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애(51세·사진)씨가 ‘한국시’ 신인상 당선으로 문단 데뷔를 했다. ‘은행나무가 있는 거리’, ‘매화차’, ‘민들레’ 등 3편의 시가 당선돼 시인으로 활동할 수 있게 된 것. 횟배 앓는 아이/뚝뚝 떨군 눈물로/황금동은 지금 황금빛입니다/사람들은 무심히/제 갈 길을 바삐 가는데/가을을 몰고 가는 찬비를 맞으며/5일장을 지키는 아낙/수건 두른 머리에는/점점이 내려앉은 시간이/노랗게 멈춰있습니다/구르는 잎/행여 누가 쓸어버릴세라/조심스레 밟아보려 하니/저만치 가을 따라 굴러갑니다/바람이 불어/은행잎 모두 진다면/하늘 가득 안은/외로운 빈가지 한 켠에/내 마음/걸어두려 합니다. 어느 장날 자신이 살고 있는 황금동 한신아파트 부근 가을풍경을 그린 작품 ‘은행나무가 있는 거리’ 전문이다. 심사는 채규판, 김해성, 송영택 등 5명의 시인이 맡았는데 “이 작품은 평범한 시제에도 불구하고 인간의 생활 근접에서 생명감이 약동하는 현실현상을 노래하고 있으며 향수의 그리움과 현실상황을 수건 두른 아낙과 내려앉은 시간과 노란 잎의 이미지 작용으로 형상화시킨 것은 지적인 철학의 응결로 대중감정과 개인의 특수감정이 조화돼 시적 미학의 통일성을 이룬 수작”이라고 ‘심사평’을 통해 높이 평가했다. 심사위원들은 또한 “친자연과 깊은 사고력을 바탕으로 인간과 자연의 교감을 참신한 감성으로 발산시키고 있으며 특히 시적 이미지를 풍부한 서정과 상상력으로 그려내는 태도가 뛰어나다”고 당선 시킨 배경을 설명했다. 이진애 시인은 ‘당선소감’ 앞부분을 이렇게 썼다. “시를 쓴다는 것이 영혼의 저 밑바닥까지 흔들어보다가 다 쏟아내어 정화되는 일이라면 이제 시의 입문에 들어섬이 조금은 두려운 마음이 앞선다. 뒤안길에서 서성이다 앞마당으로 불려나온 듯한 기분이 드는 것은 그동안의 게으른 시작(詩作) 탓일지도 모른다. 더욱 노력하라는 채찍으로 삼아 정진하며 세상의 작은 빛이 되도록 노력할 것이다.” 김천문화학교 시창작교실에서 오랜 기간 시 공부를 해온 이진애 시인은 그동안 이들 수강생들로 구성된 다움문학회 회원으로 활동하며 ‘습자지 덮인 풍경’, ‘그 아름다운 소모’, ‘바람이 닫고 가는 문’ 등 7권의 동인시집을 냈다. 수상경력으로는 낙강시제백일장 장원, 매일여성백일장 차하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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