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생각하며 -노경애
관리자 기자 / kimcheon@hanmail.net 입력 : 2008년 01월 31일
살며 생각하며 장미꽃 사랑 노 경 애 수필가
마당에 이리저리 굴러다니는 낙엽을 쓸다말고 화단을 무심코 쳐다본다. 제철도 아닌데 장미꽃이 활짝 피었다. 일상이 바쁜 탓에 눈길도 한번 주지 않았는데 언제 장미가 저렇게 곱게 피었을까, 의아해 하며 장미를 바라보는데 갑자기 얼굴이 붉어져 온다. 딸아이가 고등학교 다닐 때이다. 일요일인데 도서관에 공부하러 간다며 아침 일찍 나간 딸아이가 밤늦도록 돌아오지 않았다. ‘어디를 갔을까? 분명 공부한다고 나갔는데...’ 밤 10시가 지나도록 전화 한 통 없었다. 마침 남편도 직장일로 멀리 출장을 가고 없었고 혼자서 온갖 궁상맞은 생각을 하며 대문 앞을 서성이고 있었다. 지나가는 단발머리 여학생을 보면 모두가 딸아이만 같았다. 밤이 깊도록 찬바람을 쐬며 아이를 기다리고 있으니 다리가 저려오고 한기가 든다. 얼마를 기다렸을까, 저만치 가로등 불빛아래 책가방을 메고 힘없이 걸어오는 딸아이가 보였다. 반가움에 달려가 가방을 받고 싶었으나 걱정을 하게 한 것이 화가나 모른 척 하고 서 있었다. 가까이 다가 온 딸아이는 밤늦도록 기다리게 한 것이 미안한지 치맛자락을 붙들며 애교를 부린다. 그런 딸아이를 냉정하게 뿌리치곤 “어디를 그렇게 쏘다니다가 이제 돌아오는 거니? 도서관에 간 것이 아니었구나.” 큰소리로 꾸중을 하며 등을 힘껏 때렸다. 딸아이는 변명도 하지 않고 걱정을 끼쳐서 죄송하다며 한마디하고는 물 한 컵을 단숨에 들이키곤 제 방으로 들어가 버렸다. 안도의 숨을 내쉬며 텔레비전을 보다가 때린 것이 자꾸만 마음에 걸려 딸아이의 방문을 노크했다. 그런데 아무런 기척이 없다. 토라져서 이불 뒤집어쓰고 홀짝홀짝 울고 있는 걸까, 걱정이 되어 방문을 여니 물파스냄새가 진동을 했고 딸아이는 옷을 갈아입지도 않은 채 엎드려 자고 있었다. 밤길 걷다가 넘어져 피멍이라도 들었는가 싶어 딸아이를 깨우려 했지만 곤하게 자는 아이가 안쓰러워 이불을 덮어 주고 나왔다. 저녁을 먹었는지 묻지도 않고 대뜸 혼을 내며 때린 것이 마음에 걸려 잠을 이루지 못해 엎치락뒤치락 하다가 늦잠을 자고 말았다. 다급한 마음으로 아침을 지으려고 방문을 여니 미역국 냄새가 집안 가득하다. 식탁 위에는 노릇노릇 잘 구운 참조기와 미나리 잎과 홍고추로 모양을 낸 완자전이 접시에 예쁘게 담겨 있었다. “엄마, 생신 축하 드려요” 환하게 웃으며 딸아이가 장미다발을 안겨주며 상자 하나를 건네준다. 예쁘게 포장한 상자를 열어보니 장밋빛 립스틱이 들어있었다. 가정과 직장을 오가며 바쁘게 움직이다 보니 생일도 까맣게 잊고 있었는데 딸아이가 기억하고 챙겨준 것이다. 평소 용돈을 많이 준 것도 아닌데 선물을 어떻게 샀을까, 어제 저녁 딸아이의 방에서 파스냄새가 진동하는 이유를 조금 알 것 같았다. 짐작했던 대로 음식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다고 한다. 그것도 모르고 엉뚱한 생각을 하며 아이를 혼냈었다. 나는 딸아이가 안겨주는 장미꽃을 바라보는 마음이 흐뭇하고 행복했지만 어젯밤의 일들이 스쳐가 부끄러웠다. 결혼하고 처음으로 받아보는 생일 상, 딸아이가 차려준 음식이 가득한 식탁 위에다가 장미꽃을 꽂아 놓으니 분위기가 사뭇 달랐다. 