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생각하며 소풍 조순자 조마면 신안리 “이번 어린이 날 동물원으로 소풍을 갈 건데 준비하세요.” 복지사의 한마디에 우리 공부방의 외국인 새댁들의 입에서는 한꺼번에 환호성이 터졌습니다.
언제부터인가 우리 면내에도 외국에서 시집을 오는 새댁들이 하나 둘 생겨나더니 어느새 꽤 많은 숫자로 불어났습니다. 먼 타국 땅에 시집 와서 일단 말이 제대로 통하지 않다보니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 안타까워 이웃집 새댁에게 시간 나는 대로 한글을 가르치게 되었습니다.
우리 면내 시집온 새댁들 10여명을 모아 복지관의 지원을 받아 우리 집의 빈 방 하나를 치우고 공부방을 시작한지 서너 달이 지났는데 생각지도 않던 소풍까지 간다니 새댁들보다 내가 더 많이 설레서 소풍가기 전날 밤 잠을 이룰 수가 없었습니다.
드디어 소풍이 시작되어 놀이기구도 타고 동물구경도 하고 돌아오는 길에 금강휴게소에서 잡시 쉬었습니다. 그 휴게소는 23년 전 나와 남편이 결혼식을 마치고 신혼여행 대신으로 드라이브를 갔던 곳입니다. 그때 강가에 서서 흘러가는 물소리를 듣는데 신혼여행의 기쁨과 행복감 대신에 앞으로 살아갈 일이 너무 암담하여 참이나 슬프고 가슴이 뻐근하게 아팠습니다.
그런데 23년이 지난 그날 내가 외국 새댁들의 인솔교사가 되어 그 강가를 다시 찾으니 감회가 새롭기만 하였습니다. 만약 내가 다른 사람들처럼 풍요롭게 결혼식도 멋지게 올리고 신혼여행도 멋진 곳으로 몇 박 며칠씩 다녀오면서 시작했다면 분명히 지금처럼 다른 사람들을 생각하며 뭔가를 이루려고 열심히 치열하게 살아오지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하니 새삼 어렵게 살아온 지난 세월이 너무 감사하게 느껴지는 것이었습니다.
대나무를 심으면 처음 4년 동안은 계속 죽순만 나온다고 합니다. 산을 정복하는 것이 아니라 나를 정복하는 것이라는 말도 있습니다.
여러분께서는 지금 처지가 너무 힘들고 앞날이 암담하다고 절망만 하고 계시지는 않는지요? 나무가 자라나기 위해서는 매일매일 적당한 햇볕과 물이 필요하듯이 행복이 자라기 위해서는 매순간마다 감사하는 마음이 필요한 것입니다. 내가 가진 것이 없는 것이 아니라 혹시 가진 것에 만족할 수 없는 것은 아닌지 한번쯤 되돌아보는 날이 되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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