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비와 사람
조병우(김천제일교회 담임목사)
요즘처럼 비에 대해서 혼란한 생각이 들 때가 없었던 것 같습니다. 방송에서는 게릴라성 비라고 표현까지 했습니다. 내리는 비를 바라보고 있노라면 온 세상이 하늘을 바라보면서 산다는 느낌을 가지게 합니다. 모든 자연 만물이 하늘에서 내리는 비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모든 산천초목이 하늘에서 내리는 은총을 기쁨으로 받고 있습니다. 빗방울이 산천초목에 떨어지면 산천초목은 그 은혜를 스스로의 생명 속에 받아들여 꽃도 피우고 열매도 맺어 그 은혜를 보답하게 됩니다. 비를 보면 세심한 사랑을 느끼게 합니다. 혹 연약한 생명들이 상처를 입을까 조심조심 내리는 비는 마치 자식을 키우는 어머니의 손을 닮아 있습니다. 내리는 비를 맞고 있는 산천초목을 보면 마치 어머니의 품에 안겨서 젖을 먹는 어린아이의 모습을 연상시킵니다. 비를 맞은 다음 날은 사랑을 받고 있는 생명이 얼마나 푸르고 힘이 있는가를 보여 줍니다. 내리는 비를 보면 비도 참 여러 가지 비가 있구나 하는 생각이 납니다. 잠깐 내리는 소낙비가 있고 지루하게 오는 장맛비가 있습니다. 너무 거칠고 폭력적인 폭우가 있고 장대비가 있고 어중간하게 내리는 이슬비도 있습니다. 그냥 하늘에서 내리는 비임에도 불구하고 내리는 모습에 따라서 그 이름이 달라지는 것을 보면 비도 사람을 닮아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사람도 소낙비 같은 사람이 있습니다. 모든 것이 성급한 사람입니다. 마른 하늘에서 갑자기 소낙비가 내리듯이 예측하기 어려운 사람입니다. 웃는 줄 알았는데 금새 울고 화낸 줄 알았는데 금새 너털웃음을 터트리는 사람이 있습니다. 소낙비처럼 워낙 변덕이 심해서 당황하는 일들이 많은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런 사람들을 만나는 것은 소낙비를 만나는 것과 같이 당황스럽습니다. 사람도 장맛비와 같은 사람이 있습니다. 장맛비가 와야 본격적인 농사가 시작이 됩니다. 그래서 옛날 사람들은 달력을 보고 농사철을 시작하는 것이 아니고 장맛비가 오기 시작하면 그 때를 기준으로 하여 본격적인 농사일을 합니다. 장맛비 같은 사람이 바로 일군이 되는 사람입니다. 일을 할 때에 그 사람이 꼭 있어야 된다는 생각이 나는 사람이 장맛비와 같은 사람입니다. 사람도 폭우와 같고 장대비와 같은 사람이 있습니다. 이런 사람이 한번 지나가면 모든 것이 질서를 잃어버리고 난장판이 되는 사람입니다. 폭우는 많은 피해를 가지고 옵니다. 상상할 수 없는 결과들이 나타날 때 폭우가 가진 폭력성을 사람들은 피하려고 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사람 가운데는 이슬비와 같은 사람이 있습니다. 이슬비는 가장 복된 비입니다. 아무런 피해를 주지 않으면서 모든 생명들에게 기쁨이 되는 사람입니다. 소리 없이 오지마는 모든 사람에게 꼭 필요한 양약과 같은 사람입니다. 무엇보다 이슬비는 아직 여린 새싹들에게 가장 좋은 사랑이 됩니다. 진정한 힘은 생명을 짚 밟는 폭우에 있는 것이 아니라 생명을 키우는 이슬비에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