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겨찾기+  날짜 : 2025-08-20 16:40:07 회원가입기사쓰기전체기사보기 원격OLD
뉴스 > 종합

[칼럼] 경쟁력 없는 경쟁 교육의 괴로움

배창환 시인·교사
관리자 기자 / kimcheon@hanmail.net입력 : 2008년 06월 05일

 교육을 ‘백년지대계’라 하는 것은 교육이 미래의 주인들을 길러내는 일이고 그 사회의 미래의 모습을 결정하는 일인 만큼 정책을 결정하는 데 있어 신중하게 해야 하기 때문에 생긴 말이다. 뿐만 아니라 교육은 그 사회 구성원 개개인 모두의 장래가 걸린 중차대한 문제이기도 해서 전 국민이 이 문제에 대해 예민한 관심을 쏟는 것은 당연하고 따라서 더욱 신중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뜻이 담겨 있다.


 


 최근에 정부가 발표한 ‘4.15 학교 자율화 조치’는 ‘자율화’라는 긍정적인 외피를 내세우고 있음에도 교육·시민 단체는 물론 전국의 많은 학부모(국민) 교사 학생들이 이에 반대하고 있다. 심지어 최근의 촛불집회에서는 학생을 포함하는 많은 참가자들이 ‘미친 소, 미친 교육’이라는 구호를 서슴없이 사용함으로써 이 조치가 가져올 가공할 수준의 공교육 파괴를 우려하면서 당장에 교육 현장에 미칠 여파에 대해 심각하게 받아들여 극단적으로 반대한다는 입장을 표현하고 있다.


 


 공교육을 살리는 문제와 사교육비를 줄여나가는 일은 사실상 국민적인 합의라 할 수 있고 이 문제에 대해 그 누구도 대놓고 반대하기는 어려웠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번 조치는 공교육을 정상화하기 위해 마련해 왔던 최소한의 규제조차도 철폐함으로써 학교의 학원화와 시장화의 길을 활짝 터놓은 것이기에 충격과 놀라움은 그 정도를 가늠하기 어렵고 이를 ‘공교육에 대한 무차별적인 공격’으로까지 받아들이는 분위기이다. 따라서 시행 과정에서 공교육을 지키려는 사람들과의 지루하고 소모적인 ‘싸움’이 예고되어 있고 그만큼 우리 앞에 놓인 길이 험난할 것을 짐작하기가 어렵지 않다.


 


 하지만 이 조치가 포함하고 있는 고강도의 입시 경쟁이 과연 필요한 것이며 교육적인가 그리고 경쟁이 과연 우리가 흔히 말하는 우리 사회의 경쟁력을 높이는 일인가에 대한 어떠한 성찰도 찾아볼 수 없다는 것이 더 문제이다.


 


 지금까지 가속화되어 온 입시 경쟁은 지나친 경쟁이 청소년기의 학생들의 정서적 신체적인 성장을 저해하여 삶을 피폐하게 만든다는 점뿐 아니라 내용적으로도 학생들의 창의력과 종합적인 사고력을 신장시키기보다 오히려 억제하고 있다는 점, 가계를 위협하는 수준의 사교육비 지출을 강요하고 있다는 점 때문에 심각한 문제로 지적되어 왔다. 우리 사회 안에서의, 우리끼리의 ‘살아남기 경쟁’을 통해서 소모적인 양상을 띠어 왔다는 점이 문제의 본질인 것이다. 우리나라 각 대학들이 갖고 있는 경쟁력이 세계적으로 볼 때 크게 낮은 현실에서 무한 경쟁을 중·고등학교 심지어 초등학교에까지 끌어내림으로써(폐지돼 왔던 일제고사의 부활!) 이런 문제점들을 심화시키고 어린 시절에 싹을 틔우고 길러가야 할 21세기 사회가 필요로 하는 창의력과 사고력의 싹을 원천적으로 자르고 말 것이라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놓여 있다.


