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천시단 나무 박화남 시인·신음동 현대아파트 나무의 말은 모두 잎에 들어있다 그러니까 잎이 하는 말이 어눌할수록 바람은 더 잘 알아듣고 막힘이 없는 말은 바람도 할 말이 없다 귀가 솔깃한 말에 속을 때도 있지만 말하는 모양새대로 잎도 변한다
제 성질 이기지 못해 말은 잎이 뾰죽뾰죽하고 어디 피곤하냐고 묻는 말은 잎이 자그마하다
깍듯이 인사하는 말은 잎이 반듯하고
오지랖 넓은 말은 잎이 단추 구멍만하고
입이 떨어지지 않는 말은 제일 넓은 잎을 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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