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방을 교실로 꾸며 결혼 이주 여성들에게 무료로 한글공부를 가르치며 행복해 하는 여성이 있다. 조마면 신안2리 중동 배견씨 부인 조순자씨는 인근 마을로 시집온 필리핀 여성을 만나 자리를 같이 한 일이 있는데 이들에게 가장 시급하게 필요한 것이 바로 언어소통이라는 것을 알고 한글공부를 가르치기로 결심했다. 신안1·2·3리로 시집온 여성들을 모아 마을회관에서 입학식을 가진 후 집으로 장소를 옮겨 공부를 가르치기 시작해 오늘에 이른 것이다. “매주 목요일 오후 7~8시까지 수업을 하는데 시작한지 3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결석생 없이 매번 100% 출석입니다. 한 자라도 더 배우고자 하는 열의에 저 자신 많은 감동을 받습니다. 보람도 느끼고 힘이 나서 앞으로 주 2회 정도는 수업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합니다만 잘 될지 모르겠습니다.” 현재 조순자씨에게 수업을 받는 여성은 베트남 5명, 필리핀 3명, 캄보디아 1명으로 9명에 이른다. 조순자씨는 현재 조마면에 거주하는 이주여성만 해도 20명에 이르기 때문에 앞으로 더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언어가 다른 여성들을 모아 부곡사회복지관에서 제공하는 프로그램에 따라 수업을 한다. 1년 과정으로 한글, 동요, 구연동화 외에도 한국음식을 요리하는 시간도 갖는다. 지도강사인 조순자씨는 자신이 장애인이라는 것도 잊고 열과 성을 다해 공부를 가르치며 공부시간에 명찰을 다는 것은 물론 한글을 공부하는 유치원생이라는 뜻으로 손수건과 함께 단다. 뿐만 아니라 자기 나라 언어로 수다를 떠는 기회도 제공한다. 5~10분 정도 시간을 주어 스트레스를 풀게 하는 것이다. “얼마 전부터는 희망자에 한해 컴퓨터를 가르치고 있습니다. 1시간 전에 와서 컴퓨터를 배울 수 있도록 하고 있는데 3명이 지원해 저의 남편과 열심히 가르치고 있어요.” ‘다문화가족’으로 통칭되는 결혼 이주여성. 이들이 영주권을 받으려면 3년이 지나 시험에 통과해야 한다. 그래야만 영주권도 받을 수 있고 호적에 이름도 올릴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한글공부는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이 일을 감당하는 조순자씨는 지난달 어린이 날 이들 여성들을 인솔해서 대전 동물원으로 소풍을 다녀왔다고 자랑한다. “저희들에 대한 이야기는 쓰지 말고 우리 예쁜 새댁들에 대한 이야기만 많이 써주세요.” 독실한 천주교 신자인 배견-조순자 부부는 글쓰기에도 뛰어난 실력을 소유하고 있어 황금동성당 홈페이지 ‘평신도의 향기’ 코너에 매주 1편씩의 글을 올리는 한편부곡사회복지관에서 발행하는 ‘사랑나눔자리’ 책자에도 글을 올리고 있다. 저서로는 ‘그대는 나의 손 나는 그대의 다리’가 있으며 그후 이들 두 부부가 쓴 글이 170편에 이르기 때문에 두 번째 저서가 나올 날도 머지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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