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인 불교신자(이하 불자)로 구성된 33 관음순례단 중 80여명이 직지사서 1박 2일을 보내며 일본서 볼 수 없었던 직지사만의 오랜 전통과 웅장함에 놀라움을 표했다.
일본인 불자들이 직지사를 방문한 것은 지난 7일 오후 4시 40분경.
3대의 버스에 나눠 타고 온 불자 80여명과 일본 취재단은 직지사 입구에서 장명 총무국장 스님 등의 환대를 받았다.
입구에서부터 1박을 하게 될 만덕전까지는 걸어서 이동하며 1천년 역사를 간직한 직지사의 전경을 둘러보았다.
발우공양은 불교의 마음
만덕전에 도착한 후에는 여장을 풀고 발우공양을 준비했다.
일본인 불자들은 장명 총무스님과 현종스님, 학익스님 등의 지도에 따라 발우공양을 했다. 이들은 발우공양에 대해 낯설어 하면서도 스님들이 알려주는 대로 열심히 따라 했다. 한편으로는 새로 체험하는 발우공양에 대해 색다른 체험이라며 반기기도 했다.
발우공양은 생명을 소중히 하는 불교의 핵심이 함축되어 있는 식사방법으로 음식이 내 앞에 오기까지의 수많은 사람들의 노고에 감사를 한다. 또 아주 작은 생명조차도 귀중히 여기는 생명존중 사상이 깃들어 있다.
발우공양은 말이 필요 없다. 모든 신호는 대나무로 만든 죽비로 한다. 죽비를 한 번씩 칠 때마다 정해진 순서대로 진행을 한다.
밥을 먹은 다음에는 숭늉을 받아서 단무지로 밥이나 반찬찌꺼기를 씻어서 함께 먹고 청수물로 앉은 자리에서 설거지를 한다. 밥을 나누고 먹고 설거지하기까지 모든 과정이 한 자리에서 이루어진다.
장명 총무국장 스님은 발우공양에는 환경을 생각하는 마음도 함께 들어 있다고 일본인 불자들에게 알려주었다.
설명을 듣고 발우공양이 가진 진정한 의미를 이해한 일본인 불자들은 고개를 끄덕이는 한편 더욱 경건한 자세로 발우공양에 임했다.
정성어린 탑돌이
현중스님과 만성스님의 인솔 아래 범종각으로 이동한 일본인 불자들은 직지사에 소장된 사물을 관람했다. 대웅전에서는 성웅 주지스님과 함께 예불을 하고 현종스님의 인솔을 받아 관음전을 참배했다.
탑돌이는 이날 오후 7시 40분부터 8시 10분까지 약 30분간 진행됐다.
대중스님의 인도에 따라 합장을 한 채 대웅전앞의 탑을 돌기 시작했다. 합장을 한 80여명의 일본인 불자들의 모습은 경건했다. 불교라는 매개체로 연결돼 있는 일본인 불자들이 탑돌이가 단순히 탑을 따라 도는 것이 아닌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원래 탑돌이는 석가탄신일이나 큰 재(齋)가 있을 때 절에서 승려와 신도들이 밤새도록 탑을 돌면서 부처님의 큰 뜻과 공덕을 기리며 소원을 비는 데서 유래됐다. 일본인 불자들은 탑돌이의 원래 의미대로 탑돌이를 통해 기도를 하고 각자의 소원을 빌었다.
대웅전의 탑돌이가 끝난 후에는 천불전탑으로 이동했다. 이동 중에는 단풍이 아름다운 단풍로를 지났다. 단풍로는 길 전체가 커다란 단풍나무로 덮여 있는 직지사의 자랑거리이며 가을이면 단풍로 전체가 붉은 단풍으로 물들어 장관을 이룬다.
천불전에 도착해 다시 탑돌이를 한 후 이번엔 박물관 탑으로 이동해 탑돌이를 했다. 정성껏 하는 탑돌이는 땀이 뻘뻘 날 정도로 힘들다고 한다. 30분에 걸쳐 계속된 탑돌이에서 일본인 불자들은 직지사에 자신들의 땀방울과 함께 소망을 남겼다.
탑돌이를 마친 후에는 설법전에서 차 한잔의 여유를 가졌다. 성웅주지스님과 장명 총무스님과 함께 한 차 한잔에서 일본인 불자들은 일본에서 한국으로 다시 김천 직지사로 오는 힘든 여정, 낯선 발우공양, 정성을 다했던 탑돌이의 피로를 녹여버렸다.
새벽 3시 ‘기상’
새벽 3시는 모두가 곤히 잠들어 있는 시간이다.
하지만 직지사 만덕전에는 어둠을 깨우는 소리와 움직임이 있었다. 직지사에서 템플스테이를 하며 1박을 하는 일본인 불자들이 일어나서 세면을 하는 소리다.
새벽 3시에 일어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인데 일본인 불자들은 직지사에 왔으니 직지사의 스님 생활 그대로를 체험해야 했다. 다행히 불심이 두터운 신자들이라 잘 견뎌 주었고 직지사에서도 연로한 불자들을 위해 배려를 아끼지 않았다.
대웅전으로 가서 먼저 새벽예불을 하고 다시 만덕전으로 와서 참선을 했다. 이후 새벽 6시에 아침 공양을 하는 것으로 직지사 체험을 마쳤다.
일본인 불자 1박 2일이 남긴 것
33 관음성지순례단의 한국 템플스테이가 처음으로 시도되다 보니 항상 템플스테이를 하고 있는 직지사에서도 약간의 혼선은 있었다.
처음으로 시도되는 관음성지순례에 대한 높은 관심으로 일본의 방송사 및 언론사와 국내의 언론사까지 취재진만 버스 1대였다.
게다가 의사소통을 통역에만 의지하다 보니 일사분란하게 움직이기는 힘들었다.
하지만 첫단추를 무사히 꿰었으니 앞으로 직지사에는 일본인 불자들이 줄을 이어 찾을 것으로 보인다. 순례는 한번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직지사와 김천시는 이들 불자들로 인해 눈에 보이지 않는 홍보효과를 볼 수 있다. 또한 이들이 1박 2일을 하며 사용한 경비로 인해 실질적인 소득 창출도 가능하다.
장명 총무스님은 “일본인 불자들에게 사찰 생활을 솔직히 보여주었지만 사찰 생활은 일반인들에게는 어려워 작은 것부터 신경 써 최대한 적응이 힘들지 않도록 배려했다”고 말하고 앞으로 더 많은 일본인 불자들이 김천 직지사를 찾을 것으로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