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천시단 가둔 말 문정 (시인·감문면) 나무들이 장맛비에 몸을 맡겼다 하나같이 심각하다
평생 태어난 데 사는 나무도 저렇게 마음이 젖을 때가 있구나 몸 섞고 사는 이웃에게도 털어놓을 수 없는 가둔 말이 있구나 저 많은 나무가 입을 열면 세상은 떠나갈듯 시끄럽겠지 우리가 하는 말은 하나도 들리지 않겠지
믿을 데라고는 오직 한 가슴뿐이라고 눈만 뜨면 우러러보는 하늘이 벌써 며칠째 말붙일 수 없이 무겁다 자꾸 눈물이 쏟아지기 때문일까
누가 오래 울다 간 것처럼 앉은 자리가 꿉꿉하다 곰팡이가 핀 것처럼 소통이 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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