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숙월 시인의 열 번째 시집 ‘하늘 입’이 발간됐다. ‘하늘은 참 좋겠다’, ‘옷고름 푼 복숭아나무’에 이은 이번 시집 ‘하늘 입’에는 ‘양성 반응’, ‘참 괜찮은 버릇’, ‘하늘 복주머니’ 등 75편이 수록돼 있다. 하늘 입이다/우리도 웃는 입은 저렇게 곡선으로 그리지/가운데가 내려가고 양쪽이 올라가게 그리지/하늘엔 울 일 없어 밝게 빛난다/하늘이 내민 입에 나의 입을 대어본다/가슴이 뛰는 소리를 크게 듣는다 시집 제목이 된 ‘초승달’ 첫 연이다. 해설을 맡은 이정환 시인(한국교원대 겸임교수)은 이 부분에 대한 해설을 이렇게 썼다. “권숙월 시인은 ‘초승달’을 ‘하늘 입’으로 은유하고 있다. 신선한 충격을 준다. 백 마디 천 마디의 말보다 이 한 줄이 주는 의미는 실로 크다. 우리는 무수히 ‘하늘 입’을 바라보며 살고 있음에도 쪽배나 돛단배 정도로만 생각하며 바라보고는 했다. 시의 화자는 일거에 그러한 선입관을 부서뜨려버린다. 그리하여 ‘하늘 입’이 오늘은 어떠한 말씀을 우리에게 들려주고 있는지 유심히 우러러보게 한다. <중략> 유사 이래 그 누가 ‘초승달’을 ‘하늘 입’이라고 말했던가. 이 한 마디로도 그는 시인으로서의 몫을 다한 셈이다. 일생을 두고 한 시인이 수백 편 수천 편의 작품을 남긴다 하더라도 종국에 가서는 한두 줄 기억될까 말까이다. ‘권숙월 시인’ 하면 ‘초승달-하늘 입’으로 기억해도 좋을 성싶다. 이것은 예사로운 발견이 아니다. 이미 이순을 넘은 시인의 전 생애가 집중되어 있는 구절이라고 감히 단언해도 지나침이 없을 것이다.” 김천 출신 시인 중 가장 많은 시집을 발간한 권숙월 시인의 작품 경향은 ‘자서’를 보면 알 수 있다. “미안하게도 나는 너무 자주 나무와 꽃을 나의 시에 불러들였다. 나를 대신해 산소 같은 말, 향기로운 말을 해달라고 보채며 시를 써왔다. 한 번도 거절하지 않고 시의 통로가 되어준 나무와 꽃은 시가 없으면 꿈도 없을 나에게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라고 외쳐댈 수 있는 대숲이 되어주었다. 시의 길에 들어선 지 삼십 년이 되는 해에 묶는 열 번째 시집, 이번 시집의 시 역시 기름기가 없는 식물성 시가 대부분이어서 시보다는 나무와 꽃에 더 마음이 가는 사람들에게 바친다.” ‘시문학’을 통해 문단에 나온 권숙월 시인은 김천문학회 회장, 한국문인협회 김천지부장 등을 역임하고 현재 김천신문 편집국장으로 재직하며 김천문화학교 시창작반을 지도하고 있다. 수상경력으로는 경상북도문화상, 김천시문화상, 경북예술상, 삼일문화상 등을 수상했다. 고형렬 시인이 운영하는 시평(詩評)을 통해 발간된 권숙월 시집 ‘하늘 입’의 값은 6천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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