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희망을 향한 미약한 첫걸음
이대후 (김천선관위 지도담당)
나는 무엇을 할 수 있는가? 미약한 힘이 진정 무엇을 이룩할 수 있는가?
우리 자신이 제도적 모순과 불합리성에 부딪힐 때 외마디 비명 밖에 지룰 수 없다면, 그만큼 깊은 좌절도 없을 것이다.
우리는 모순과 불합리성에 부패한 정치체제를 경험해왔다. 이런 정치에 대한 부정적 시각을 갖게 하는 정치부패는 정치자금의 불투명성에서 기인하는 바가 크다. 정치자금이란 정치활동을 하는 자에게 제공되는 금전이나 유가증권 그 밖의 물건과 그 자의 정치활동에 소요되는 비용을 말하는 것으로, 기업 등 이익집단이 정치가 등에게 불법정치자금을 제공하고 금융특혜 등의 특정 수혜를 입는 정경유착은 공정한 자유경쟁을 훼손하여 국가경제를 무너트리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 개개인에게로 돌아왔다. 또한 민주주주의 왜곡과 선거문화의 황폐화로 이어진 게 사실이다.
70~80년대의 민주화 운동의 업적에도 불구하고 이후에도 국가발전을 저해하는 정치권의 부패를 접하는 계기는 어렵지 않았다. 정치는 불신을 만들었고 불신은 비난으로 이어졌다.
그리고 어느새 우리는 이런 정치 일반에 대하여 비난과 힐난에 익숙해져버렸다. 어쩌면 비난이 습성처럼 배겼는지도 모른다. 습성이 되어버린 비난, 이는 현재에도 정치에 대한 불신이 뿌리 깊게 자리 잡고 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이런 비난과 정치권에 대한 실망은 음성적 정치자금의 흐름이 존재하는 한 쉬이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대안 없는 비난과 비판이 무익한 것만은 아닐 것이다. 그런 비난과 비판이 여론을 형성하고 형성된 여론이 건설적 대안을 찾아 발전을 위한 채찍을 얼마든지 가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럴 때만이 토하기만 하던 비난이 빛을 바랄 것이다. 그 대안의 하나가 정치자금 기탁제도이다.
음성적 정치자금의 조달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 정치자금 기탁제도란 개인이 각급 선거관리위원회에 기탁한 정치자금을 국고보조금 배분비율에 따라 각 정당에 배분·지급하는 제도로서 2004년 3월 12일 개정된 정치자금법에서도 정치자금의 투명성 확보와 건전한 정치문화 발전을 위해 법인·단체의 정치자금 기부를 전면 금지하고 소액다수에 의한 정치자금의 조달을 원활하게 할 수 있도록 정치자금제도를 개선했다.
기탁금제도는 정치자금의 기부자와 기부 받는 자간의 발생할 수 있는 청탁 등 폐해를 예방함으로써 건전한 민주정치의 발전을 도모하기 위한 것이다.
하지만 그 어떤 건설적인 비판에서 오는 대안도 우리가 몸소 무언가를 실천하지 않으면 무기력해질 수밖에 없다. 습성이 되어버린 비판, 토하기만 하는 비난, 이는 무기력한 우리들의 자화상일 지도 모른다. 무기력함의 굴레는 제도의 모순과 불합리성 앞에서 외마디 비명밖에 지를 수 없게 만든다.
그럼, 나는 무엇을 할 수 있는가? 미약한 힘이 진정 무엇을 이룩할 수 있는가? 이제 비난과 비판을 넘어 희망을 얘기할 때다. 미래에 대한 희망을 꿈꿀 때이다. 그리고 무기력함을 넘어 희망을 향한 첫 걸음을 내딛을 때다. 개인의 자그마한 정치자금 기탁이 그 걸음이 될 수 있다. 투명한 정치자금 기부가 희망을 향한 초석이 될 수 있다.
이제 우리가 이룩할 수 있는 꿈을 가늠하고 내딛는 한 걸음은 소망하는 세계로 태동할 수 있는 힘의 원천이 될 것이다. 미약한 한 걸음의 창대한 창출을 의심하기에 앞서, 우리가 희망을 향해 지금 할 수 있는 무언가가 있다는 것이 중요하다. 희망이란 시작하는 자만이 누릴 수 있으며, 꿈꾸는 자의 몫인 것이다. 진정 깊은 좌절은 희망이 없는 것보다 희망을 보려고 조차 하지 않는 것이다.
이제 우리는 감히 그 희망을 보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