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천시단
투신(投身) -詩에게
낮 동안 품고 있던 적막을 얼레를 풀 듯 숲이 이내를 풀어놓으면 떠도는 마음 추슬러 강변으로 향한다
저물녘, 강물도 겹겹이 접은 상처주름 바람 앞에 파르르 펼쳐 보이고 물고기도 마음에 지진이 인 듯 물 밖으로 넘나들며 속울음 토해 놓으면 그 파닥거림의 파문위로 새들은, 끝내 버리지 못한 미련 놓아 버리듯 허공을 떠돌던 마음 가라앉히려 강물과 맞닿을 듯 속삭이며 맴돈다
나는 더 낮게 그대를 부른다
여름날, 뜨거운 햇살 사이로 순식간에 비집고 들어와 한 차례 뿌리고 간 소낙비로 인해 바싹 마른 옷가지들이 속절없이 젖고 말 듯
어느 날, 내 생의 틈 사이로 스며든 그대를 언제까지나 강물을 사이에 두고 허구한 날 서로를 바라만 봐야 하는지
끝내 멈출 수 없다면 그대를 향한 내 언어의 끝은 언제쯤 저 강물의 뒤척임 따라 바다에 가 닿아 내가 너이고 네가 나 되는 아무런 갈등 없이 우리가 한 몸 되어 바다로 흘러 들 수 있을지
강물은 무심히도 흐르고 그대는 선뜻 내게 손 내밀지 않는다
오늘도 나는 강둑으로 나가 강바닥에 납작 엎드려 때를 기다리는 내 언어의 잠룡을 그저 물끄러미 바라보지만 그대를 향한 내 열망은 멈출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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