 민관공동기획단 구성을 추진하기로 협의한 바 있는 김신일 교육부 장관의 약속과도 전면 배치되는 것이었다.
더구나 교육인적자원부는 새 법의 조항에 심사숙고 끝에 분명한 교육적 한계를 발견한 ‘치료교육’삭제에 대해 특수교육계 및 장애인 교육 주체들과의 어떠한 협의 없이 단독으로 치료교육 삭제에 따른 ‘후속조치’를 강행하였다. 현재 이 후속조치는 엄청난 타격과 충격, 교육현장에 공황에 가까운 분열을 남기고 있다. 즉 전문적인 자격이 없는(2, 3, 4년제 치료학과 출신의 단 4학점 이수) 실기교사들에게 중등 특수교육교사 임용 시험의 기회를 전면적으로 부여하는 등, 상식적으로 이해되지 않는 조치를 내놓았다. 상식적으로 전국의 특수교육과 학생 뿐 아니라 어떤 교사가 되던 당연히 이수해야하는 교직과목도 이수하지 않고 장애영역별 학습이나 연구는 아예 기대할 수도 없는 실기교사들에게 어떻게 장애학생을 가르치게 하겠다는 것인지, 도저히 상식의 선에서 이해해줄 수가 없다. 이 때문에 전국의 특수교육교사 및 예비 특수교육교사들, 특수교육의 전문성 확보를 위해 노력하던 연구자, 교수 및 높은 수준의 교육을 갈망하던 학부모들의 가슴은 이미 피멍이 들고 말았다.
이상과 같이, 교육인적자원부는 장애인교육법 제정 이후, 법률의 시행을 앞두고 더 많은 장애인 교육 주체들과 함께 다양한 쟁점 사항을 협의하여 시행령/시행규칙을 마련하고, 법률 시행에 따라 본의 아니게 피해를 입게 되는 이해 당사자에 대한 대책을 수립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그러한 의견 수렴 절차를 원천적으로 배제하고, 일방적이고 독단적으로 밀실에서만 추진하였다.
금번 문제가 된 후속조치만 해도 교수단체, 학부모단체, 학생단체, 시민사회 단체 등 그 어디와도 사전 합의나 논의가 없이 일방적으로 통보된 것이었고, 이러한 모든 조치의 기획에는 교육인적자원부의 특수교육정책과가 맡고 이에 대해 모든 사항을 장관을 비롯한 국․실장 등에 전혀 보고하지 않고, 과장 전결로 처리하는 등, 장애인 교육 주체들의 수많은 민원들을 과장 선에서 모두 짓누르고 있다. 개탄할 일이 아닐 수 없다.
더욱 놀라운 것은 한국특수교육과학생총연합회에서 직접 확인한 결과, 새로운 교원양성체계 및 법개편에 따른 양성방식변화에 있어서도 같은 교육인적자원부의 교원양성연구과 입장이 배치됨에도 이를 밀어붙이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에 대해 국회 교육위원(위원장: 권철현)들의 직접적인 문제제기가 있었고, 이에 따른 교육부 장관의 재검토 지시 하달에도 불구하고 상황변화는 전혀 없는 상황이다. 아무리 임기 말 대통령이 지명한 임기 말 장관이라 하더라도 이렇게까지 못 말리는 정부부처가 있다는 사실은 특수교육을 사랑하는 자들 입장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국민으로서도 서글프고 수치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에 대해 장애인 교육관련 주체들은 오늘까지도 한 목소리로 현재까지 ‘교육부장관 사과, 특수교육정책과장 파면, 후속조치 전면 재검토, 향후 시행령/시행규칙의 민관 TFT 구성과 참여”를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