 


 엄밀히 말해서 누가 어느 대학에 들어가느냐 하는 문제는 당사자와 관련된 일부 사람들의 문제이지 국가적 차원에서 보면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국가 차원에서 관리해야 할 것은 오히려 불필요한 소모적인 경쟁은 줄이고 학생들의 육체적 정신적 성장 속도에 맞추어 진짜 경쟁이 필요한 자리에 미래사회를 위해 ‘경쟁력을 갖춘 경쟁’의 내용을 적절히 배치하고 조절함으로써 사회에 필요한 인재를 길러내고 다수 국민이 행복에 접근하는 삶을 살도록 도와주는 일이다. 그런 고려 없이 무한 경쟁(양으로 승부하려는 저급한 경쟁!)만이 경쟁력을 기른다는 생각은 지난 세기의 미신에 불과하며 끝없는 정책 실패의 악순환만이 되풀이될 것이다.


 


 잘못된 경쟁교육이 국민을 너무 오래 괴롭혀 왔고 일상의 행복에 족쇄를 채운 지 오래 되었다. 그런데도 그 고통이 줄어들기는커녕 갈수록 더 심화될 것 같아 안타깝기만 하다.


 

관리자 기자 / kimcheon@hanmail.net입력 : 2008년 06월 05일
- Copyrights ⓒ김천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트위터 페이스북 밴드 카카오톡 카카오스토리 네이버블로그
 
많이 본 뉴스 최신뉴스
“서예의 숨결, 타묵의 울림” 김천 출신 율산 리홍재 특별초대전..
제10회 경상북도협회장배 생활체육농구대회, 김천서 개최..
김천상공회의소 ‘2025년 모빌리티 산업 활성화를 위한 안전환경 구축 지원사업’ 1차 선정위원회 회의 개최..
경북도, 현장준비체제 대전환! APEC 전 분야 윤곽 보인다..
김천소방서, 위험도로 대응 위한 소방차량 운전능력 집중 교육..
한국자유총연맹 김천시지회, 태극기 나눔 캠페인 전개..
제80주년 광복절, 대신동 신양마을 태극기 물결로 물들다..
김천소방서, 경상북도 의용소방대 강의경연대회‘우수상’수상..
김천시청어린이집, 감사의 마음 담아 ‘빙수데이’ 행사 개최..
(사)경북ICT융합산업진흥협회-경북소프트웨어마이스터고등학교-경북보건대학교 상호협력 협약 체결..
기획기사
배낙호 김천시장은 지난 4월 3일, 임기를 시작하자마자, 제1호 공약인 ‘시민과의 소통’을 슬로건으로 내세우고 22개 읍면동을 순회하며.. 
배낙호 김천시장이 민선 8기 취임 100일을 맞아 김천신문 독자위원들과의 간담회를 통해 시정 운영 철학과 향후 방향에 대해 진솔하게 밝.. 
업체 탐방
안경이 시력 교정의 기능을 넘어 하나의 패션 아이템으로 그 역할이 변화해가는 트랜드에 발맞춰 글로벌 아이웨어(eyewear)시장에 도전.. 
김천시 감문농공단지에 위치한 차량용 케미컬 제품(부동액, 요소수 등)생산 업체인 ㈜유니켐이 이달(8월)의 기업으로 선정되었다. 선정패 .. 
김천신문 / 주소 : 경북 김천시 충효길 91 2층 / 발행·편집인 : 이길용
청소년보호책임자 : 황의숙 / Mail : kimcheon@daum.net / Tel : 054)433-4433 / Fax : 054)433-2007
정기간행물 등록번호 : 경북 아-00167 / 등록일 : 2011.01.20 / 제호 : 김천신문
지는 신문 윤리강령 및 그 실요강을 준
방문자수
어제 방문자 수 : 65,083
오늘 방문자 수 : 42,527
총 방문자 수 : 103,384,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