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잡초 같은 근성(根性) 박성득 수필가·김천시정책자문위원장 나는 요즘 시골 텃밭에서 채소 가꾸는데 재미를 붙이고 있다. 어린 시절 부모님의 농사일을 조금씩 도우기도 하고 구경한 일은 있었지만 내가 주동하여 직접 씨앗을 뿌리고 김을 매고 수확한 일은 없었다. 내가 가꾸는 텃밭이라고는 200평 대지 귀퉁이에 20평 남짓한 작은 면적이지만 땅에 뿌린 씨앗이 싹이 나고 밭 근처에서 똑똑 떨어지는 물방울을 물통에 받아 어린 싹들의 갈증을 해소해주면서 하루하루가 다르게 쑥쑥 자라는 모습을 볼 때 물의 귀함과 생명이라는 것이 참 신비하다는 것을 많이 느꼈다.
생명을 유지하는데 가장 기본적인 요소가 땅과 물, 공기인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것들에 대해서 고맙다는 생각보다는 무관심하게 그냥 지나치는 것이 매우 안타깝다는 생각도 들었다. 텃밭에 심어둔 채소를 갓난아기 키우듯이 온갖 정성을 쏟아 키우고 있지만 객관적으로 보면 내가 한 일이라곤 이들 성장에 필요한 물과 퇴비를 공급해주고 장애가 되는 잡초를 제거하는 일이다.
채소가 성장하는데 걸림돌이 되는 이 잡초를 없애는 것도 쉽지는 않았다. 처음에는 손으로 부지런히 뽑았으나 이들은 나에게 도전이라도 하듯이 우후죽순처럼 새로운 싹이 나고 자라나는데 도저히 감당을 못해 호미를 사용해서 제거하였는데도 며칠 지나면 텃밭뿐만 아니라 대지에도 종전보다 더 많은 잡초가 자라고 있었다. 잡초는 농사에 귀찮은 존재이긴 하지만 많은 핍박과 모진 풍상에도 살아남아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는 끈질긴 생명력이 우리에게 시사해주는 점도 많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되었다.
내가 중학교 3학년 때 국어선생님께서 교과서의 문학서적을 가끔 읽어주시곤 하였는데 가장 기억 남는 것이 “너희들이 앞으로 살아가는 데는 순탄하고 좋은 일만 있는 것도 아니고 많은 어려움이 앞을 가로 막을 수 있겠으니 이를 헤쳐 나갈 마음의 자세가 중요하다”면서 “7전8기하는 잡초 같은 끈질긴 근성이 있으면 어떤 난간도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강조하신 것이다. 50여 년 전의 선생님의 말씀이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내 생활 자세를 크게 뒷받침하게 되었는데 34년간의 공직생활을 하면서도 나는 확실한 목표가 있었고 이를 실천하기위한 전략과 행동이 있었다. 그러나 이 목표를 달성하는 과정에서 여러 가지 어려움이 많았었지만 선생님으로부터 배운 잡초 같은 근성으로 이를 해결하면서 헤쳐 나갔었다. 그동안 함께 생활해온 동료들은 나를 성실하고 강한 집념과 잡초 같은 근성이 있다는 등 좋게 보는 사람들도 많았지만 내말을 가로막는 걸림돌이 되는 사람들도 있었다.
나는 이러한 걸림돌을 치우기 위해 상대의 비난을 정면으로 맞서 따지기 보다는 직·간접으로 그의 장점을 칭찬해주니까 몇 달 지나지 않아 나에 대한 태도가 긍정적으로 변하곤 하였다. 나는 매사를 긍정적이고 좋게만 생각하니까 개인적으로는 사기를 당하는 등 손실도 많았지만 나의 인생에 도움이 되는 것이 많았는데 이러한 긍정적인 사고가 밑거름이 되어 공직생활을 임시직부터 시작하여 1급으로 마감하게 되었던 것이다.
퇴직 후 사회생활을 하는 데도 눈앞의 손익을 따지는 냄비 같은 대인관계가 아니라 잡초 같은 근성을 바탕으로 한 꾸준한 인간관계와 성실한 태도로 임하니까 신뢰가 구축되어 계획한 사업의 목표가 자연스럽게 달성되기도 하였다. 이러한 것들이 과거에 쌓아온 큰 보탬이 되었겠지만 끈질긴 집념으로 밟아도, 망가져도 다시 일어나는 잡초 같은 근성을 발휘할 수 있게 해준 중학교 때 국어선생님의 말씀을 명심하고 실천한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세상 살아가는 데는 참으로 어려운 일도 많을 것이다. 이러한 난간을 극복하는 데는 잡초같이 뽑아도 핍박을 당해도 다시 살아나고 기어이 자기 목표인 꽃을 피우고 결실을 맺을 수 있는 끈질긴 근성이 있다면 성취의 보람과 행복한 삶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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