쥐띠 해
이 우 상 수필가·광기교회 장로
쥐들이 모여서 어떻게 하면 고양이를 사전에 막을 수 있을까에 대한 대책회의를 열었는데 드디어 기가 막힌 묘안이 나왔다. 왈(曰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곧 딜레마에 빠지고 만다.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 쥐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여기에서 ‘고양이 목에 방울 달기’라는 말이 많은 사람들의 입에 회자(膾炙)되게 되었다. 쥐띠의 해, 대망의 2008년 무자년(戊子年) 새해가 밝았다. 그러나 십간십이지(十干十二支)에 의한 짐승과의 연관은 음력을 기준으로 하기 때문에 굳이 따진다면 사실은 2월7일이 되어야 쥐띠의 해가 시작되는 것인데 대부분의 많은 사람들이 양력 1월1일만 되면 십간, 십이지에 의한 띠의 해를 앞당겨 말들 하는데 정확히 말하면 아직 돼지띠 해인 것이다. 그리고 ‘쥐의 해’가 아니라 ‘쥐띠 해’인 것이다. ‘쥐해에 태어난 사람은 부자로 산다’는 말을 제외하고는 쥐와 관련된 좋은 뜻의 말이 잘 떠오르지 않을 정도로 쥐는 우리가 늘 가까이는 하지만 좋아하지는 않는 동물이다. 쥐는 구석기 유적의 화석에서 발견된 것을 보면 오랜 세월 동안 인간과 함께 해온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생김새가 혐오스럽고 얄미우며 성질이 급하고 행동거지가 경망스럽다. 불결한 곳을 들락거리며 전염병을 옮기기도 한다. 더욱 기분 나쁜 일은 인간이 먹는 모든 음식을 너무도 잘 먹어서 인간의 양식을 축내기 때문에 옛날부터 쥐 퇴치에 골머리를 앓기도 했다. 초등학교에 다닐 때 쥐를 잡아 쥐꼬리를 학교에 제출한 적도 있었다. 그러나 사람들은 이러한 쥐에 대하여 비유와 상징으로 쥐의 특성을 논하고 있다. 쥐는 사람들의 말을 열 마디 정도는 알아들을 뿐 아니라 좌우를 구별할 줄 알며 매우 영리해서 한 번 알아둔 통로는 반 년 동안 기억하고 있다고 한다. 3일만 굶어도 죽기 때문에 양식을 찾아 부지런히 헤맨다. 게다가 왕성한 번식력 덕분에 다산과 풍요의 상징으로 여겼으며 먹이를 모아놓는 습성 때문에 숨겨놓은 재물을 지키는 존재로 여기기도 했다. 이렇듯 쥐는 때로는 긍정적으로 그려지기도 하지만 거의 부정한 동물로 인식되고 있다. 또한 쥐는 대부분이 초식동물로 풀잎·줄기·뿌리·씨·열매, 각종 곡식, 어린나무의 나무껍질이나 뿌리를 먹고 사는데 곤충류·지렁이류 등의 작은 동물도 먹는다. 매우 다산성이어서 개체수가 많다. 서식환경도 매우 다양하다. 해가 진 뒤와 해돋이 전에 가장 활발히 활동한다. 쥐와 관련한 풍습도 다양하다. 대표적인 것이 새해 첫 쥐날(子日)에 들에 불을 놓아 풍년을 기원하는 쥐불놀이를 한다. 쥐를 몰아냄으로써 풍요를 기원하는 풍습인데, 해충을 제거해야 이듬해 농사가 잘 된다고 믿었다. 이곳저곳에 나쁜 균을 옮기고 곡식을 축내는 쥐를 죽임으로써 그 피해를 줄여보자는 데서 시작한 풍습은 아직도 농촌에서 행해지고 있다. 그런데 어떻게 해서‘십간십이지(十干十二支)’의‘자(子)’가 십이지의 맨 첫 자리에 오게 되었으며 하필 지구상의 수많은 동물 가운데 12 동물이 왜 십이지 각각의 자리에 놓이게 되었는지가 궁금하기도 하다. 십이지의 첫 자리인 ‘자(子)’는 오후 11시에서 새벽 1시 사이를 가리키고 태아가 자리 잡은 모습을 본뜬 글자로, 자손을 의미하며 ‘무(戊)’는 만물이 자라서 풍성하게 얽혀 있는 모양을 본뜬 글자라고 하는데 쥐의 다산성을 논하지 않고 ‘무자(戊子)’글자풀이만으로도 풍성함을 뜻한다. 이렇게 12간지 가운데 가장 인내심이 강하고 왕성한 번식력을 가진 영물로 다산과 풍요 및 재물을 상징하는 쥐띠해인 2008년 오랜만에 새 지도자와 새 국회원이 동시에 출발하는 의미 있는 무자(戊子)년이다. 새해에는 모쪼록 모든 분야에 온 국민이 풍성함을 누리는 한 해가 되기를 진심으로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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