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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천시단-채석강에서


관리자 기자 / kimcheon@hanmail.net입력 : 2007년 08월 30일
 

김천시단




채석강에서




윤애라(시인·부곡동)




1


사람이 일생을 바쳐보아도


연한 꽃대 하나 피워 올리지 못하고


제 몸 뜯으며 싹을 내미는


풀씨가 되지 못한다


그런 고요와 몰입으로


나를 길들이지 못한다


세상의 바다에 서면


다소 비장해져서


안으로 옥죄던 질긴 욕심과 분주함


훌렁훌렁 비워내 본다


파도의 묽은 혀가 내 발을 핥으면


발가락 끝으로 빠져나가는


욕망의 간지러움.




2


지금껏 파도가 책을 쓰는지 몰랐어요


바위에 제 몸을 던지고 비비며


칭얼대기만 하는 줄 알았어요


돌림노래 후렴처럼


세상의 바다에서 들은 말들을


지겨운 노래로만 부르는 줄 알았어요


비밀이 많아 달아오른 몸


깊은 수심으로도 식히지 못하고


온 몸으로 부딪히며 쌓아 올린 책


절대로 이 책은 넘길 수 없다고


한 번 쓴 책 켜켜이 쌓아올린 채석강




세상의 모든 금서(禁書)는


채석강에 있다


관리자 기자 / kimcheon@hanmail.net입력 : 2007년 08월 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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