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단지를 보내주세요-농소에 단지거리 조성 김응일 농소면사무소 지난 1월1일자 인사에서 농소면으로 발령을 받았다. 산수가 수려하기로 전국에 이름난 대항면에 근무하다 이곳으로 오니 서먹서먹했지만 인심 좋은 이장님과 새마을지도자를 맡고 있는 동기가 자주 찾아주어 얼마가지 않아 농소면에 정신이 흠뻑 빠질 정도가 되고 말았다.
자두가 많이 생산되는 용암리와 봉곡리로 들어가는 길은 이국에 온 듯이 넓은 벌판에 드문드문 집들이 서 있다. 경치 좋은 곳에 고방사가 있고 신흥사가 있다. 교회 또한 많아 봉곡리는 주민의 80% 이상이 교인이다.
나는 틈틈이 시간을 내어 농소면 구석구석을 둘러보았다. 사람들이 부지런해서일까 아무리 보아도 노는 땅 한 평 찾을 수 없었다. 경사도 40도 이상의 경지에도 빽빽이 들어차 있는 자두나무, 자두의 고장이라는 말이 빈말이 아니었다.
봉곡리 신흥사로 올라가는 오솔길을 따라 가노라면 먼 옛날 시골길을 걷는 듯한 느낌이 든다. ‘동구 밖 과수원길…’이라는 노래가 입에서 절로 난다.
자두나무를 보고 있으면 어디 먼 곳으로 여행을 다녀온 듯하다. 4월이 되면 자두꽃이 핀다는 말에 얼른 4월이 되었으면 하고 기다려졌다. 자두꽃이 피면 여기에 걸맞은 축제라도 하면 좋을 텐데 하고 기다렸다. 사진촬영대회라도 하면 좋겠다 싶어 한국사진작가협회 김천지부 관계자에게 전화를 해보았다. 그러나 예산도 너무 많이 들고 시간이 너무 촉박해서 내년을 기약할 수밖에 없었다.
일단 자두연합회에도 연락을 해두자. ‘띠리링!’ 김천문화원에도 연락해 두자 ‘띠리링!’ 보람이 있어 다음 달 도시 학생들을 대상으로 전국자두연합회와 봉곡리에서 자두 따기 체험이 계획되어 있다.
누가 뭐라 해도 농소면의 가장 큰 자랑거리이자 앞으로 길이 보존해야할 것은 바로 백로다. 백학이 춤추는 농소, 얼마나 멋있고 시원한 느낌이 드는가! 1월이면 왜가리가 날아온다고 한다. 척후병 몇이 빙빙 마을 주위를 2~3일 관찰하고 돌아가서는 다른 왜가리를 데리고 온단다.
3월이면 백로가 온다. 백로부대가 와서 왜가리하고 한판 붇는다고 한다. 덩치는 작아도 백로가 왜가리를 몰아내고 집을 빼앗는단다. 요놈 새들이 사는 곳은 나무들이 다 죽는다. 똥이 강산성이라 나무가 말라 죽는다. 봉곡리 마을 뒷산에는 죽은 고목이 빼곡히 들어서 있다. 고목 숲에 들어가면 백학이 날아오르는데 꼭 항공모함 같다. 도시의 아이들이 보면 정말 좋아할 것 같다. 이것을 가지고 체험마을을 하면 아마도 인기가 좋을 것 같다. 신록의 계절 5월이다. 방금 찬물로 세수를 하고 나온 것처럼, 우리 아이 얼굴처럼 해맑은 하늘이다.
마을 주민들의 열정이 팔딱팔딱 뛰는 고등어처럼 활력이 넘친다. 무엇인가 해 보려고 잘살아 보려고 이리저리 뛰어 다니는 모습이 너무도 보기가 좋다.
농소의 유명한 메주를 홍보하고 거리를 단장하기 위해 예산을 확보해 단지거리를 조성하고 있다. 전국에서 제일가는 단지거리를 만들어 보고자 하는 열정이 있다. 집안에 잠자고 있는 꿀단지, 보물단지 등을 농소면으로 보내 주면 좋겠습니다. 연락만 주면 언제든 가지러 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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