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죽음의 깊은 사유…따뜻한 서정
나홍련 시집 ‘걸어다니는 나무’(책나무출판사)가 발간됐다. 영남일보 신춘문예와 ‘동양문학’ 신인상 당선으로 문단에 나온 나홍련 시인의 ‘침묵하는 새떼’에 이은 두 번째 시집 ‘걸어다니는 나무’에는 ‘단단한 무덤’, ‘숲은 경계를 만들지 않는다’, ‘석양에 들다’, ‘창밖에 별은 빛나고’ 등 52편의 시가 4부로 나눠져 있다. 소리를 위해/소리로 가두어 다오/깊은 밤 칠흑의 기를 모아/뜨거운 불꽃 속으로 선명한 색감을 받들어/광각(光覺)을 잡아다오/때리는 손마디 사이로 떨려오는 억분(抑憤)/굽혀진 허리 펴고/묵직한 감각으로 순간순간 느껴지는/맺고 푸는 망치질‘막히지 말아다오/한 가락 한 가락 다시 조여서/세음은 걸러 풀고/울음 잡기는 더 넓게/소리의 중력은 깊게 풀어다오/이제 날이 밝아 오면/소리는 잠그고 수면 속으로 거두어/한의 넋으로 광란을 재워다오//눈을 떠라/새벽을 일으키는 저 소리 ‘김일웅 옹의 징소리 만들기’라는 부제가 붙은 ‘징소리’ 전문이다. 김천 출신으로 김천고를 거쳐 한국방송통신대 국문학과를 졸업한 나홍련 시인은 김천시청 공무원으로 재직하던 당시 전국공무원문예대전 시조부문 우수상, 전국시조공모전 장원 등을 차지한 시조로도 실력을 인정받은 시인이다. 한국문인협회 경북도지회 부회장, 한국현대시인협회 중앙위원 등을 역임하고 현재 한국문인협회, 등등시, 세모시 등의 회원으로 활동해온 나홍련 시인은 ‘시인의 말’을 이렇게 썼다. “이제 나의 시에도 노수(老愁)의 조짐이 완연하다. 그래도 한 편의 시를 쓰기 위해 몰두하는 집념의 호소는 끊임없이 맺히는 마음속의 응어리가 돌출구를 찾는 카타르시스일까. 그동안 많은 시작(詩作)을 하면서도 내 미숙한 정서가 주변까지 울림으로 연결되지 못하는 것은 복습이 부족한 탓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면서도 늦은 나이에 시에 집념하는 것은 시에 대한 끊임없는 그리움 때문이다.” 나홍련 시집 ‘걸어다니는 나무’ ‘해설’은 김종인 시인이 썼다. ‘삶과 죽음에 대한 깊은 사유와 따뜻한 서정’ 제목의 ‘해설’을 통해 “나홍련의 시는 삶의 허망함과 죽음의 쓸쓸함이 절절이 배어있다”고 했다. 그늘, 무덤, 석양, 추억, 풍경, 노을, 꽃, 빛, 창, 소리 같은 이미지들이 서로 교직해 죽음의 이미지들을 만들어내고 있다고 본 것이다. 특히 “섬세한 감성으로 짜인 선명한 이미지의 감각과 감각으로 빚은 서정성이 뛰어나다”고 높이 평가하고 “자연의 장엄한 시간 속을 달리면서 정신의 훼손에서 벗어나 인간의 지혜를 갈구하는 몸부림은 자연으로 희귀하려는 욕망이 시인의 눈 속에 강하게 비치고 있다”고 결론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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