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생각하며 풀꽃반지 서순원 (아동문학가·구성초등양각분교)
오늘 아침엔 다른 날보다 일찍 집을 나섰습니다. 초록빛으로 단장한 산과 들을 잔잔하고 감미로운 클래식을 들으며 달리는 동안 정말 행복했습니다. 어제 퇴근길에 미리 보아두었던 하얀 클로버꽃이 많이 피어있는 곳에 차를 세웠습니다. 그리고 열심히 꽃을 꺾었습니다. 곧이어 차가 멈추는 소리가 나서 고개를 돌리니 우리 학교 김주사님이었습니다. “뭐해요? 얼라 맹쿠로….” “우리 아이들에게 꽃반지, 꽃시계 만들어 채워주려구요.” 그 순간, 작년 이맘때의 일이 떠올랐습니다. 백일장에 나가는 선산초등학교 2학년 6반 아이들에게 클로버 꽃다발을 만들어 주며 격려했고 그 덕분인지 대회에 참가한 반 아이 중 한명을 제외하곤 모두 입상해서 저를 행복하게 한…. 학교로 와서 먼저 우리 아이들에게 반지와 시계를 만들어 줄 만큼의 꽃을 물에 담가 두었습니다. 풀꽃반지는 연해서 쉽게 망가지기 때문에 집으로 돌아갈 때 만들어 주려고 시들지 않게 하기 위하여…. 나머지 꽃으론 꽃다발을 만들었습니다. 향기 나는 꽃다발을 들고 교무실로 내려가 김하철 부장선생님과 김주사님께 드리고 교실에 계신 6학년 선생님께는 따로 배달을 했습니다. 수업 전에 특기적성교육을 하는 동화 구연 강사님께도 드리고 점심시간에 급식차를 몰고 오신 기사님께도 드렸습니다. 모두 후리지아를 닮은 고운 향기에 취해 무척 좋아하셨습니다. 어른들께도 꽃반지를 만들어 드리면 좋겠지만 쑥스러워서 그렇게는 못했습니다. 하교하기 전에 우리 아이들에게 일일이 꽃반지는 손가락에 끼워주고 꽃시계는 손목에 채워주었습니다. 우리 아이들은 숨을 죽인 채 손을 내밀고 행복해 했습니다. 난생 처음으로 선생님에게 받아보는 반지와 시계, 그 특별한 선물에 우리 아이들은 너무나 고마워했습니다. 그 순간, 예쁜 우리 아이들의 얼굴에 번지던 순수한 웃음을 영원히 잊지 못할 것입니다. 풀꽃반지 하나로, 풀꽃시계 하나로 마냥 행복해 하는 우리 아이들의 순수가 더욱 곱게 빛난 행복한 하루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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