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을 찾아 마음으로 참배를 올리는 108산사 순례 기도회가 김천 직지사로 이어졌다.
한달에 1번, 1년에 12곳의 산사를 찾아 떠나는 108산사 순례.
그 순례의 23번째 산사인 동국제일가람 황악산 직지사에는 23일과 24일 그리고 26일 3일동안 5천명의 불자가 다녀갔다.
1천년의 역사를 간직한 한국 불교의 뿌리 직지사는 불교계의 높은 명성대로 5천 불자들과 선묵 혜자스님에게 더욱 돈독한 불심을 심어주었다.
순례가 진행된 3일간 3만여평의 직지사 경내에는 참배를 올리는 불자들로 가득 차 산중불교가 우리들의 생활속으로 들어와 이미 하나가 됐다는 사실을 실감케 했다.
마음으로 떠나는 대장정
108산사 순례기도회는 부처님을 찾아 떠나는 구도의 길이다.
이들은 전국 각지에서 모여들어 한달에 한번씩 산사를 찾는다. 1년에 찾을 수 있는 산사는 모두 12곳이다. 108산사를 모두 순례하려면 9년이라는 오랜 시간이 걸린다.
하지만 깊은 불심을 가진 불자들은 결코 9년을 길다고 하지 않는다. 전국의 모든 산사를 찾아야 하는 길도 멀다 하지 않는다.
불자들은 새로운 산사를 찾을 때마다 마음이 설레고 즐겁다고 한다.
직지사를 찾을 때도 마찬가지다. 멀리 서울에서 왔다고 하면서도 얼굴은 밝고 마음은 불심으로 가득하다.
9년에 걸친 108산사 순례를 마치면 하나의 108염주를 만들 수 있다.
직지사에서는 23번째 염주알을 받았다. 염주알 하나 하나에는 직지사라는 이름이 새겨져 있다. 이렇게 하나씩 모은 염주알이 108산사를 모두 순례하면 108개가 되고 108 염주는 완성 된다.
108 순례의 길은 108 산사를 찾아 108배를 하며 108번뇌를 소멸시키는 길이다. 또 108 보시행을 실천하고 108선행을 하고 108 공덕을 쌓는 길이다.
7월 23일부터 26일까지 3일간 5천의 불자는 직지사에서 또 한번의 참배와 보시행 그리고 공덕을 쌓았다.
마음으로 하는 참배
직지사를 찾은 5천의 불자들은 긴 기차여행으로 지친 다리를 쉴 시간도 마다했다. 직지사를 찾았으니 직지사 곳곳을 돌며 부처님께 인사를 올려야했다.
직지사에는 찾아보고 경배를 해야 할 곳이 너무 많았다.
대웅전은 물론이고 석탑, 비로전, 응진전, 극락전, 약사전, 만덕전에다가 석조약사여래좌상(부물 319), 대웅전 앞 3층 석탑(보물 606), 비로전 앞 3층석탑(보물 607), 대웅전 삼존불 탱화 3폭(보물 670), 청풍료 앞 3층 석탑(보물1186) 등 다수의 문화재까지 있다.
게다가 포대화상의 배를 어루만지며 복도 기원해야 했다.
하지만 불자들은 그 모든 것을 즐겁게 받아들였다. 탑돌이를 할때의 표정은 경건했고 참배를 할때는 마음을 담아 진심으로 빌었다.
옆에서 보고 있는 사람까지 경건하게 만들었다.
서울에서 왔다는 한 불자는 “집을 나설 때면 부처님을 만난다는 생각에 가슴이 설레고 즐거움이 벅차 오른다”며 “이상하게도 부처님을 찾아올때면 피로도 싹 사라진다”고 말했다.
또 다른 불자는 “9년에 걸친 공덕을 쌓는 것은 불자로서 당연하다”며 “마음을 담아 진심으로 떠나는 108 순례는 부처님에게 귀의하는 하나의 길”이라고 말했다.