딸아이의 고운 마음이 담겨서일까, 비싼 호텔에서 우아하게 앉아 음식을 먹는 것 보다 훨씬 분위기가 있었다. 평소 같으면 아침을 거르기 일쑤였는데 이른 새벽에 일어나서 나를 위해 끓여준 미역국을 한 그릇을 뚝딱 비웠다. 진한 장미향기가 주방 가득했다. 출근하기 위해 거울 앞에서 선물로 준 립스틱을 바르고 있는데 등 뒤에서 나를 바라보고 있던 딸아이가 활짝 핀 장미꽃처럼 웃고 있었다. 생일 선물로 준 장미꽃, 그 꽃을 사기 위해 밤늦도록 음식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처음으로 경험하는 일들이 얼마나 힘들었을까, 공부만 했던 딸아이였는데, 다리가 통통 붓도록 서빙을 하며 생일날 제 힘으로 엄마에게 꽃다발을 안겨주는 기쁨만을 생각하며 참고 또 참았으리라. 그리고 살아가는 일들이 만만치 않다는 것을 체험을 했을 것이다. 세월이 많이 흘러 딸아이가 어엿한 숙녀가 되었고 나는 중년이 되었다. 직장에서 제 한몫을 당당하게 잘하고 있는 딸아이가 대견스럽다. 노을빛에 더욱 짙어진 빨간 장미꽃, 장미꽃에 담긴 딸아이의 사랑이 노을빛을 받아 붉게 빛을 발하고 있다.
|
관리자 기자 / kimcheon@hanmail.net  입력 : 2008년 01월 31일
- Copyrights ⓒ김천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
|
|
경상북도 민물고기연구센터에서는 어린이날을 맞아 3일부터 5일까지 3일간 ‘온 가족이 떠나는 생태체험여행’을 테마로 평소 일반인들이 쉽게..
|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5월 1일 창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영호남 시도지사 협력 회의에 참석해, 수도권 집증 해소와 지방소멸 극복을 위한 공..
|
송설(김천중․고등학교) 총동창회가 1일 경북도청을 방문해 최근 경북 북부권을 중심으로 발생한 산불 피해복구를 위해 성금 3,649만원을..
|
|
김천시는 매년 차별화된 주거복지 정책을 선보이며, 실효성 있는 대응책을 지속적으로 강화하고 있다. 2025년에도 저출생 문제 해소와 시..
|
2024년 여름, 김천시는 기록적인 집중호우로 인해 막대한 피해를 입었다. 특히 봉산면에는 시간당 80mm 이상의 폭우가 쏟아졌으며, ..
|
안경이 시력 교정의 기능을 넘어 하나의 패션 아이템으로 그 역할이 변화해가는 트랜드에 발맞춰 글로벌 아이웨어(eyewear)시장에 도전..
|
김천시 감문농공단지에 위치한 차량용 케미컬 제품(부동액, 요소수 등)생산 업체인 ㈜유니켐이 이달(8월)의 기업으로 선정되었다. 선정패 ..
|
|
|
김천신문 / 주소 : 경북 김천시 충효길 91 2층 / 발행·편집인 : 이길용 / 편집국장 : 김희섭 청소년보호책임자 : 황의숙 / Mail : kimcheon@daum.net / Tel : 054)433-4433 / Fax : 054)433-2007
정기간행물 등록번호 : 경북 아-00167 / 등록일 : 2011.01.20 / 제호 : I김천신문
본지는 신문 윤리강령 및 그 실천요강을 준수함
|
방문자수
|
어제 방문자 수 : 37,539 |
오늘 방문자 수 : 11,469 |
총 방문자 수 : 97,904,143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