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거노인 가난보다 무서운 ‘무관심’
박순녀(가명) 할머니는 뉴스에서 ‘혼자 사는 노인 수일 지나 시체로 발견’이라는 소리를 듣고 많이 울었다고 했다.
20년 전 남편을 잃고 재래시장 난전에서 장사를 하며 두 아들과 두 딸을 키웠지만 10년 전 큰 아들을 잃고 혼자 살고 있다는 김 할머니. 지금은 많아야 1년에 한번 전화로 자식들의 목소리를 듣는다며 눈물을 글썽였다.
박순녀 할머니의 경우는 그나만 나은 편이다.
같은 건물에 살고 있는 김 할아버지의 경우 시의 보조금이 없으면 생활자체가 불가능했다. 벌써 6년간 소식 한 장 없는 자식들을 기다리며 불편한 몸으로 매일 마당에 나와 문밖을 보고 있다.
김철수(가명) 할아버지는 “자녀들을 원망하지 않느냐”는 물음에 “자식들의 살림이 어렵다. 내가 물려준 것이 없어 먹고살기가 어려워서 그런 것”이라며 “나야 뭐 시에서 지원금도 나오고 소일도 해가며 그냥 저냥 먹고사니 자식들 얼굴만 가끔 보면 소원이 없겠다”며 아쉬워 했다.
김철수 할아버지는 요즘 들어 자식들의 얼굴이 더욱 그립다. 작년 겨울 소일거리로 빈병 줍는 일을 하다 눈길에 미끄러진 후로 계속 몸이 아프다. 병원에 다녀왔지만 특별한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라 노환이라는 말에 더욱 마음이 불안하다.
이순애(가명) 할머니는 4년째 자식들의 얼굴한번 보지 못했다. 물론 연락처도 모른다. 5년 전 이곳에 보증금과 10달치 방세를 주고 방을 얻어주고는 연락이 되지 않았다고 한다. ‘이러다 자식들 얼굴도 못보고 죽는 건 아닌지’ 두렵다.
박순녀 할머니, 김철수 할아버지, 이순애 할머니는 좁은 골목을 사이에 두고 작은 방들이 한집을 이루고 있는 옛날식 주택에 모여 살고 있다. 이 집에는 형편이 비슷한 노인들이 7명 정도 더 있다. 모두가 10여명이다. 대부분의 세입자들은 박순녀 할머니와 같은 독거노인이다. 이처럼 이곳에 살고 있는 노인 대부분은 자녀들이 있지만 현실적으로는 무의탁 노인들과 다를 것이 없어 부모자식의 정마저 희박해지는 각박한 세태를 반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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