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론
휴가철에
홍영희(김천중앙중 교사·집필위원)
휴가철이다. 텔레비전 전원만 누르면 연일 계속되는 불볕더위에 산으로 바다로 피서를 떠난다는 보도가 시도 때도 없이 흘러나오고 있다. 고속도로는 아예 주차장이 되었고 즐거워야 할 피서길이 짜증 길로 바뀌었다는 얘기가 심심찮게 들려온다. 7월의 마지막 날인 어제는 무려 백만 인파가 넘는 피서객들이 무더위를 피해 전국의 유명 해수욕장을 찾은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 그래서인지 우리 지역의 거리도 차량들만 씽씽 달릴 뿐 평소에 비하여 비교적 조용한 편이다. 또 아파트 각 동에 불 꺼진 호수가 제법 보이는 것을 보면 웬만한 가정에서는 모르긴 해도 피서를 떠난 것이 분명하다. 이제 여름철에 피서를 떠나는 것은 우리의 일상생활 속에서 자리매김 된 풍속도이기에 새삼스레 ‘피서 운운’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일 것 같다. 자기 돈으로 피서 가겠다는데 뭐라고 할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말이다. 다만 우리는 정작 휴가를 받아서 쉬어야 할 만큼 열심히 일을 했던가 하는 데에 생각이 미치면 그렇다고 수긍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 것인가 의구심이 들지 않을 수 없다. ‘남이 장에 가니 나도 ○○○메고 장에 간다’ 고 그저 남들이 휴가를 떠나니 우리도 덩달아 떠나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볼 일이다. 남을 탓할 것이 아니라 바로 필자 자신부터 그렇지는 않았는지 모르겠다. 필자도 학교에서 근무하고 있지만 누군가 “당신은 학생들에게 열과 성을 다하여 지도했었소?” 하고 묻는다면 감히 그렇게 했었노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없다. 하루를, 일주일을, 한 달을, 한 학기를 나름대로는 바쁘게 움직였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과연 열정을 쏟아야 할 곳에 쏟았는지 반성이 된다. 이 세상에 정지되어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작열하는 이 무더위도 머잖아 열기는 점점 시들해질 것이고 그에 발맞춰 아침 저녁으로는 삽상한 가을 바람이 불어올 것이다. 연일 무더위가 갱신하는 이 순간에도 도서관에서는 더위와 싸워가며 수험생들은 학업에 여념이 없고 취업 준비생들은 구직에 열을 올리고 있다. 어디 그뿐인가? 뙤약볕이 내리쪼이는 시장 노점상에서는 푸성귀 한 소쿠리 담아놓고 오가는 사람들의 발목을 잡고 있다. 아파트를 찾아오는 차량에서는 늦은 시각까지 하나라도 더 팔기 위하여 확성기가 울어대고 있다. 삶은 현실이기에 그들이 틀어놓은 확성기가 시끄럽긴 하지만 감히 꺼 달라고 요구를 못하겠다. 그들을 사랑한다. 삶을 위해 몸부림치는 그들의 살아있는 눈빛을 사랑하고 그들의 행동 하나하나를 진실로 사랑한다. 사람들은 각양각색의 다른 표정과 마음가짐으로 저마다의 삶의 질곡을 자기 그릇대로 고스란히 빚어낸다. 내 삶의 주인공은 바로 ‘나’라는 주인의식을 갖고 자신의 삶을 열심히, 충실히 살아야 할 의미를 되새겨 봄도 이 휴가철에 생각해 보았으면 좋겠다. 인생은 두 번이 아닌 단 한 번뿐이기에. 다들 휴가에서 돌아올 때쯤이면 새로운 활력으로, 단순한 휴가가 아닌 재충전의 기회가 되었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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