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남에게 기대하지 말자 박성득 김천시정책자문위원장 내가 공직에서 퇴직한지 벌써 7년이 지났다. 사회에 나올 당시 여러 기업에서 연봉 1억 원 이상과 주식이라는 옵션을 조건으로 같이 일 좀 하자고 제의가 많이 왔으나 내가 해왔던 일과 관련되는 기업이라면 내 후배들에게 부탁할 일도 많을 것 같아 다 거절하고 내 전공과는 거리가 먼 I·T 분야가 주력업종인 중소기업을 선택하게 되었다.
뒤에 생각하니 내 자신이 세상물정을 너무 모르는 바보였다고 후회도 되었다. 후배들에게 신세 질 일이 없다고 생각한 I·T 분야도 예외는 아니었다. 한 가지 사례를 들면 내가 몸담고 있는 회사에 도움을 주기 위해 과거 경륜을 지렛대로 정부예산 150억 원을 확보했으나 독점적인 분야가 아니어서 동종업체 간에 경쟁이 불가피하게 되었다.
회사를 위해서 사업수주 마무리에 전력투구하지 않을 수가 없는 입장이 되고 보니 사업자 결정에 키를 쥐고 있는 심사위원들의 선정이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재임 중에 내가 아끼고 키워왔던 후배가 이 업무를 책임지고 있어 부탁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가 지방공무원으로 있을 때 친구의 추천으로 내 부하로 영입을 하게 되었는데 근면, 성실하고 일에 열중하는 사람으로 나의 분신 보는 것 같아 남다른 애정과 신뢰를 갖고 10년을 키우며 같이 일해 온 후배였다.
그에게 부탁을 하려고 하니 처음 회사를 선택할 때의 마음처럼 내 자존에 매우 망설여졌다. 회사에 대한 책임과 이 정도는 도와 줄 수 있을 것 같다는 내 혼자의 기대로 우리 회사에 호감을 갖고 있다고 판단한 심사위원 예비명단을 제시하면서 선정에 도와 줄 것을 간곡하게 부탁하게 되었다. 사회에 나와서의 첫 부탁이고 재직 중에 나와의 인연을 생각하면 내 마음을 알고 이 정도의 요구는 들어 줄 것이라고 믿고 기대를 했었는데 한마디 설명도 없이 딱 잘라 거절하는 것이 아닌가. 그동안 예산확보 노력과 심사위원 예비후보들에게 기울인 공을 생각하니 엄청난 충격이었고 심한 배신감에 한동안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그 외에도 현직에 있을 때는 쓸개라고 빼줄 것 같이 나를 따르던 후배들에게도 기대를 갖고 무엇을 부탁하면 나를 기피하고 부담스러워 하는 일도 많았다.
반면에 공직에 있을 때 직접적인 인연도 없었고 전혀 기대를 하지 않았던 사람들은 나의 진실한 마음이 통하고 성실한 자세로 사업설명을 했을 때 도와주는 사례도 많았다. 나는 그들에게 늘 감사하고 새로운 인연을 구축하면서 보답 해야겠다는 마음이 지속되고 있다. 퇴직한지 몇 년이 지난 지금은 남에게 기대 하는 것 보다는 상대방 입장을 이해하는 마음으로 많이 변했는데 자기 입장에서 타인에게 기대한다는 것이 참으로 무서운 것임을 절실히 느끼게 되었다.
우리가 생활하다보면 우리 주변에 있는 가족과 친지, 친구간에도 미치지 못 할 경우 상대를 원망하고 불평과 비난을 쏟아 붙게 되는 것이 현실이다. 마음 편하게 살려면 남에게 기대하지 말고 내 스스로 맡은 일에 성실하고 땀 흘려 노력하면서 상대에게 적은 것이라도 반대급부는 전혀 생각지 말고 기쁜 마음으로 베풀겠다는 자세가 매우 중요하다.
남에게 받는 것 보다는 주는 것이 마음 편하고 삶의 보람을 느낀다는 것을 그동안 많이 깨달았고 이것이 삶의 기본 자세라 생각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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