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책 읽는 사람의 향기
장정인(시인)
우리는 살아가면서 참 많은 사람들을 만난다. 우선 처음 사람을 만날 때는 그 사람의 겉모습을 보게 되고 그가 풍기는 외모에 따라 그 사람을 판단하게 된다. 그가 입고 있는 옷이며 그가 들고 있는 가방과 소품들에 의해 그 사람의 인격도 됨됨이도 평가하게 된다. 며칠 전 내가 가르치는 제자에게서 이런 말을 들었다. 누가 봐도 정말 잘생긴 남학생으로부터 프로포즈를 받아 사귀기 시작했다고 했다. 다른 친구들의 부러움을 한 몸에 받으며 그와의 만남이 시작되었는데 하루 이틀 그를 만나다 보니 그 멋져보이던 외모는 신기루처럼 어디로 사라지고 그의 텅 비어있는 부분에 정이 떨어지더라는 것이었다. 여기서 말하는 ‘텅 비어있음’이란 삶의 여유도 여백도 아니다. 그 텅 비어있음은 물론 학벌로도 학교 교육만으로도 채워지지 않는 그 무엇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김광규 시인의 ‘묘비명’ 이란 시가 떠오른다. “한 줄의 시(詩)는 커녕/단 한 권의 소설도 읽은 바 없이/그는 한평생을 행복하게 살며/많은 돈을 벌었고/높은 자리에 올라/이처럼 훌륭한 비석을 남겼다”로 시작되는 이 시는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많다. 교사도 정치인도 한 가정의 가장(家長)도 아이를 기르는 엄마도 한 나라를 이끌어 가는 위정자들도 한 줄의 책을 읽음으로써 자신의 내면을 가꿀 수 있고, 내면에서 풍기는 그 향기는 다른 사람에게 전염되어 나비효과를 일으킬 수 있다고 확신한다. 나는 매주 금요일이면 기분 좋은 만남을 가진다. 김천문화원에서 작은 모임을 가진 지 벌써 7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 책을 사랑하고 시(詩)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이다. 그래서 아무리 바빠도 이 시간을 놓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책 속의 세상을 만나고 책 속의 여러 인물들의 삶을 만나고 그들과 생각을 공유하며 나아가 자신의 향기를 시와 수필로 표현해 내는 아름다운 사람들과의 만남이다. 일주일에 한 번, 우리의 이런 만남은 험한 세상을 살아가는 힘과 위로가 되고 무료한 삶의 활력소가 되기에 충분하다. 내면에서 우러나는 이런 은은한 향기는 아무리 돈이 많아도 아무리 권력이 있어도 절대로 풍길 수 없는 책 읽는 사람의 향기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금요일 우리의 만남 후 짬을 내어 들르는 도서관, 그 도서관에 들어서면 은은한 책의 향기에 마음이 넉넉해진다. 책을 사랑하고 시를 사랑하는 우리들은 적게 가지고도 늘 부유한 삶을 살아가는 이 세상 누구보다도 행복한 사람들일 것이다. 이제 바야흐로 독서의 계절인 가을이 다가온다. 한권의 책을 곁에 둠으로써 책의 향기에 흠뻑 빠져들 수 있는 그런 향기 나는 사람들이 참 많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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