마음으로 하는 보시행
108 산사 순례는 보시행이며 선행이며 공덕행이다.
직지사에서도 불자들은 이 사실을 잊지 않았다. 국군장병을 위문하는 초코파이를 보내기 위해 손에 손에 초코파이 한통씩을 들고 왔다.
들고 온 초코파이는 직지사 대웅전 앞에 있는 50사단 군인들에게 전달됐다. 초코파이의 행렬은 순례가 계속된 3일간 계속 이어졌다. 3일간 직지사를 찾은 불자는 5천여명. 초코파이 역시 매일 대웅전 한쪽에 산처럼 쌓였다.
50사단에서는 이렇게 모은 초코파이를 일선 장병들에게 골고루 보낸다고 했다.
보시행은 초코파이에서 끝나지 않았다.
북한 어린이를 위한 우유 보시도 있었다.
산사를 찾을 때마다 빈 우유곽 하나를 불자들에게 나누어 준다. 우유곽을 받은 불자들은 다음 산사 순례때 빈 우유곽에 우유를 가득 채워와 보시를 하고 이것이 북한 어린이들을 이해 사용돼 진다.
아직은 낯선 이주여성에게 따뜻한 손을 내밀기도 한다.
불자들과 이주여성이 자매결연을 맺고 이주여성 가정을 도와주는 것이다. 지금까지 3명의 불자와 이주여성이 자매결연을 맺었다.
김천의 명성도 ‘으쓱’
3일이라는 짧은 시간동안 5천여명이 김천을 다녀감으로서 발생한 무형의 가치는 김천의 재산이다.
직지사를 처음 찾았다는 불자는 직지사의 웅장한 모습과 아름다움에 반했다. 기자에게 김천역에서 직지사까지 오는 교통을 일일이 물어 체크해 두었다. 개인적으로 시간을 내어 다시 찾고픈 마음이다.
이번 순례로 5천여명이라는 전국 각지의 사람들에게 김천이라는 두 글자는 깊숙이 각인되어 다른 산사를 찾을 때면 김천의 홍보사절이 될 것이다.
직접적인 도움도 주었다.
직지사에 개설된 직거래 장터에서 김천의 농산물을 구입해 주었다. 우리 농촌을 돕는 것이라는 생각에 구매에 망설이지 않았다.
하지만 김천의 명성을 높이는데 있어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할 김천 단체의 참여가 다소 미흡에 아쉬움을 남겼다.
지금까지의 순례를 돌아본다면 김천의 단체 참여는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없다. 일부러 전국 대도시를 찾아 홍보할 필요도 없이 스스로 주어진 기회다. 이 기회를 놓친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아쉬운 대목이다.
지친 발에 한번쯤 휴식을
직지사 순례는 후덥지근한 장마 중에 진행됐다.
직지사 산사는 황악산의 시원한 바람으로 청량했지만 비는 어쩔 수 없었다. 오락가락 하는 비 때문에 걱정도 했지만 다행히 행사 중에는 비가 내리지 않았다.
덕분에 불자들은 지친 발에 휴식을 줄 수 있었다.
탑돌이를 하다가 참배를 드리다가 지친 다리, 먼 거리를 달려온 지친 몸을 개울가에 앉혔다. 직지사 사찰을 가로 질러 흐르는 개울은 무척이나 시원했다. 발을 담그는 온몸의 땀을 순식간에 식혀주었다. 손에 물을 묻혀 가볍게 얼굴에 찍어주니 얼굴 전체가 시원해 지는 기분이다.
한 불자는 “지금까지 많은 산사를 순례했지만 직지사처럼 개울이 산사를 가로질러 흐르는 곳은 없었다”며 “너무 좋다”는 말을 하고 또 했다.
소문이 퍼진 걸까?
개울의 주변에는 발을 식히는 불자들로 가득했다.
108 산사 순례 중 23번째 순례 사찰 직지사.
동국제일가람 직지사는 불자들에게 잊을 수 없는 산사로 기억될 것이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