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칩이 지나더니 봄이 오는 속도가 눈에 보일 정도이다. 아이들은 홑겹으로 입고나와 동네를 뛰어다니고 겨우내 얼었던 산천에는 계곡물이 흐르면서, 그 곁으로 아직 삭막한 가지 끝엔 아기토끼의 꼬리 같은 새눈이 토실토실 움터있는 계절.. 3월이 온 것이다. 한낮의 봄볕은 따듯하기 그지없어 휴일 오기만을 손꼽아 기다리는 사람도 적지 않은 듯 주말 산천은 벌써부터 이른 행락객으로 북적거리고 있다. 봄을 맞는 기쁨을 도심 속의 집에서도 느끼고 싶은 마음이야 이해 못하는 바는 아니지만 하산길에 하나씩 들고 내려오는 새눈가지, 꽃눈가지를 보고 있자니 얼마 오지도 않은 봄이 발걸음을 돌려버리지는 않을까 아이같이 걱정스러운 마음이 든다. 새눈은 거기 그곳에서 새잎이 되고 새가지가 되어 산하를 덮을 신록이 되어야 하거늘 한 사람의 욕심이 이쪽 가지를 꺾어가고 또 한사람의 욕심이 저쪽 가지를 꺾어가니 새눈이 앞 다투어 움튼들 산에 남아 오는 이를 맞아줄 겨를이 없다. 만물의 영장이라 한들 사람이 계절을 바꾸고 새눈을 틔울 수는 없는 일이다. 누구는 삭막한 세상사를 잠시나마 잊기 위해, 누구는 자연이 그리워 무작정 산야로 나섰다면 이번 주말에 만나는 새눈은 겸손한 마음가짐으로 거기 그대로 두고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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